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2.2조원’ EU 반독점 과징금 취소 소송서 승소
광고 제한 규정만으로 독점권 행사로보기 어려워
지배력 강화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입증하지 못해
집행위 항소 가능성 시사, 사법재판소서 2심 재개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이 2019년 구글에 부과한 반독점 과징금이 법원에서 취소됐다. 다만 규제당국이 항소 가능성을 시사해 EU 사법재판소에서 재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 “독점 조항을 단편적으로 해석한 오류”
18일(현지시각) CNBC, 로이터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2019년 EU 집행위원회를 상대로 EU 일반법원에 제기한 반독점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EU 일반법원은 “집행위가 벌금을 부과할 당시 평가 조항에 오류가 있었다”며 “집행위가 구글의 온라인 광고에 부과한 14억9,000만 유로(약 2조2,00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2019년 당시 집행위는 2006~2016년 구글이 자사의 광고 중개 서비스인 애드센스의 지배력을 활용해 온라인 검색에서 경쟁사의 검색 광고를 차단함으로써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고 봤다. 애드센스를 통해 웹사이트에 광고를 실을 때 경쟁사를 홍보하는 내용은 배제하는 조항을 뒀기 때문에 웹사이트 운영사가 광고 대상 업체를 선택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구글이 경쟁사의 광고 선택권을 제한해 발생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으로 전가될 것이란 집행위의 판단은 관련한 모든 사항을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경쟁사 광고 게재를 제한하는 조항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독점권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고 집행위는 해당 조항이 검색 광고시장에서 구글의 지배적 위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 등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승소 이후 구글 대변인은 “2016년 집행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이 있기 전에 이미 계약을 변경해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며 “법원이 오류를 인정하고 벌금을 취소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법원의 판결을 신중히 분석한 뒤 항소 등 다음 단계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행위가 항소할 경우 EU 최고 법원인 EU 사법재판소(ECJ)에서 재판이 이어진다.
美 법무부와의 반독점 소송에서도 1심 패소
이번 소송건 외에도 구글의 반독점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는 지난 2020년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불법적인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며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했다. 25년 전 미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이후 최대 규모의 반독점 소송으로 꼽히는 만큼, 현지 언론들은 이를 ‘이정표적 소송(Landmark Case)’으로 칭했다.
해당 재판은 지난해 9월 워싱턴DC 법원에서 본격적인 1심 절차에 돌입했고, 지난달 5일 판결에서 구글이 패소했다. 당시 공개된 판결문에는 “구글은 독점 기업으로 독점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반독점 행위를 했다”며 “미국의 일반 검색 서비스와 텍스트 광고시장에서 독점적 배포 계약을 통해 독점을 유지함으로써 셔먼법 제2조를 위반했다”고 명시돼 있었다. 셔먼법은 자연인 또는 법인 간 경쟁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독점 행위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9일부터는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막는 등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미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해 재판에 들어갔다. 구글은 2007년 온라인 광고 회사 더블클릭을 31억 달러(약 4조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인바이트 미디어, 2011년 애드멜드를 연달아 인수하며 광고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구글은 전 세계 광고 서버 시장·광고주 네트워크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EU에서는 지난 10일 EU 사법재판소에서 진행된 반독점 과징금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구글이 최종 패소했다. 2017년 경쟁위는 검색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가진 구글이 경쟁사보다 자사의 가격 비교 쇼핑 서비스를 우대한 것을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보고 24억 유로(약 3조5,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은 집행위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21년 하급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지만 이날 항소심에서 또다시 패소하며 처분이 확정됐다.
쿠키리스 정책, 프라이버시법 도입 등 변수
다만 구글의 온라인 광고를 둘러싼 독과점 논란은 쿠키리스 정책이 시행되면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4일부터 구글은 자사의 웹브라우저인 크롬 사용자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1%를 대상으로 웹사이트가 제3자인 서드파티 쿠키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사이트 간 추적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크롬에서 이용자의 데이터를 보호하고 통제권을 강화할 새로운 기능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구글은 향후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올 하반기까지 모든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방침이다.
문제는 전 세계 광고업계가 쿠키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진행해 왔다는 점이다. 올해까지 쿠키를 모두 제한하게 되면,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타깃형 광고를 진행하기 힘들어진다. 구글 크롬 웹브라우저의 점유율은 65%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온라인 광고 업계의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구글 등 빅테크의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프라이버시법의 도입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주(州)법에 따라 개인정보 활용을 규제해 왔는데 빅테크들은 국내외에서 각종 소송에 연루돼 수천억원의 합의금과 과징금을 내면서도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해 왔다. 이에 미 상원은 2019년부터 프라이버시법 도입을 논의, 5년 만에 합의안을 도출했다. 법안에 따르면 기업은 이용자에게 타깃 광고를 거부할 권리를 알려야 하고 이용자가 무의식적으로 약관에 동의하도록 유도하는 기만적 요소, 이른바 ‘다크 패턴’을 사용해선 안 된다.
한편 이날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구글이 EU의 반독점 소송을 끝내기 위해 온라인 중개 서비스인 ‘애드엑스(AdX)’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당초 이 사안에 문제를 제기한 유럽출판인협의회가 거부하며 성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구글이 나서서 자사 사업의 매각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은 지난해 유럽출판인협의회가 제기한 민원으로 EU 규제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으며 조만간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