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스마트링, 인류 ‘피임 고민’의 대안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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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링, 기존 호르몬 피임법 대체재로 부상
생리 주기 추적 위한 체온 측정 정확도 개선이 관건
방대한 데이터 수집 기능으로 연구 성과 향상 기대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스마트링(smart ring)이 기존 호르몬 피임법의 대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웨어러블(wearable) 기술의 발전으로 생리 주기 예측에 필수적인 체온 측정 기술도 함께 향상되면서 간편하고 안전한 피임 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술이 기존 피임법을 대체해 완벽한 효과를 보장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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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스마트링, 생리 주기 예측 기능으로 각광

스마트링 시장의 선두 주자인 핀란드 오우라링(Oura Ring)과 신규 진입자인 삼성 갤럭시링(Galaxy Ring)은 △수면 패턴 △심장 기능 △피부 온도 등의 건강 지표 모니터링을 주목적으로 내세우지만 가장 많은 이용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생리 주기를 예측해 임신과 피임 관리를 도와주는 기능이다.

오우라링의 경우 미 식품의약국(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승인을 받은 내추럴 사이클(Natural Cycle) 앱 장착 후 인기가 급상승했는데, 내추럴 사이클은 스마트링이 감지하는 체온 데이터로 가임기(fertile window) 정보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올해 4월 기준 오우라링 여성 이용자 중 20대의 43%와 30대의 32%가 내추럴 사이클 앱을 사용하는 가운데, 해당 제품들은 갱년기 증상을 모니터링하려는 폐경기 여성들에게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는 스마트링의 입증된 편리성에 비해 피임 도구로서의 효과성은 아직 검증 단계라고 지적한다. 내추럴 사이클 앱이 보통 93%의 피임 성공률을 보이고, 지시를 완벽히 따르면 98%까지 올라간다는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다고 해도 자궁 내 피임 기구(intrauterine device, IUD)의 99%를 넘는 성공률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빠른 성장 예상되지만 가격, 정보 보안 등 문제

갤럭시링과 오우라링을 비롯해 페모미터 스마트링(Femometer Smart Ring), 에비링(Evie Ring) 등이 포진한 스마트링 산업은 팸테크(Femtech, 여성 건강 기술) 산업 성장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는 분야로, 2025년까지 500억 달러(약 66조5,000억원) 규모에 이를 정도의 빠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워치(smart watch)보다 작고 거추장스럽지 않은 데다 배터리 시간이 길고 신체 데이터 수집 기능에만 충실한 점이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한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단점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언급되는데, 무엇보다도 높은 가격이 문제다. 브랜드 제품의 경우 개당 150달러(약 20만원)에서 시작해 최대 500달러(약 66만원)를 넘는 제품 가격에 더해 앱 구독을 위한 추가 비용이 소요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민감한 신체 정보에 대한 보안도 심각한 이슈로 꼽힌다. 특히 미국에서는 낙태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보장했던 연방 대법원 판결(Roe v. Wade)이 2022년 번복된 이후 스마트링에 축적된 개인 정보가 낙태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식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체온 측정 정확성 높여야 기존 피임 수단 대체 가능

결국 많은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대로 스마트링이 완벽한 피임 수단의 역할을 하려면 배란일 전후의 가임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배란기 동안 미세한 체온 변화를 얼마나 잘 측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체온 관찰을 포함한 생리 주기 예측에 기반한 피임의 정확도는 77~98%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마트링이 한계를 극복하려면 섭씨 0.3도에서 0.7도 사이의 미세한 체온 변화를 정확히 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 스마트링 제품의 체온 측정 정확도가 이용자의 피부 두께와 색깔, 연령, 신체 활동, 주변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나마 스마트링이 스마트워치나 밴드(smart band)보다 효과적이라고 인정받는 이유는 손가락에 끼우는 착용 방식에 의한 것으로, 손가락은 손목보다 혈관의 팽창과 수축을 더 잘 감지해 인체 장기의 온도(core body temperature)를 한층 정확히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오우라링이나 내추럴 사이클 등 업체들은 자사 제품의 정확도가 혁신적으로 개선됐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는 극도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피임 도구로 기능하기엔 아직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시카 월터(Jessica Walter) 노스웨스턴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 산부인과학 조교수는 “대부분이 혁신 기술이라기보다 비싸게 치장한 체온계”라고 지적했다.

데이터 수집 기능 통한 방대한 연구 자료 제공 기대

또한 스마트링이 생리주기 예측 도구로서의 신뢰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아직 백인 여성들에게 국한된 연구 대상자 샘플을 다양한 인종으로 확대하고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도록 기술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부인과 의사인 로이신 모티머(Roisin Mortimer) 하버드 공중 보건 대학원(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 애플 여성 건강 연구 프로젝트(Apple Women’s Health Study) 연구원도 스마트링의 편리성과 기능성은 인정하지만, 아직도 체온계 사용이나 혈액 검사를 통한 호르몬 측정을 대체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짚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의사와 전문가는 스마트링의 데이터 수집 기능 자체를 최대 장점으로 인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다. 제품 수용률이 높아질수록 연령별로 다양한 패턴을 보이는 생리 주기 연구에 필요한 기초 자료도 더 많이 제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티머 연구원도 “이전 연구에서 알아내지 못했던 정보들이 밝혀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원문의 저자는 사라 슬로트(Sarah Sloat) 기자 겸 편집자입니다. 영어 원문은 Smart Rings Can Track Menstrual Cycles. But Are They Reliable for Birth Control? |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