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검색 엔진 ‘서치GPT’ 출시, 최강자 구글에 도전장
앞선 검색 결과 토대로 후속 질문 처리도 가능
WSJ 등 콘텐츠 제휴해 온 미디어 업체와 협력
검색 시장 최강자 '구글'과의 경쟁에 관심 쏠려
오픈AI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검색엔진을 출시했다. 이용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출처를 제공함은 물론 챗GPT처럼 사람과 대화하듯 후속 질문을 처리할 수 있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제공하는 AI 검색 서비스보다 한 단계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오픈AI가 추후 챗GPT와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해 온 구글과의 경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픈AI, 서치GPT 프로토타입 버전 공개
25일(현지시각) 오픈AI는 자체 검색 엔진 ‘서치GPT(SearchGPT)’를 공개하고 프로토타입(시험) 버전을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서치GPT’는 AI에 기반해 실시간으로 인터넷상의 정보를 찾아주는 검색 엔진으로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시험 버전을 이용할 대기자를 모집하고 있다. 오픈AI는 향후 시범 서비스 결과를 바탕으로 서치GPT를 자사의 생성형 AI ‘챗GPT’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공개된 데모 영상을 보면 서치GPT는 “미네소타에서 자라는 최고의 토마토”를 묻는 질문에 토마토 품종을 나열하고, 좌측에는 해당 답변과 관련해 ‘더 가든 매거진’, ‘더 가드닝 대드’ 등의 웹사이트 링크를 제공했다. 여기까지는 현재 구글 등이 제공하는 AI 검색 서비스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서치GPT는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 검색한 내용을 토대로 추가 질문을 할 수 있다. 대화하듯 후속 질문을 입력해 보다 개인화된 답변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오픈AI는 “웹에서의 실시간 정보를 활용해 AI 모델의 대화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더 빠르고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겠다”며 “아울러 이용자들이 더 다양한 출판·미디어 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서치GPT의 출시와 관련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검색 경험을 만들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픈AI는 검색 엔진을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출판·미디어 업체와 협력했고 최근 몇 달간 이들에게 서치GPT를 우선 공개했다”며 “다만 서치GPT가 이들 웹사이트에 얼마나 많은 트래픽 증감을 초래할지는 불분명하며 오픈AI는 테스트를 통해 더 많이 알아가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앞서 오픈AI는 폴리티코·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을 소유한 악셀 스프링어, AP통신, 프랑스 르몽드, 파이낸셜타임스(FT)와 WSJ를 소유한 뉴스코프 등과 콘텐츠 제공 제휴를 맺었다.
당초 5월 공개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연기돼
당초 오픈AI는 지난 5월 MS나 구글보다 하루 앞서 AI 기반 검색 제품을 발표하고 I/O 개발자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챗GPT 플러그인(plugins)’이라 불리는 챗GPT에 업데이트된 실시간 정보를 가져오려는 초기 시도가 지난 4월 중단되면서 공개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대신 이 시기 오픈AI는 챗GPT의 최신 버전이자 가장 진보한 AI 모델인 GPT-4 업그레이드를 발표하는 실시간 스트리밍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오픈AI는 당시 AI 검색 서비스 공개를 연기한 이유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장애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퍼블리셔 사이트의 콘텐츠 라이선스와 활용에 관한 문제가 지적된다. AI는 퍼블리셔 사이트의 콘텐츠를 직접 학습한 내용을 사용자에게 제공하지만, AI를 검색 엔진에 부착하면 주석을 통해 URL을 제시하더라도 사용자가 해당 사이트를 방문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웹 사이트 소유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AI와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악셀 스프링어를 비롯해 뉴스 코퍼레이션 등 퍼블리셔 사이트들은 이미 AI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상태다. 마티아스 도프너(Mathias Döpfner) 악셀 스프링어 CEO는 “AI와 대규모 언어 모델이 저널리즘과 미디어 브랜드를 파괴할 수 있다”며 “구글 등 다른 AI 회사가 허가 없이 콘텐츠를 스크랩할 권리에 대한 법적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IAC·익스피디아의 배리 딜러(Barry Dille) 회장도 “퍼블리셔의 저작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색 엔진의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돼 온 트래픽에 대한 문제도 대두됐다. 오픈AI의 챗GPT는 지난 2022년 11월 출시 이후 빠르게 사용자를 확보해 갔다. 이에 출시 직후 월간 활성 사용자 수 1억 명에 가장 빨리 도달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챗GPT 웹 사이트의 전 세계 트래픽은 지난 1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며 부침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최근 어렵사리 지난해 5월 기록했던 최고치로 돌아오고 있는 모습이다.
검색 엔진 시장의 최강자 구글과의 경쟁을 두고도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렸다. 챗GPT는 월간 방문자 수가 16억 명 도달한 이래 늘지 않자, 사용자 기반 서비스를 확장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실제로 오픈AI는 본래 챗GPT에 실시간으로 정확한 웹 정보에 액세스할 수 있는 검색 엔진의 기능을 접목하기로 했지만 이미 검색 시장을 장악한 구글이나 MS 등이 자사의 검색 엔진에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기능을 적용하고 있어 이들과 버거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토종 네이버, B2B AI 솔루션으로 수익 창출
이런 가운데 정보기술(IT) 업계는 오픈AI의 검색 엔진 출시가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전 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한 구글의 지배력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구글의 시장 점유율은 91.6%로 2위인 MS 빙의 3.72%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이에 대해 WSJ는 “서치GPT는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검색 분야에서 구글의 지배력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오픈AI가 강력한 AI 기술을 앞세워 검색 시장의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FT는 “생성형 AI의 부상과 검색 시장의 미래를 둘러싼 싸움은 두 회사의 궤적을 바꿀 수 있다”며 “구글은 수익 마진을 방어하려 하고 오픈AI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러한 시장의 전망이 반영됨에 따라 이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167.28달러로 마감해 전 거래일 대비 3.10% 하락하기도 했다.
검색 엔진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네이버도 지난해 차세대 AI 검색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초거대 AI 플랫폼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데 이어 이를 기반으로 한 검색 서비스 ‘큐:’와 블로그 등에서 창작자가 활용하는 생산 도구 ‘클로바 포 라이팅’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마련했다. 특히 네이버의 생성형 AI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한국어 학습량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한국판 챗GPT’로 불리고 있다.
네이버의 B2B(기업 간 거래) 솔루션은 수익화에 초점을 맞췄다. 챗GPT나 바드 등은 질문을 학습데이터로 활용하는 구조로 업무에 활용할 경우 내부 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네이버는 이에 착안해 자체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에서 제공한 정보를 학습데이터로 활용해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정보 유출의 우려가 없는 데다 답변의 정확도가 높다는 점이 B2B 솔루션 확산의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초대규모 AI 모델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매우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