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수수료 음식값 9.8%로 인상 결정, ‘배달의 민족’에서 ‘수수료의 민족’됐다 혹평에도 영향력 미미할 것 예상
배달의민족, 배민1플러스 수수료 6.8%에서 9.8%로 인상 발표
업계 2위 쿠팡이츠 수준, 외식업자 매출 영향 낮을 것이란 예상 지배적
알뜰배달 비중 절반 이상, 배민1플러스 이용 빈도 낮아 영향력 미미
배달플랫폼 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이 내달부터 배달 중개 수수료를 현재 주문금액 6.8%에서 9.8%로 3%p를 인상한다. 최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사 대비 낮았던 수수료율을 개편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수수료 인상은 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 최근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수수료 부담을 호소해 왔던 외식업주들의 반발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배민1플러스 수수료 9.8%로 인상, 업계 2위 쿠팡이츠 수준
10일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중개 수수료율을 3%P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외식업주는 배달요금을 부담하는 것과 별도로 배민에 주문 중개 이용료로 음식값의 9.8%를 내야 한다. 부가세까지 합치면 10.8%에 이른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에 따라 그간 수수료 부담이 크다고 호소해 온 외식업주들의 반발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수료 인상은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를 감안해 배민은 업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별로 건당 100~900원 낮출 계획이다. 현재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2,500~3,300원인데 이를 1,900원~2,900원으로 인하하는 것이다. 서울을 예로 들면 업주 부담 배달비는 기존 3,200원에서 2,900원으로 300원 낮아진다.
현재 배민 배달 수수료는 경쟁사인 쿠팡이츠(9.8%), 요기요(12.5%)보다 낮다. 업계 최저는 최근 서울 강서구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hy(옛 한국야쿠르트)의 ‘노크(Knowk)’로 수수료가 5.8%에 그친다. 배민의 이번 수수료 인상은 수익성 강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2일 이국환 대표가 사임했다는 소식을 갑작스럽게 발표하자 이 전 대표가 독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로부터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으면서 갈등을 빚다가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와 관련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DH가 우리한테 수수료를 올리라고 했다기보다 DH와 (수수료) 논의가 이뤄지고 저희 내부에서도 논의한다”면서 “무료 배달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불리한 여건이라는 인식이 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았던 수수료, 경쟁사 수준으로 올린 것뿐 반박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배달 플랫폼들 간의 치열한 점유율 경쟁 탓에 ‘배달비 0원’이 마케팅 무기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비용 부담을 결국 입점사가 내는 수수료로 돌려막기로 채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입점사들이 최소 주문 금액을 올리거나 메뉴 가격을 인상하는 등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때문에 이번 수수료 인상이 배민 입장에서는 고육지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미 수도권 내에서 알뜰배달을 무료로 제공한 바 있고, 경쟁사인 쿠팡이츠도 유료멤버십인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수익성을 갉아먹는 알뜰배달 서비스의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배민1플러스 배달 수수료율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해마다 성장하던 배달 음식 시장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배달 음식 시장은 지난해 26조4,326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이처럼 시장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만 배달앱 3사의 점유율 경쟁은 첨예하다. 쿠팡이츠가 와우멤버십을 내세워 맹추격 중이고 배민이 알뜰배달 서비스를 내놓을 당시 출혈경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알뜰배달 서비스를 처음 도입하자, 배달 라이더들은 일반 배민 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번 수수료 인상도 업계 2위인 쿠팡이츠 수준이고, 배민1플러스에만 한정되는 만큼, 배민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가격 인상이라는 반박이다.
외식 자영업자들, 매출액 감소 심화 우려
다만 배민 매출에서 알뜰배달 비중이 높은 만큼, 단품 배달 위주로 운영되는 배민1플러스 수수료 인상의 시장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해석에도 불구하고 외식 자영업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 65%에 달하는 배민에서 수수료를 인상하면 결국 소비자 체감 가격 인상에 따른 배달 주문 감소, 외식 자영업의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이미 알뜰배달, 한집배달 등이 소비자 부담 완화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폭의 수수료 상승이 배민1플러스 고객에게 주는 비용 상승 체감분이 낮을 것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알뜰배달 서비스 출시 이후 약 절반의 매출액이 알뜰배달로 옮겨갔다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초밥집 운영자 A씨는 이미 배달료가 크게 오른 상황이라 소비자들의 체감이 크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번 수수료 인상도 소폭에 그치는 만큼, A씨는 매출액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