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여도 투자는 해야지” 차입금 늘리는 한화솔루션, 위기 타파의 열쇠는
한화솔루션, 총차입금 10조원대 최초 돌파
1분기 영업손실 1,871억원, 유동성 줄어든다
美의 중국산 태양광 규제가 실적 개선의 열쇠?
한화솔루션이 단기차입금과 기업어음(CP)을 늘려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대규모 설비 투자로 인해 지출 부담이 급증한 와중에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며 자본금이 부족해진 결과다. 차입금을 중심으로 한화솔루션의 재무 부담이 점차 가중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미국의 중국산 태양광 제품 규제가 재무 위기를 해소할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화솔루션 재무 부담 가중
20일 한화솔루션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화솔루션의 단기차입금은 5조5,294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 3조7,882억원 대비 45.7% 급증한 수준이다. 총차입금은 1분기 말 기준 11조7,989억원으로 전년 말(9조3,499억원) 대비 26.2% 증가했다. 한화솔루션의 총차입금이 10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최초다.
단기차입금이 늘면서 한화솔루션이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은 지난해 말 4조1,066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5조8,407억원으로 42.2% 늘었다.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202%까지 치솟았다. 최근 5년간 한화솔루션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170.1% △2020년 말 153.7% △2021년 말 144.0% △2022년 말 140.85 △2023년 말 171.8% 등 100% 중후반대 수준을 유지해 온 바 있다.
CP 발행 금액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화솔루션의 CP 발행 금액은 2021년까지만 해도 1,700억원 수준이었으나, 2022년 1조2,000억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뒤 지난해 1조9,80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1분기 CP 발행액은 5,900억원에 달했다. CP의 이자율은 평균적으로 4% 후반대 수준이며, 1분기 미상환 CP는 총 6,400억원이다.
지출은 늘고 수익은 줄었다
한화솔루션의 차입 확대 배경으로는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설비 투자가 지목된다. 지난 2월 한화솔루션 측은 올해 설비 투자에 지난해(2조4,230억원) 대비 32% 증가한 3조2,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주력 사업인 태양광에는 미국 설비 투자 2조원을 포함해 총 2조6,000억원을 집행한다. 이는 전년 투자액(1조6,000억원) 대비 62.5% 확대된 수준이다.
문제는 한화솔루션이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한화솔루션은 1,8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요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태양광 모듈 판매가 감소한 가운데, 판매 가격까지 미끄러지며 수익성 전반이 악화한 결과다. 1분기 태양광 사업의 핵심인 설계·시공·조달(EPC) 프로젝트의 비용 지출도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실적 악화로 인해 주요 지표 역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022년 1조1,572억원에서 2023년 5,18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1분기에는 -5,246억원까지 감소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매년 1조원을 웃돌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적자 전환했다(-2,166억원).
美 ‘대중국 규제’에 기대 실려
실적 악화 기조 속 지출이 불어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화솔루션에 조만간 ‘봄바람’이 불어들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흘러나온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태양광 제품을 대상으로 연이어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미국 현지 태양광 시장 내에서 점유율 1위 자리를 점한 한화솔루션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시각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형 전력 사업 등에 사용되는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수출하는 태양전지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한 데 이어 재차 강경책을 발표한 것이다. 중국산 저가 양면형 패널이 전 세계에 과잉 공급되며 가격이 폭락하자, 그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 왔던 양면형 패널에도 본격적인 규제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미국 정부는 동남아시아로 판매처를 우회하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해서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음 달 6일부터 베트남·캄보디아·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 4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태양광 설비에 대한 관세 유예를 종료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규제 강화는 국내 태양광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은 그동안의 투자를 발판 삼아 점유율을 한층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화큐셀은 지난달부터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의 모듈 생산라인 건설을 모두 완료하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잉곳·웨이퍼·셀 생산 라인을 통해 태양광 밸류체인 전반을 갖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