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업체 ‘위즈’ 230억 달러 인수 추진하는 알파벳, 보안 강화로 클라우드 컴퓨팅 저변 넓히나
구글 모회사 알파벳 '위즈' 인수 타진, 인수가액 31조6,000억원
위즈 강점은 위험 우선순위 지정 솔루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지평 열 듯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 취약성 가시화, 보안 업체 인수하는 사례 증가 추세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위즈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보안을 강화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의 저변을 넓히겠단 취지로 풀이된다.
알파벳 위즈 인수 협상 시작
1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알파벳이 위즈 인수 협상을 위한 세부 단계를 논의 중이며 몇 주 안에 거래가 완료될 것”이라고 보도 했다. 인수 금액은 약 230억 달러(약 31조6,000억원)로 알파벳 인수 거래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위즈는 클라우드에 저장된 저장된 대규모 데이터에서 보안 위험을 찾아내 제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버 보안업체로, 설립 1년 6개월 만에 연간 반복 수익(ARR) 1억 달러(약 1,380억원)를 달성하는 등 막대한 성과를 낸 바 있다. 지난해에도 연간 반복 수익 3억5,000만 달러(약 4,8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즈의 기업가치는 지난 5월 10억 달러 자금 조달 당시 120억 달러(약 16조5,000억원)로 평가됐다. 자금 조달에 성공한 스타트업 중 AI 업체를 제외하곤 거의 최고에 가까운 밸류에이션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3위’ 유지한 구글, 출구전략은 보안 강화?
전문가들은 이제껏 다소 보수적인 인수 행보를 보여 온 구글이 30조원 이상의 대규모 인수에 나선 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확보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최근 클라우드 시장은 값비싼 서버와 하드웨어, 운영 프로그램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빌려 쓰는 기업이 늘면서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 관련 사업의 미래 성장성도 매우 높게 평가된다. 생성형 AI가 발달할수록 클라우드에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업로드해야 할 상황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글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밀려 만년 3위를 이어가는 탓이다. 매출도 다소 부진한 편이다. 지난해 3분기 구글의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84억 달러(약 11조6,500억원)를 기록했다. 일정 수준 성장을 이룬 셈이지만, 당초 시장 예상치(86억 달러)를 하회하는 성적을 내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떨어졌다. 당시 클라우드 부문의 영업이익 역시 2억6,600만 달러(약 3,700억원)로 시장 예상치(4억3,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알파벳은 사이버보안 강화를 골자로 추가 투자에 나섰다. 2년 전 다른 사이버보안 업체인 맨디언트를 54억 달러에 사들였듯 이번엔 위즈를 인수해 타 기업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취지다. 위즈의 성장성이 다른 보안 업체 대비 높다는 점도 긍정적인 지점이다. 위즈는 보안 경보에 대해 우선순위 지정이 가능한 솔루션을 기반으로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해당 솔루션의 핵심은 클라우드에 저장된 정보의 기밀성, 무결성 및 가용성을 손상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 맬웨어,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위험 요소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이를 그래픽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알파벳이 위즈를 인수해 우선순위 지정 솔루션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의 저변이 크게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안 회사 인수 움직임 증가
알파벳처럼 보안 회사 인수를 노리는 기업은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시장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보안 취약성이 부각된 영향이다. 최근엔 보안 회사가 다른 보안 회사를 인수해 저변을 넓히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클라우드 기반 보안 플랫폼 기업 지스케일러다. 지스케일러는 지난 4월 에어갭 네트웍스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다른 기업을 인수해 자사에 없던 역량을 끌어올리겠단 취지다. 에어갭 네트웍스는 마이크로세그먼테이션(microsegmentation) 플랫폼을 통해 측면 이동(lateral movement) 전술을 이용해 기업 네트워크에 침투하는 해커를 사전 차단하는 데 특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즈는 이스라엘 기업 젬 시큐리티를 3억5,000만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2022년 설립된 젬 시큐리티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보안 위협을 탐지, 조사, 방지하기 위한 시간을 줄여 주는 CDR(Cloud Detection and Response)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멀티 클라우드 환경에 대한 실시간 가시성을 중앙집중적인 방식으로 지원하고, 클라우드 침해 원인을 찾을 수 있도록 클라우드 네이티브 포렌식과 자동화된 사고 타임라인도 제공한다.
엔드포인트 분야 대형 보안 업체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3월 클라우드 데이터 런타임 보안 솔루션 업체 플로우시큐리티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플로우 시큐리티는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이 모든 단계들에 걸쳐 데이터를 찾고 매핑, 분류, 관리,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강점이 있는 업체로 평가된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 위축 속에서도 기업들은 비교적 좋은 조건에 보안 스타트업 유망주들을 사들이는 모양새”라며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보안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