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튀니지 교육의 ‘식민지 유산’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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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식민지 시대 교육 불평등 극복하고 ‘보편 교육’ 실현
지속적 투자, 효율적 정책, 불평등 해소 의지 결합 성과
‘교육 기회 확대’에서 ‘양질 교육 제공’으로 목표 전환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식민지 피지배의 경험은 지배 종식 후에도 오랜 기간 주민 삶의 다양한 방면에 영향을 미치며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1881~1956년까지 75년간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은 튀니지는 독립 후 지속적인 교육 개혁을 통해 식민 교육 제도가 남긴 차별과 한계를 극복해 왔다. 튀니지의 사례는 지속적 투자와 효율적 정책, 교육 격차 해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식민 지배가 남긴 교육 불평등을 극복하고 보편적 초등 교육(universal primary education)을 실현한 본보기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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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식민지 교육 시스템, 튀니지 문맹률 감소에 지대한 영향

프랑스에 의한 튀니지 식민 통치 기간 프랑스 및 튀니지 아동을 위한 공립 초등교육 기관들이 설립됐으나 교육 시스템 자체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이주민 학생들에 맞춰 설계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튀니지 아동들의 식민지 초등 교육 시스템 편입은 식민 지배가 끝나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까지도 문맹률 감소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튀니지의 식민지 시대 교육 시스템이 국민들에 미친 장기간의 영향을 분석한 최근 연구는 1931년 당시 튀니지 학생들의 취학률 1% 증가가 2014년 1.8%포인트의 문해율(literacy rates) 상승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이는 2014년 현재 튀니지 내 행정 구역당 889명의 문해력 인구가 더 많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이 수치는 튀니지 독립 후 식민지를 떠난 유럽 이주민을 제외한 것으로 오로지 튀니지 학생들이 이뤄낸 교육적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식민지 교육 시스템이 튀니지 주민의 문맹률 감소에 미친 긍정적 영향은 식민 통치 후반부인 20세기 중반 출생 인구에서 두드러지는데 특히 1945~49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에서 식민지 교육기관 입학과 초등학교 졸업 간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튀니지가 독립 이후 보다 보편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하고 식민지 시대 교육 기관이 감소하면서 식민지 교육 시스템이 젊은 세대에 미치는 영향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1990년대생이 취학하는 시기에 이르면 튀니지 아동의 초등학교 취학률이 96.4%에 달하는 것으로 볼 때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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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식민지 초등학교 취학과 졸업 간 상관관계
주: 5년 단위 출생 인구 집단(X축), 식민지 공립 초등학교 취학률과 졸업률 간 상관계수(Y축), 95% 신뢰구간, 1984년 조사 결과(점선), 2014년 조사 결과(실선) *1945~49년 식민지 공립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동들의 졸업률이 가장 높았음을 의미 *튀니지의 식민지 공립 초등학교는 독립 후에도 유지되었으며 교육 개혁을 통해 감소하고 있음/출처=CEPR

지속적인 교육 투자로 보편적 초등 교육 실현

1956년 독립 이후 튀니지 정부는 하비브 부르기바(Habib Bourguiba) 대통령 지도하에 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후 식민지 교육 시스템에서 발생한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전국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일련의 교육 개혁을 단행한다. 교육 개혁이 시작된 1958년만 해도 튀니지 국민의 진학률은 매우 낮아 베자(Beja), 카이루안(Kairouan) 등 벽지 초등학교 진학률이 13%에 머물렀고 수도인 튀니스(Tunis)조차도 42%에 지나지 않았다.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정부의 투자는 빠르게 늘어 당시 국가 예산의 18%에 머물던 교육 지출이 1967년에 이르면 32%까지 증가한다.

교육 투자에 힘입어 빠르게 증가하던 초등학교 취학률은 그러나 1970년대 들어 60% 부근에서 정체를 보이며 전체 인구의 문맹률 감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튀니지 정부가 1990년 전후 6~16세 해당 인구에 대한 의무 교육(compulsory education) 제도를 도입한 결과 1994년 6~11세의 초등학교 진학률은 86.2%, 2014년에는 99%라는 획기적인 기록을 달성한다. 결국 튀니지 정부가 독립 후 50년간 진행한 교육 개혁과 투자는 전 국민 교육 기회 확대라는 중대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식민 지배에서 비롯된 지역 간 교육 격차까지 대폭 줄이는 결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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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주요 교육 지표 추이
주: 연도(X축), 학생 수(좌측 Y축), 교사 1인당 학생 수(좌측 짙은 막대), 학급당 학생 수(좌측 옅은 막대), 비율(%)(우측 Y축), 문해율(우측 짙은 막대), 취학률(우측 옅은 막대, 6~14세)/출처=CEPR

‘교육 기회 제공’에서 ‘양질의 교육’ 통한 ‘경제 발전’으로

튀니지의 식민지 교육 유산은 현재 교육 시스템 속에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남아 있지만 튀니지 정부의 지속적인 개혁과 투자는 역사가 무조건적인 숙명이 되지 않음을 입증했다. 전 국민에 대한 보편적 교육 기회 제공을 통해 식민지에서 비롯된 교육 불평등이라는 유산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제 튀니지가 마주하고 있는 과제는 단순한 교육 기회의 제공이 아닌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는 일이다. 2000년 UN(United Nations)이 설정한 ‘밀레니엄 개발 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는 보편적 초등 교육 달성을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제시하고 있으며, 튀니지는 이제 다음 단계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말레케 푸르아티(Maleke Fourati) 남지중해대학교(South Mediterranean University) 부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ddressing the lingering effects of colonial influence on educational institution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