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양자 컴퓨터 속 AI 관찰자, 객관적 현실의 비밀 밝힐까? ①
유진 위그너, 외부 관찰자와 내부 관찰자 간의 양자 상태 인식 차이를 통해 양자역학의 역설 드러내
위그너의 사고 실험, 관찰 행위와 관찰자 의식의 관계, 그리고 객관적 실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제기
최근에는 양자 컴퓨터 내 AI를 활용해 위그너의 역설을 실험적으로 검증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AI 관찰자 개발, 객관적 현실의 존재 여부에 대한 해답 제시할 가능성 높아져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세기 초 양자역학은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혁신적인 이론으로 등장했지만, 동시에 과학계에 깊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중첩’이라는 개념은 물리학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양자 물체가 여러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이 개념은 수학적, 실험적으로 증명되었음에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욱이 이러한 중첩 상태는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관찰하는 순간 하나의 상태로 ‘붕괴’한다고 알려져, 관찰자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위그너의 친구’, 중첩과 붕괴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실험 결과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서 1961년 헝가리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는 ‘위그너의 친구’라는 독특한 사고 실험을 제안했다. 이 실험은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실험실 안에서 위그너의 가상 친구가 양자 실험(예: 빛의 깜빡임)을 관찰하는 동안, 실험실 밖의 위그너가 친구와 실험실 전체를 관찰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관찰 행위가 일어나기 전까지 양자 시스템은 여러 가능한 상태가 중첩되어 존재한다. 실험실 안의 친구는 빛의 깜빡임을 관찰함으로써 중첩 상태를 붕괴시켜 빛이 깜빡이는지 아닌지 확정된 하나의 결과를 얻게 된다. 하지만 실험실 밖의 위그너는 친구와 실험실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양자 시스템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위그너의 관점에서는 친구와 실험실이 여전히 빛이 깜빡이는 상태와 깜빡이지 않는 상태가 중첩되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은 양자역학의 근본적인 역설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동시에 관찰 행위와 관찰자 의식의 관계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졌다. 예를 들어 관찰자는 단순히 결과를 확인하는 존재인지, 아니면 중첩 상태를 붕괴시키는 적극적인 행위자인지, 더 나아가 관찰자는 반드시 의식을 가진 존재여야 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물리적 장치도 가능한지 등의 질문들이 이 실험을 통해 제기됐다.
위그너의 사고 실험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지만, 양자역학의 근본적인 문제를 탐구하고 새로운 이론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 실험은 오늘날까지도 활발한 연구 주제로 다뤄지며, 양자역학의 해석과 발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그너의 AI 친구’, 관찰의 의미와 진실에 한발 다가갈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물리학자들은 위그너의 사고 실험을 제한적으로나마 실제 실험으로 구현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물론 사람을 양자 중첩 상태에 둘 수는 없었기에, 빛의 입자인 광자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실험들은 위그너의 역설이 단순한 사고 실험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임을 증명해 냈다.
최근에는 위그너의 “친구”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아이디어가 새롭게 제시됐다. 호주 그리피스대학교의 하워드 와이즈만 교수의 연구팀에 따르면 양자 컴퓨터에 구축된 AI를 활용하면 위그너의 역설을 더욱 현실적으로 탐구할 수 있다고 한다. 양자 컴퓨터의 특성상 AI는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가지는 중첩 상태에 놓일 수 있어, 위그너의 사고 실험을 더욱 정교하게 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양자 컴퓨터 내부에 인간과 같은 사고를 할 수 있는 AI를 구현하는 것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양자 역학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실험 결과에 따라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객관적 실체에 대한 개념을 수정하거나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의 양자 정보 이론 연구 그룹 책임자이자 위그너의 친구 역설 연구에도 참여했던 레나토 레너(Renato Renner) 교수는 양자 역학 AI를 활용하는 이러한 접근 방식에 대해 큰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실제 인간을 대상으로 위그너의 친구 실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반대로 단일 광자만을 사용한 실험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와이즈만 교수와 그의 팀은 이 둘 사이의 절충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며, 매우 훌륭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AI의 생각이 인간의 관찰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AI를 만들 수 있다는 가정하에 실험을 설계하는 과정 자체에서 우주의 근본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희망도 존재한다. 누가 또는 무엇이 진정한 관찰자인지, 관찰 행위가 실제로 중첩 상태를 붕괴시키는지 등을 명확히 밝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인지하는 현실에 대한 절대적인 진실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될 수 있다.
[해외 DS] 양자 컴퓨터 속 AI 관찰자, 객관적 현실의 비밀 밝힐까? ②로 이어집니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