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대체거래소 내년 출범, 증권가 ‘IT 인프라 재편’에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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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거래소 체제 도입에 맞춰 최선집행 의무기준 마련
키움증권은 IT 역량 개발에 승부, 미래에셋은 인력 충원부터
실패 전철 피하려면 거래시간 연장 외 차별화된 매력 발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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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운영 모식도/출처=금융위원회

최근 증권업계에 대체거래소(ATS)발 자본시장 IT 인프라 재편 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부터 국내 증권시장 초유의 거래소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서 증권사마다 투자자에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주문을 실행하는 최선집행의무기준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새로운 기준을 자동으로 이행할 수 있는 솔루션 도입부터 이를 구현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길게는 원장시스템까지 대대적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체거래소(ATS)발 자본시장 IT 인프라 재편 움직임

3일 업계에 따르면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EXTRADE)’는 지난달 스마트오더라우팅(SOR) 솔루션 1차 개발을 마치고, 현재 국내 7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연말 모의거래를 마친 후 내년 1분기 중 출범을 목표로 하는 넥스트레이드는 출범에 앞서 거래 매체에서의 증권사 주문 호가 시스템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기존 한국거래소가 증권 거래를 독점할 때는 오로지 하나의 시장에서 하나의 가격에 대해서만 주문과 거래가 이뤄졌지만 시장 이원화가 이뤄질 경우 어떤 주식에 대해 동시간대 수급량에 따른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자 주문을 최선의 조건으로 집행하기 위한 기준을 사전에 알리고 이 기준에 따라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중 유리한 시장을 골라 주문하는 최선집행의무가 적용됐다. 이런 이유로 SOR 솔루션 도입을 준비하는 각 증권사는 현재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최선집행기준을 마련하는 데 한창이다.

최선집행의무는 각기 다른 시장에서 나온 호가를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처리하기 위한 기준이 된다. 만일 증권사 내부적으로 특정 시장을 선택했다면 그 이유 역시 기준에 명시해야 한다. 적합한 기준을 수립해 주문을 집행하는지 여부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3개월마다 점검을 받아야 한다.

현재 각 증권사 전략실에서는 최선집행기준이 향후 복수시장 체제에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비중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아직 시장에 수요가 형성되지 않은 호가를 새롭게 만든 투자자의 주문을 잔량 기준으로 어느 시장에서 먼저 체결해 줄 것인지, 거래량을 기준으로 체결해 줄 것인지 등에 따라 거래에 따른 손익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넥스트레이드와 테스트를 진행하는 7개 증권사 역시 전략 노출을 경계하면서 시스템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증권사들, SOR 솔루션 도입에 총력

키움증권이 자체 SOR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 역시 이 같은 이유에서다. 복수 거래 체제에서도 브로커리지 시장에서의 우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회사 내부에 SOR 솔루션 TF를 구성해 자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솔루션 도입에 따른 비용 절감은 물론 넥스트레이드나 코스콤을 통한 서비스와는 다른 전략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콤 역시 SOR 솔루션 개발을 마쳤다. 코스콤 SOR 솔루션은 중소형 증권사가 주요 공략 대상이다. 이미 코스콤이 중소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종합원장관리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이와 원활한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IT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가운데서도 내부 시스템의 여건상 넥스트레이드가 아닌 코스콤의 SOR 솔루션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향후 회사의 디지털 혁신 내지 신사업 방향에 따라 원장시스템과 SOR시스템을 별도로 가져가야 할지 여부를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도 달라지는 제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4월 인공지능(AI)·IT·디지털 분야 인재 채용 공고를 올렸다. 채용분야는 AI, 트레이딩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인프라 등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서 전산관리비로 키움증권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045억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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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사진=넥스트레이드

특색 없는 2부 리그 전락 우려 목소리도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ATS의 성공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키움증권처럼 복수 시장 체제를 시장 확대 기회로 삼아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는 증권사가 있는가 하면, 시장 안착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리고 있다.

넥스트레이드가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거래시간 연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기존 거래시장(코스닥·코스피)의 ‘2부리그’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현재 거래수수료가 0.0027%로 타 글로벌 거래소들과 비교해 최저 수준인 데다, 상장 예정 종목들이 기존 유가증권시장(840종목)과 코스닥(1.718종목) 내에서만 선별될 것으로 알려져 거래시간 이외의 부분에서는 차별화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거래시간만을 늘리는 시도 역시 과거에 실패로 끝난 전례가 있다. 지난 2001년 한국ECN증권은 정규 장 마감 이후인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를 운영한 바 있다. 그러나 하루 거래대금이 30억~40억원 수준에 그치면서 3년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한국ECN증권의 대표였던 이정범 사장은 해당 서비스 출범 당시 “활황에는 열등재도 잘 팔린다”, “수요는 창출된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성공을 낙관했지만 이는 결국 오판으로 끝났다.

과거 출범했던 다수의 해외 대체거래소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독일의 노이어 마르크트(New Market)와 일본의 자스닥(Jasdaq)은 미국 나스닥(Nasdaq)의 성공에 주목하며 야심 차게 출범했으나, 결국 기존 시장에 흡수합병됐다. 기존 시장과의 차별점이 없어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 탓이다.

엄격한 현행법 또한 넥스트레이드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모습이다. 넥스트레이드가 기존에 구상했던 토큰증권(STO),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의 거래가 자본시장법에 막혀 표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 감시를 비롯해 기업 상장, 청산·결제 등의 역할을 한국거래소의 도움 없이는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처럼 넥스트레이드에 대한 비우호적 예상이 쏟아지는 가운데, 대체거래소의 개장 시점은 점차 다가오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 넥스트레이드가 내세운 슬로건과 같이 빠르고(Fast) 혁신적인(Innovative)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