‘무빙’과 함께 끝나버린 전성기, 디즈니+ 이용자 수 감소 본격화
4월 디즈니+ MAU, 국내 주요 OTT 5개사 중 최하위
'무빙' 흥행 이후 소비자 잡아둘 콘텐츠 부족했다
줄줄이 흥행 실패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활로 어디에
한국 진출 당시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꼽히던 디즈니+가 국내 시장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용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최근 선보인 새 오리지널 콘텐츠 ‘지배종’마저 이렇다 할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다. 디즈니+는 올해 하반기까지 다양한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이며 ‘부활’의 기회를 엿볼 예정이다.
디즈니+ 이용자 이탈 가속화
7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디즈니+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29만 명으로 주요 OTT 5개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자, 4위인 웨이브(408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월별 평균 이용자수도 작년 9월 70만8,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10월 61만6,000명, 11월 49만5,000명, 12월 42만2,000명, 올해 1월 36만4,000명, 2월 39만4,000명, 3월 33만8,000명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신규 설치 건수 역시 지난해 9월 119만 건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올해 3월 16만 건까지 미끄러졌다.
디즈니+는 한국 진출 당시 ‘부동의 1위’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미흡한 서비스 대처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자막 문제였다. △오번역·문법 오류 △콘텐츠 시청을 방해하는 자막 인터페이스 △수시로 바뀌는 자막 위치 등이 시청 편의성을 저해한 것이다. 디즈니+에서 사용하는 한글 폰트가 사파리 등 특정 브라우저에서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파른 가격 인상 정책 역시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다. 디즈니+는 오리지널 콘텐츠 ‘무빙’이 흥행한 지난해, 한국에서 월 이용료 가격(당시 월 9,900원)을 4,000원가량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당시 소비자 사이에서는 “무빙을 제외하면 볼 것도 없는데 요금을 올린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넷플릭스 대비 ‘한국산 콘텐츠’ 부족해
누적된 소비자 불만은 가입자 이탈로 이어졌다. KT그룹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기업 나스미디어의 ‘2024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내에 디즈니+를 해지한 경험이 있는 이용자는 전체의 59.3%로 나타났다. 이는 여타 국내 주요 OTT 대비 18%p가량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각 OTT별 해지 경험자 비중은 쿠팡플레이·티빙·웨이브 42%, 넷플릭스 28%, 유튜브 프리미엄 20% 수준이었다.
해당 조사에서 디즈니+ 해지 경험 비율이 유독 높게 나타난 원인은 무빙의 종영이었다. 지난해 8월~9월 20일까지 순차적으로 공개된 무빙은 디즈니+ 내 오리지널 콘텐츠 1위 자리를 거머쥐며 세계적인 흥행을 거뒀다. 문제는 무빙을 통해 대거 유입된 신규 유료 가입자들을 붙잡아둘 만한 콘텐츠가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디즈니+가 무빙 흥행 이후 ‘한국 고객’을 위한 콘텐츠 확보에 더욱 매진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넷플릭스는 CJ ENM과 제휴를 맺고, 지상파 콘텐츠 대거 수급하며 한국 이용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디즈니+는 마블, 스타워즈 등 마니아층 수요가 대부분인 디즈니 오리지널 IP만을 앞세우며 한국산 콘텐츠 수급에는 힘을 싣지 않았다.
오리지널 콘텐츠 인기도 ‘지지부진’
무빙 이후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 역시 무빙만큼 흥행하지 못했다. 최근 넷플릭스의 △황야 △닭강정 △선산 △로기완, 티빙의 △이재, 곧 죽습니다 △LTNS △피라미드 게임 △환승연애3 △크라임씬 리턴즈 등 다양한 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대중적인 인기를 끈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분위기다.
디즈니+는 상황을 뒤집기 위해 지난달 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을 공개했지만, 이 역시 이용자 이탈 현상을 막지는 못했다. 디즈니+의 10부작 스릴러 드라마 지배종은 배우 주지훈, 한효주, 이희준, 이무생 등 스타 캐스팅과 ‘인공 배양육’이라는 신선한 소재 등을 앞세워 4월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힌 바 있다.
다만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 디즈니+는 한동안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오는 5월 15일 오리지널 콘텐츠 ‘삼식이 삼촌’을 공개하고, 하반기에는 ‘화인가 스캔들’, ‘폭군’, ‘트리거’, ‘조명가게’ 등의 작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에 업계에서는 디즈니+ 측이 올해까지 K콘텐츠 시장 내 투자 성과를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디즈니+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