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 부담에 해외로 눈 돌린 빅테크들,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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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웹서비스, 영국 데이터센터 건립에 2.8조원 투자
MS도 전기요금 저렴한 스페인에 데이터센터 설립 추진
한국은 정부 규제·전력난 등 데이터센터 구축 강점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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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데이터센터/사진=M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역을 물색하고 나섰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때 전기요금과 탄소배출권, 부동산 임대료 등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美 빅테크들, 데이터센터 이전 박차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AWS는 지난 10일 영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결정하고, 2028년까지 80억 파운드(약 14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늘어나는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투자다. AWS는 2016년 영국에 처음으로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조성을 시작했고, 이후 점진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MS는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 내년까지 21억 달러(약 2조8,200억원)를 투자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데이터센터는 현지 기업에 인공지능(AI)·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 분석, 사이버 보안에도 활용될 방침이다. 구글은 베트남 호치민시에 5억 달러(약 6,700억원)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인구가 1억 명에 달한다는 점과 디지털 서비스 수요가 늘며 자회사인 유튜브가 급성장한 것이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유리한 英·스페인·베트남 각광

이들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이전하는 배경에는 막대한 운영 비용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탄소배출권 구매 부담이다. 구글이 지난 6월 발표한 연례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13% 늘어난 1,430만 톤에 달했다. MS도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이후 탄소배출량이 29% 증가했다고 밝혔다. 탄소배출량이 늘면 다른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두 번째는 전력 비용으로, 빅테크들이 앞다퉈 재생에너지 사용이 활발한 지역으로 옮기는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WS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는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큰 재생에너지 시장 중 하나다. 2020년 기준으로 풍력, 태양열, 바이오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 전력 소비량의 43%를 차지했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1조 킬로와트시(kWh)의 전력 생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는 데스크톱을 2억 대 넘게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일본도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일본은 2022년 전체 전력 소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26%까지 확대했고, 2030년에는 38%까지 늘릴 방침이다. MS가 선택한 스페인 역시 연간 총 발전량의 50.3%인 13만4,321기가와트시(GWh)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정도로 관련 시장 규모가 크다. 다른 유럽 국가보다 전기요금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올해 기준 스페인의 전기요금은 1kWh당 24.1유로센트(약 344.63원)로, 유럽 지역 평균(28.3유로센트)보다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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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데이터센터/사진=카카오

데이터센터 유치, 국내는 지지부진

반면 우리나라는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의 데이터센터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부 규제가 지목된다. 한국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선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 계통 영향평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직접 정보통신시설보호 지침’ 등을 먼저 수행해야 하는데, 이것이 사업자 부담으로 작용해 투자 우선순위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시장의 기형적인 망 사용료 구조로 인해 데이터센터 구축 이후 책정될 천문학적인 망 사용 비용에 대한 우려도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력수급이 불안정한 점도 매력을 상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공장과 달리 고전압의 전기가 필요해 통상 154㎸(킬로볼트)나 345㎸를 사용한다. 데이터센터 1개소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40~100㎿(메가와트) 수준으로, 주택용(3㎾) 기준 1만3,000~3만3,000가구에 공급 가능한 용량이다.

그런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가 몰리면서 전력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일례로 신덕은변전소와 신파주변전소 계통으로 345㎸ 전압을 송전하는 파주시에서는 지난 2022년 변전소 용량이 포화되면서 전기사용신청 전 단계인 전기사용예정통지를 접수한 고객 25명 대부분이 한전으로부터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최근까지도 예정 통지를 접수한 데이터센터 중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렇다 보니 국내 데이터센터 건립을 타진하다 다른 국가를 선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유튜브 서비스 등의 폭발적인 트래픽 증가를 이유로 국내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고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이 무산되고 데이터를 백업 및 관리하는 중개 서버만을 운영하기로 한다. 이후 구글은 아시아 다른 국가에서 데이터센터 부지를 찾았고, 최종적으로 지난해 일본에 데이터센터를 세우면서 아시아 지역의 데이터 관리 거점을 확보했다.

리전을 통해 데이터센터 구축 밑 작업을 진행했던 AWS 역시 구글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다. 2020년 이전까지는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추가 인력 채용 및 본사 인원도 직접 배치됐으나, 최종적으로는 해당 인력들이 다시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로 재배치되는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AWS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는 정상 운영되고 있지만, 추가 투자 등에 있어서는 후순위로 밀렸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