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총서 70조원대 ‘머스크 성과 보상안’ 재승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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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77조원 보상안 투표 큰 차이로 통과 중"
2018년 승인 당시와 비슷한 '73% 찬성' 얻은 듯
NBIM·캘퍼스는 'CEO에 과도한 보상' 반대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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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의 X에 올린 보상안 주주 투표 결과/출처=일론 머스크 X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자신의 대규모 보상 패키지 지급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사실상 승리했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보상안 통과 소식에 CEO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이날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최대 주주들 사이에서는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머스크 CEO가 과도한 보상을 챙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스크, 급여 패키지 재승인 안건 주주 투표 결과 게시

12일(현지시각) 머스크 CEO는 X(옛 트위터)에 본인의 560억 달러(약 77조원) 규모의 스톡옵션 보상 재승인과 테슬라 법인의 텍사스 이전 안건이 주주 투표에서 큰 차이로 통과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게시글에 찬반 투표수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첨부했다. 단 정확한 찬반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공개한 투표 현황 그래프를 볼 때 보상안이 처음으로 통과됐던 2018년과 비슷한 73%의 찬성을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해당 안건의 사전투표는 테슬라의 연례 주주총회 하루 전인 이날 오후 10시 59분(중부 표준시) 마감되고 최종결과는 13일 텍사스 오스틴 테슬라 본사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머스크의 보상안은 지난 2018년 주총을 통과했지만, 한 소액주주의 무효소송으로 제동이 걸렸다. 올해 1월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보상패키지가 주주총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머스크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행사됐다”며 보상안 지급 무효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은 내달 개시될 예정이다. 머스크 CEO가 이번 주총을 통해 주주들이 자신에 대한 보상 패키지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최종 입증한다면 무효소송 항소심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의 보상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테슬라 주가는 장중 190달러까지 치솟으며 10% 넘게 폭등했다. 보상안 투표의 부결로 머스크가 CEO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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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르웨이 국부펀드, 2018년에 이어 머스크 보상 패키지 반대

한편 주총을 앞두고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은행 투자관리(NBIM)는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NBIM은 “보상 패키지가 승인된 2018년 이후 머스크 CEO의 리더십 아래 창출된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며 “다만 총 보상금의 규모와 성과 트리거, 지분율 희석, 핵심 인물에 대한 위험 완화 부족 등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NBIM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금을 보유한 국부펀드 중 하나로 전 세계 상장 주식의 1.5%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테슬라 지분 0.98%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8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NBIM은 그동안 과도한 CEO 급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지난 2018년에도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에 반대한 바 있다.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마시 프로스트 캘퍼스 CEO는 지난달 29일 CNBC 방송에 출연해 “아직 테슬라와 대화하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 보상안이 회사의 실적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캘퍼스는 테슬라 주식 약 950만 주를 보유한 상위 30대 투자자 중 하나다. 앞서 미국의 주요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와 ISS도 반대를 권고했다.

매출 급감에 관세 인상까지, 비용 절감 위해 한 달째 해고 폭풍

이러한 주요 주주들의 우려는 최근 테슬라의 경영 위기와 맞물려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량 감소 등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한 달째 대규모 해고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213억 달러(약 29조2,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 급감했다. 특히 자동차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173억4,000만 달러(약 23조7,800억원)에 그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머스크 CEO는 자사 인력의 10% 이상을 감축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달 초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테슬라의 충전(슈퍼차저) 인프라 부문 인력(500명)을 거의 전부 해고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은 회사 내부적으로 정한 해고 규모는 테슬라 전체 인력의 20%에 달하며 적어도 이달까지 해고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도 전기차 시장의 악재를 피하기엔 역부족이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전기차, 컴퓨터 반도체 등의 산업에 적용되는 관세를 대폭 인상했다. 그런데 테슬라는 ‘모델3’의 페이스리프트 제품인 ‘하이랜드’의 물량 대부분을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제조하고 있다. 즉, 해당 제품을 미국 등으로 수출할 때 고관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