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감축에 부동산 매각까지 찬바람 부는 엔씨소프트, 신용등급전망도 ‘부정적’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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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신평, 엔씨 장기신용등급은 'AA', 등급전망은 하향조정
감원부터 사옥 매각까지, 정상화 위한 엔씨의 '분골쇄신'
비용 절감만으론 장기 생존 '적신호', 본업 증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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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TL)/사진=엔씨소프트

국내 대표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신용등급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연내 수익성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나이스신용평가, 엔씨소프트 등급전망 ‘부정적’으로 하향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엔씨의 장기신용등급은 ‘AA’로 유지했으나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엔씨는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25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8.5%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6.9%, 50% 감소한 3,979억원, 571억원을 기록했다. 리니지M 등 기존 모바일 게임 매출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데 따른 결과다.

나신평은 올해 엔씨의 현금흐름이 약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 신사옥 ‘RDI센터’ 때문이다. 김나연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2021년부터 2023년 1분기까지 토지 매입에 약 4,200억원을 사용했다”며 “올해 RDI센터를 착공함에 따라 토지매입비 외 추가적인 건물 건설 비용으로 약 5,80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단기적으로 자본적지출 규모가 과거 대비 크게 증가할 예정”이라며 “수익성 저하로 약화된 영업활동 현금 흐름과 향후 RDI센터 건설 비용을 고려하면 잉여현금 창출 규모는 과거 대비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엔씨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핵심 IP(지식재산권)인 리니지 시리즈가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경쟁력이 크게 악화되는 등 영업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을 전망 햐향 이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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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사진=엔씨소프트

실적 악화 직면한 엔씨, 권고사직 및 사옥 매각 단행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엔씨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등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1월 자회사 엔트리브의 권고사직을 단행한 이후 3개월 만이다. 엔씨 노조 등에 따르면 엔씨는 최근 비개발·지원 부서에 소속된 직원을 중심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인원 감축 규모에 따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전체 인력의 5% 이상이 감축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엔씨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엔씨의 총 직원 수는 5,023명이다. 직군별로는 게임 개발과 관련된 연구개발직이 3,591명으로 가장 많았고 사업·경영관리직 1,107명, IT·플랫폼 직군 325명 등이다.

아울러 엔씨는 이달 중 권고사직 작업을 마무리하고 서울 삼성동의 옛 사옥을 매각할 방침이다.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이달 10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연내 삼성동 엔씨타워를 매각해 신사옥 건축 비용을 충당하고, 추가 검토에 따라 현재 쓰고 있는 판교 R&D 센터도 자산 유동화를 거쳐 부동산 자산이 더는 늘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와 관련해 “신사옥은 토지 매입가격이 4,300억원 정도고, 2027년 완공 목표”라며 “이와 별개로 공사비는 5,800억원이 추가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동 건물과 판교 R&D센터의 합산 장부가는 2,300억원이지만 시가는 1조원 정도로 생각한다. 자원 효율화를 통해 신규 공사비를 상쇄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연내 실적 회복 어려워, 본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연내 엔씨의 수익성 회복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주요 신작들의 출시 시기가 올해 하반기 이후로 예정돼 있어 올해 안에 매출 증가에 기반한 수익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본업인 게임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리니지 시리즈에 집중된 사업 모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엔씨도 이를 인지하고 올해 ‘배틀크러쉬’, ‘프로젝트 BSS’, 기존 IP 기반의 새로운 장르 게임 등 신작 3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글로벌 서비스 지역도 확장한다. 대표적으로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 글로벌 서비스, ‘블레이드&소울 2’의 중국, ‘리니지2M’ 동남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아이온2’, ‘프로젝트G’ 등 신규 대작 3종과 레거시 IP 기반 게임 2종 등을 론칭한다는 방침이다.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지속 성장 의지도 내비쳤다. 박 공동대표는 “여러 가지 게임을 개발 중이나, 이것만으로는 지속적인 매출과 성장 사이에 갭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를 메우기 위해 신규 투자 및 IP 확보를 통한 퍼블리싱을 전개하고 M&A도 적극 추진, 상당수에 달하는 기존 IP 라이선스 등을 통해 갭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엔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양한 회사를 M&A 대상으로 검토한 끝에 현재 한두 곳의 기업과 초기 논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더불어 박 대표는 “세계적인 콘솔 플랫폼 회사와의 협업으로 기존 IP를 콘솔로 개발하는 작업 등도 추진 중”이라며 “M&A 시너지는 지금까지 엔씨가 못했던 글로벌 진출이나 콘솔 등을 포괄할 수 있는, 우리를 보완할 수 있는 회사들도 포함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