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폐급’ 걸러내기에 등장한 ‘Z세대 Index’
과거 정신 감정, 지능 검사 등에 국한됐던 직원 선별에 조직 문화 적응 역량도 추가되는 추세
미국은 직원들의 SNS 활동을 추척한 조용한 퇴사 지표 개발 필요성 제기되자 논란 되기도
기업들이 고용 계약 대신 프리랜서 계약을 들이미는 경우도 늘어
가깝게 지내는 국내 주요 스타트업 핵심 멤버들을 만나면, 어느 중소기업이나 마찬가지듯이 직원을 못 뽑아서 힘들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나 역시 마음에 드는 직원을 뽑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선별 작업을 ‘인공지능(AI)’을 써서 자동화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은데, 지난 1년 남짓은 직무에 직접 관련된 시험을 치는 것으로 절차를 단순화 해 왔다.
직무 시험을 통과하는 경우도 매우 희박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속칭 ‘Z세대 문제’를 겪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직무 시험을 통과했다고 해도 당장 현업 업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여전히 가르쳐야 할 내용이 산더미이지만, 정작 시험을 통과했다고 의기양양하기만 할 뿐, 회사 업무를 배우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질 않는 경우들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지적하면, 시험을 통과했으니 이제 가만히 앉아서 월급이 들어오는 것만 받겠다는 태도다.
직장의 ‘폐급’ 걸러내기
군대식 용어이기는 하지만 최근들어 인터넷 문화 발달 덕분에 현장에서도 종종 쓰이는 단어 중 하나로 ‘폐급’이 있다. 예전에는 ‘고문관’이라는 표현이 더 자주 쓰였는데,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동료에게 종종 쓰였다.
육·해·공군을 가릴 것 없이 훈련소를 들어가면 정신과 감정과 더불어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데, 이런 검사를 통해서 속칭 ‘폐급’을 걸러낸다. 군 생활을 할 수 없을만큼 정신적으로, 지적으로 심각한 장애가 있는 경우들이 대표적인 예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계선 지능장애’가 있는 장병도 부대에 배치되고, 결국 ‘관심 사병’, 혹은 ‘고문관’으로 찍힌다. 공식적으로 지능지수(IQ)가 71~84인 사람들을 경계선 지능장애로 분류하는데, 정규분포 구성상 징병 대상인 남성들에게서 약 14% 정도 나타난다. 남녀를 포함해서 국내 인구 구성을 기반으로 할 때 약 7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문관’ 같은 사례가 직장 문화에서도 오랫동안 누적되어 왔고, 결국 많은 대기업들이 공채를 진행하면서 ‘폐급’을 걸래내기 위해 위와 같은 방식의 검사를 진행한다. 아마 조금만 큰 기업에 입사를 하게되더라도 신체 검사를 받고 오라는 이야기를 들을텐데,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신과 감정, 지능 검사를 모두 실시하는 기업들도 상당하다.
정신과 감정, 지능 검사
공채를 진행할 수 있는 규모의 회사들이야 지원자들이 검사를 받겠지만, 공채 없이 수시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1인, 1인에 대해 병원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고, 보통은 그런 검사를 진행하지 못한다.
최근 주변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폐급’을 걸러내기 위해 회사 내부적으로 여러 절차를 마련한 것을 보면서, 결국은 의료 검사의 모양만 갖추지 않았을 뿐, 그래서 내용은 좀 다른 모습일 뿐, 결국 같은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데이터 과학에서는 ‘요인 분석(Factor Analysis)’라고 부르는 작업으로, 시험 방식은 다르더라도 결국은 지능 지수를 확인해서 특정 수준 이하인 후보를 걸러내고, 정신과 감정과 유사한 면접 절차를 통해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원을 찾아내겠다는 목적이 동일하니, 숨겨져 있는 변수는 같다는 맥락이다. 어차피 IQ 테스트가 완벽하게 지능을 파악해주지 않는 만큼, 유사한 방법으로 유사한 목적을 달성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적절한 ‘걸러내기’ 도구라고 판단된다.
‘Z세대 Index’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부쩍 늘었다는 ‘Z세대 직장 문화’는 위의 작업으로 걸러내기 쉽지 않다. 한 때 90년대 출생 직원들과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말이 돌았던 시절, 지적됐던 문제들은 조직을 위한 희생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딱 자기 업무만 하면 되고, 담당이 애매모호한 업무는 남에게 미루는 태도, 다급한 일정 때문에 모두가 야근하는데 프로젝트가 망하건 말건 모르겠다는 태도로 퇴근 시간이니까, 내일은 휴가니까 알아서들 해라는 태도, 남들이 바쁘건 말건 내 마음대로 연차를 쓰겠다는 태도들이 그것이다.
이미 그 세대가 직장 생활 경력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남짓 쌓인 시대가 됐다. 아마 그런 태도로 회사 생활을 하신 분들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사기업이면 진작에 자리가 정리됐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관에서도 주변에 민폐 직원, ‘폐급’으로 낙인 찍혀 있을 것이다.
