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해둔 건 어쩌나” 반도체 업계 뒤흔든 日 대지진 공포, 일각선 공급망 장애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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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세라·라피더스, 8일 지진 영향으로 생산라인 일부 정지
부각되는 난카이 대지진 리스크, 반도체 업계 불안감 가중
日 대지진 오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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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이 예고된 난카이 해곡 지도/사진=일본 문부과학성, 국제금융센터

일본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일시 정지했다. 최근 일본 미야자키현, 가고시마현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7.1)의 영향이다. 일본의 지진으로 인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혼란이 꾸준히 누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최근 부각된 ‘난카이 대지진’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야자키·가고시마 지진의 여파

14일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 미야자키현·가고시마현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교세라는 가고시마현 공장 2곳(고쿠부, 하야토)의 생산라인을 정지했다. 교세라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 3명이 지진으로 인해 부상을 입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쿠보 공장은 세라믹과 전자부품, 하야토 공장은 디스플레이용 잉크젯 프린팅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 최선단 반도체 공정을 견인하는 라피더스의 미야자키 공장 역시 지진으로 인해 생산 설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피더스는 건물이나 인적 피해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상태로, 현재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다. 회사는 안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으며 재가동 관련 계획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현지 핵심 반도체 업체들이 줄줄이 지진의 영향권에 든 가운데, 반도체 업계는 본격적인 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일본 기상청이 계속해서 난카이 대지진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강진 발생 이후 일본 기상청은 이례적으로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를 발표했다. 수도권 서쪽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난카이 해곡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한다는 대지진이 30년 이내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70∼80% 확률).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난카이 해곡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는 반도체를 비롯해 중요 분야 핵심 업체들의 공장이 다수 위치해 있다”며 “특히 오사카, 효고현, 미에현 등에는 반도체 업체가 대거 포진해 있다. (반도체 업계의) 리스크가 상당히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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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영향권에서 투자 이어가던 기업들 ‘곤혹’

실제 상당수의 현지 기업은 난카이 대지진의 영향권에서 반도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쓰비시전기는 구마모토현 거점에 1,000억 엔(약 9,200억원)을 투입해 신공장을 건설, 내년 11월 가동할 계획이다. 일본 전력 반도체 회사인 로옴은 올해 말 가동을 목표로 3,000억 엔(약 2조7,500억원)을 투입해 미야자키현에 신공장을 짓고 있으며, 글로벌 웨이퍼 2위 기업인 일본 섬코는 규슈 전역에 4,000억 엔(약 3조7,000억원)을 투입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외로도 소니그룹, 자동차용 반도체 맹주인 르네사스,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TEL) 등이 난카이 대지진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 수 있다.

구마모토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대만 TSMC 역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TSMC는 지난 2월 구마모토 1공장을 완공했고, 오는 4분기부터 1공장에서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2조2,000억 엔(약 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구마모토 2공장이 부지 조성 공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TSMC는 구마모토 지역에 3나노 이하 첨단 공정 반도체를 맡은 3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규슈 지방에 ‘일본판 실리콘밸리’를 조성하는 일본 반도체 부흥 프로젝트 역시 대지진 리스크를 피해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규슈 경제산업국은 2021년 4월부터 2024년 6월까지 규슈 내에서 발생한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가 100건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했다. 투자 금액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숫자만 4조7,400억 엔(약 43조3,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공급망 장애 가능성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실제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일본 기업은 전 세계 반도체 소재 시장의 약 52%를 점유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제조의 경우 전 세계 상위 15개 기업 중 7개가 일본 기업이다. 범용(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하는 웨이퍼 공장 역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상당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일본에서 고강도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이 휘청이는 이유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일본의 지진으로 인해 수 차례 공급망 장애를 겪어왔다. 2022년 3월 일본 도호쿠 지방에 규모 7.4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르네사스 공장 3곳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급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이어지던 상황에 거대한 악재가 발생하자 차량용 반도체 공급 감소는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고 지연으로 이어졌고, 시장은 막대한 혼란에 휩싸였다.

지난 1월에는 이시카와현에서 규모 7.6의 강진과 규모 5.0의 여진이 발생하며 수많은 현지 반도체 기업이 타격을 입기도 했다. 해당 지역에는 전력 반도체를 생산하는 도시바를 비롯해 TPSCo(타워와 누보톤의 합작 회사),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 신에츠화학, 글로벌웨이퍼스, 섬코 등이 위치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구조상 일본의 지진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난카이 대지진으로 인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공급망 혼란이 재현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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