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금융 리더 70% AI 발전 속도에 ‘위기감’, M&A로 돌파구 찾나
금융 서비스 부문 리더 10명 중 7명, AI 시대에 뒤쳐질 것을 우려
미 대형 로펌 메이어 브라운, "AI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특히 장기적인 AI 전략 수립 위해서는 지정학적 상황과 규제 리스크 관리가 필수
미국 대형 로펌 메이어 브라운(Mayer Brown)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서비스 분야의 리더들은 AI 발전 속도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어 브라운은 유럽·아시아 태평양·북미 지역의 금융 서비스 부문 리더 635명(C레벨 임원 및 고위 임원 535명 포함)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으며, 에너지·제조 등 다른 부문 임원들의 의견도 수렴했다.
조사 결과 무려 임원 10명 중 7명이 AI 발전 속도에 뒤처질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현재의 불안정한 시장 상황 때문에 응답자의 68%가 비즈니스 혁신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투자 회사(62%)보다 금융 기관(68%) 리더들이 자사의 변화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투자 회사 리더들이 기술 변화에 대한 우려를 가장 많이 표명했으며, 75%가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단기 성과 집착, 장기 경쟁력 약화 우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메이어 브라운 조사에 참여한 금융 리더 중 3분의 1 미만만이 AI에 대한 명확하고 미래 지향적인 전략을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금융 기관의 65%, 투자 회사의 67%는 고작 12개월 앞만 내다보는 단기적인 AI 전략만을 가지고 있었다.
보고서는 리더들이 당장 눈앞의 문제에만 급급해 보다 장기적인 혁신 계획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명확한 전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메이어 브라운 금융서비스제품팀 공동책임자인 로렌 프라이어(Lauren Pryor)는 “AI 역량 부족이 향후 몇 년 동안 인수 합병(M&A) 활동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프라이어는 “AI는 비즈니스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금융 서비스 리더들은 혁신을 위해 기술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 전략을 재검토하고 AI가 회사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AI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원하고 있으며, 인수 성장을 통해 기술 격차를 빠르게 해소함으로써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AI 혁신, 지정학·규제 리스크에 발목
보고서는 급변하는 지정학적 상황과 끊임없이 강화되는 사이버 보안 규제에 대한 대응이 AI 도입·인수를 고려하는 기업들의 장기적인 혁신 계획 수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관계와 국가별 독자적인 규제 경로 등 경쟁이 심화되는 글로벌 환경에서는 법무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법무팀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평가해 기업이 규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메이어 브라운 소송·분쟁 해결팀의 메간 웹스터(Megan S. Webster) 파트너는 “리더들은 현재와 미래에 발생 가능한 내외부 위협을 정확히 평가하고 예측해,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투자 회사 리더의 84%는 조직이 국제적으로 확장하는 데 지정학적 민첩성이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이는 모든 부문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결론적으로 메이어 브라운의 보고서는 금융 서비스 업계가 AI의 급격한 발전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AI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동시에 변화하는 지정학적 환경 및 규제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금융 서비스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만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확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금융권, 망분리·데이터 규제 완화 ‘절실’
한편 국내 금융권에서는 AI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관련 제도 정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2021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AI 가이드라인은 추상적이고 실제 활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느끼는 응답자들이 많았다. 게다가 금융권 IT 종사자들의 응답에 따르면 망분리, 데이터 결합 및 공유 제한 등의 규제로 인해 AI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금융권에 적용되는 물리적 망분리 규제는 AI 개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AI 개발은 인터넷을 통해 접근 가능한 AI 모델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망분리 규제로 인해 금융권의 인터넷 접속이 제한되어 자체 모델·서비스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IT 종사자들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보안 수준별 망분리 방식을 허용하거나 연구 개발 목적의 인터넷 접근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결합 활용 후 파기 규제에 대한 개선 요구도 거셌다. 현재 데이터 결합을 위해서는 정부 지정 데이터 전문기관에 신청해야 하며, 활용 후 즉시 파기해야 하는 번거롭고 비효율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데이터를 파기하지 않고 저장, 공유, 개방할 수 있도록 금융샌드박스로 지정된 ‘금융 AI 데이터 라이브러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상시 제도화를 통한 데이터 축적과 적시 활용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