비단 출생년도 문제만도 아닌 것이, M세대인 필자 역시도 사회 초년병 시절에 회사 복지 제도를 개인적으로 악용하고, 지각했다고 지적하면 눈물을 쏟으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 업무를 제대로 안 해 놓은 탓에 다급한 일정이 터져 팀 전체가 밤을 새도록 만들어 놓고는 휴가 간다며 끊어놓은 비행기 표를 취소할 수 없다며 팀원들에게 미루는 동료 직원에 대한 엄청난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 직원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일부러 면전에서 꺼내서 다른 동료들에게 놀림을 받도록 하는 속칭 ‘왕따’를 일부러 자행하는 상황을 가까이에서도 봤고, 동종 업계에 있던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들은 적도 많다.
최근 Z세대 직원들이 앞선 90년대, 80년대 생들이 사회 초년병이었던 시절과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좀 더 ‘눈치없고 책임감없는’ 비율이 늘었을지는 모르겠으나, 회사 입장에서 요구하는 행동 양식만 놓고보면 굳이 ‘Z세대 Index’라고 지칭하는 것보다 ‘조직 적응 역량’으로 지칭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조직을 위한 희생이 없는 자리는 프리랜서
딱 주어진 업무 이외의 모든 업무는 남에게 넘기고, 모두가 야근하건 말건 자기의 퇴근 시간은 챙기고, 자기 탓이어도 시간이 됐으니 연차를 내는 직원들의 행동 양식이 부쩍 늘어서 불만이라면 둘 중 하나의 작업을 하면 된다.
과거 지능 검사, 정신과 감정 작업을 하듯이 그런 직원을 걸러낼 수 있는 ‘조직 적응 역량 검사’를 진행하면 된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문답형 질문지는 이미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고, 대형 공채가 가능한 회사라면 여러 방식으로 심사를 하면 된다. 1970년대에 채용을 했던 고(考)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은 면접 대기실에 일부러 쓰레기를 버려놓고, 그 쓰레기를 줍는 면접자를 우선 채용했다고 하는데, ‘공통 요인(Common Factor)’을 찾는 계산법이라는 데이터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계산에 쓰는 방법만 다를 뿐, 같은 요소를 찾는 전략들이다.
그런 공채 절차가 없는 회사라면, 그런데 조직을 위해 전혀 희생할 생각이 없는 인력이라면, 정규직, 계약직으로 직원을 뽑지 말고, 프리랜서로 직원을 뽑으면 된다. 프리랜서 계약서에는 ‘지연 보상금’이라는 항목이 들어간다. 약속했던 납기일을 어기면 그로 인한 손해 배상을 합의한 방식으로 지불한다는 부분이다. 자기 파트의 프로젝트 업무를 제대로 안 하고 휴가를 가겠다는 분은 휴가를 다녀오면 엄청난 지연 보상금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다 같이 바쁜 시즌에 연차를 낸 직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프리랜서 계약 만기가 가까워지면 재연장을 위해 회식 자리에 일부러라도 참석하려고 할 것이다.
프리랜서 계약과 SNS 활동 기반 ‘조용한 퇴사 지수(Quiet Quitting Scale)’
조직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 이기심에 대한 기업의 적절한 대응은 프리랜서 계약이다. 실제로 스타트업들 사이에 프리랜서 계약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삼성동에서 시리즈 C 투자를 받고 핀테크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퇴사한 직원의 퇴직금 요구에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았다가 담당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최근 중소기업들이 프리랜서로 계약을 바꾸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A씨도 회사 내 업무 중요도에 따라 일부 직원들의 근로 계약을 프리랜서 계약으로 변경하고, 최종 감시감독자만 근로계약으로 운영 중이다.
근로자들이 그런 계약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온다면, 결국 고용 시장은 형성되지 않는다. 기업은 국내에서 채용이 어려워지면 해외 근로자를 찾고 조직 역량 검사에서 ‘폐급’으로 평가 받을 확률이 높은 그 직원은 결국 ‘폐급’이기 때문에 탄탄한 복지와 급여를 제공해주는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이다.
단순한 시험으로 필요 역량을 구분할 수 없던 항공사들은 신입 객실승무원을 2년간 인턴으로 채용한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달리 업무 강도가 높기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그만두고, 덕분에 매년 상당한 규모의 채용을 진행하게 된다.
지난 2022년부터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가 틱톡(Tiktok) 등의 SNS를 통해 Z세대들에게 빠르게 확산되면서, 미국 기업들은 SNS 기록까지 뒤져가며 신입 직원의 ‘조직 역량 검사’를 대체하고 있다. 지난 2023년 6월에는 ‘조용한 퇴사 지수 개발 및 확인법(The Quiet Quitting Scale: Development and Initial Validation)’이라는 논문이 의료심리학계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단순히 직업 만족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회사 안팎에 남긴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성향까지 판단해야 합리적인 예측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개인정보침해 등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개인정보 침해를 막아야 된다는 근로자들의 불만이 컸으나, SNS 활동이 이미 공개된 자료인데다 기업 활동의 자유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적절한 해법에 대한 합의에 시간이 걸리기는 할 것이나, 결국 기업들이 지능 검사, 정신과 검사를 지난 1970년대부터 일반화했던 것처럼, ‘조용한 퇴사 지수’, ‘조직 적응 역량 검사’, ‘Z세대 Index’ 등으로 불리는 또 다른 검사가 채용 시장의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