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中 국영기업에 파운드리 지분 절반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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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현지법인 지분 49.9%, 우시 투자社 WIDG에 매각
반도체 시장 70% 차지하는 레거시 반도체 시장 공략
SK하니익스 "사업 개편에 따른 조치, 사업축소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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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자회사의 지분 절반가량을 중국 우시 지방정부의 투자회사에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달 지분 양도 협의를 시작한다고 밝힌 뒤 한 달 만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조치로 중국 현지 기업의 저가 공세에 대응해 고객사를 확보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中 WIDG에 생산 법인 지분, 공정 기술 등 처분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8인치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시스템IC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우시산업발전집단(WIDG)에 현지 파운드리 생산 법인 ‘SK하이닉스 시스템IC 우시’의 지분 21.33%와 공정 기술 등 무형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금액은 각각 2,054억원, 1,209억원이다.

이어 우시산업발전집단은 SK하이닉스 시스템IC가 진행하는 2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 28.6%를 추가로 매입해 49.9%까지 지분을 늘릴 계획이다. 우시산업발전집단은 SK하이닉스와 현지 파운드리 합작사를 함께 세운 우시 지방정부의 투자회사로, 증자와 지분 양도가 모두 완료되면 SK하이닉스 시스템IC가 보유한 생산 법인의 지분은 51%까지 늘어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조인트벤처 계약에 따른 수순으로 사업 축소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에는 SK하이닉스가 가진 파운드리 장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SK하이닉스 시스템IC 경영진은 이번 매각과 관련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향후 사업 계획을 설명했는데 이 자리에서 악화한 경영 환경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지분 매각을 통해 부채를 줄여 채무 건전성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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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사진=SK하이닉스

中 파운드리 사업 재편 속에 ‘현지화 전략’으로 전환

SK파운드리 우시법인은 2018년 출범해 SK하이닉스의 중국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합작법인이 건설한 우시공장은 이미지센서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비롯한 레거시 파운드리 공정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18년부터 청주에 있는 장비를 우시공장으로 이설하며 사업을 진행해 왔다.

레거시 반도체는 28나노미터(㎚·1㎚는 1억분의 1m) 이상 공정에서 양산되는 제품이다. 구식 또는 범용 제품으로 통하지만 자동차부터 전력기기, 미사일, 사물인터넷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개수로 보면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반도체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 최첨단 공정 경쟁의 뒤를 받쳐줄 안정적인 수입원이라는 뜻이다.

SK하이닉스가 중국 국영기업인 WIDG와 손을 잡은 것도 중국 레거시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레거시 반도체의 최대 시장은 중국 가전·자동차업체들이다. 최근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공정·장비 재제에 따라 레거시 반도체 시장에 역량을 쏟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BS에 따르면 중국 업체의 수요가 늘면서 28㎚대 반도체 시장 규모는 281억 달러(약 38조3,560억원)로 2020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그동안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제조 장비 등 유·무형 자산을 현물 투자해 운영을 맡고, 우시산업발전집단이 용수와 전기 등 인프라를 제공하는 구조였지만 이번 매각을 계기로 사업 구조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 상황 속에서 생산 법인에 대한 지분율 51%로 운영권은 확보하되 지방정부와 손을 잡고 적극적으로 현지화 전략을 도입하는 식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메모리·파운드리 기술 역량과 WIDG의 현지 시장 장악력을 결합하면 적잖은 시너지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WIDG가 운영하거나 투자한 63개 업체와 그 협력사에 레거시 반도체를 납품하면서 실적을 불릴 수 있고 우시 전진기지를 기반으로 세계 5위권 파운드리 업체인 중국 SMIC, 화홍그룹 등으로 흘러 들어가는 레거시 반도체 일감을 일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WIDG와 합작법인을 운영하면서 중국 반도체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현지 기업 파격적인 저가 공세에 고전

최근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경쟁사보다 저렴한 서비스 가격을 책정하고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심지어 비용 문제로 8인치 레거시 공정을 선택했던 고객사에 할인 혜택을 줘 12인치 공정으로 유도하는 중국 업체들도 있다. 범용 파운드리 가격이 올해 1분기까지 8분기 연속 하락하는 등 업황 불안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술 추격을 위해 손해를 감수한 셈이다.

실제로 중국의 대표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지난해 전반적인 파운드리 수요가 둔화하는 상황에서도 전체 생산능력을 12% 이상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디스플레이나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는 데 활용했던 저가 전략을 범용 반도체 산업에서 대대적으로 채택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의 경우 가격만으로는 경쟁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시스템IC로서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국 파운드리 업체를 견제하고 고객사를 늘려나가는 전략 시행이 시급하다. 반도체 업황이 최악에 다다른 지난해 SK하이닉스 시스템IC의 가동률은 50% 이하로 매우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기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등 국내 동종 기업들의 가동률이 70% 전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