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에 세븐일레븐까지” 편의점 업계에 불어든 ‘노조 신설’ 열풍
BGF리테일, 편의점 업계 최초로 노조 결성
'오픈카톡' 통해 노조 설립 물밑 작업하는 코리아세븐
적자로 신음하는 코리아세븐, 노조 결성으로 경영 부담 가중될까
편의점 업계에서 노동조합(노조) 설립 움직임이 부각되고 있다. BGF리테일이 업계 최초로 노조를 결성하며 선두에 선 가운데, 코리아세븐 등 동종업계 기업에서도 노조 신설 조짐이 관측되는 양상이다.
BGF리테일의 노조 설립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노동자들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BGF리테일지부 설립총회를 개최하며 노조 출범을 알렸다. 노조 설립의 발단이 된 것은 사측의 부진한 복지와 성과급 축소였다. BGF리테일은 2023년 실적이 전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지난해 성과급을 2022년도 대비 30%가량 삭감해 지급했다. 문제는 회사 측의 설명과 달리 BGF리테일이 지난해 2022년 대비 0.3% 증가한 2,5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매출은 같은 기간 7.6%나 증가했다.
일반 직원들의 성과급이 급감하는 동안 홍석조 BGF그룹 회장 일가는 높은 배당을 받아갔다는 점 역시 문제로 거론됐다. 지난해 홍석조 회장은 BGF리테일에서 52억1,469만원, BGF에서 37억2,108만원 등 두 회사에서만 89억3,577만원을 배당으로 챙겼다. 홍정국 부회장과 홍정혁 사장도 BGF에서 각각 23억8,537만원, 12억610만원을 배당으로 가져갔다.
이에 분노한 일부 직원들은 올해 2월 자발적 모금을 통해 트럭과 스피커를 이용한 시위를 서울 강남구 회사 본사 앞에서 진행했으며, 비슷한 시기 민주노총·사무금융노조와 함께 노조 설립을 준비하며 조합원 모집을 시작했다. 이 회사 직원은 3,300명가량이며, 조합원은 영업직을 중심으로 전국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확한 조합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코리아세븐에서도 노조 신설 조짐
주목할 만한 부분은 BGF리테일의 노조 결성 이후 편의점 업계 곳곳에서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직원들은 노조 설립을 위해 카카오톡 비공개 익명 대화방(오픈카톡방)을 개설했다. 앞서 BGF리테일 직원들 역시 노조를 조직하기 위해 사전에 오픈카톡방을 개설해 직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업계 특성상 규합이 어려웠던 편의점 업계에서 노조 조직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이들의 고용불안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산업계 전반의 고용 불안이 커지며 노조의 영향력이 점점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BGF리테일이 업계 최초로 노조를 설립한 것이 편의점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근로자 결집에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편의점 업계 내 노조 설립 확산 움직임이 이미 포화 상태라고 평가받는 국내 편의점 산업의 성장을 한층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편의점과 점주 사이에 한정돼 있던 관련 업계 갈등이 회사와 직원 관계까지 번지며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각 사의 경영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노조 결성 리스크는?
특히 최근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코리아세븐의 경우 노조 조직으로 인한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전년도(49억원) 대비 무려 1,025%가량 증가한 551억원에 육박했다. 당기순손실은 1,989억원으로 같은 기간 313.8% 증가했다.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미니스톱 인수·통합으로 인한 비용 확대가 지목된다. 코리아세븐은 2022년 4월 3,143억원을 들여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한 바 있다. 당시 2,6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미니스톱을 품에 안고 편의점 업계 선두 주자들과의 간격을 좁히겠다는 구상이었다. 실제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 인수 당시 총 1만4,000개 점포 수를 확보하며 점유율 확대에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2022년 5월부터 진행한 미니스톱과의 통합 작업은 순탄치 못했다. 통합 과정에서 지속된 미니스톱의 실적 악화 기조는 코리아세븐의 실적을 갉아먹었고, 인수 당시 1만4,000여 개에 달했던 점포 수도 지난해 기준 1만3,130개까지 줄었다. 이로 인해 코리아세븐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24%로 전년보다 3%p 감소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 인수 이후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내부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의 결성은 경영상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