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웰’ 업고 질주하는 엔비디아, SK하이닉스 등 HBM 제조사 수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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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웰 12개월 치 공급량 매진, 주가 고점 갱신한 엔비디아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반사이익 누릴까
'AI 열풍' 속 HBM에 수요 편중, 양분된 글로벌 반도체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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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AI 칩 신제품 ‘블랙웰’/사진=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 주자 엔비디아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신 AI 칩 제품인 ‘블랙웰’의 12개월분 물량이 매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뛰어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블랙웰의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SK하이닉스 등 국내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사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엔비디아 신제품 블랙웰, 수요 폭발적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43% 오른 138.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6월 18일 기록한 전 고점(135.58달러)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3분기 어닝 시즌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인 블랙웰 수요가 탄탄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2일 미국 IT 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는 모건스탠리의 분석가들을 인용, 향후 12개월 동안의 엔비디아 블랙웰 공급이 매진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블랙웰을 주문하는 신규 고객들이 제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2025년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전언이다. 블랙웰은 H100과 H200의 뒤를 잇는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 칩으로, 오는 4분기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다.

韓 반도체 기업 수혜는?

블랙웰 완판 소식이 전해진 뒤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나란히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53% 오른 6만8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지난 10일(종가 5만8,900원) 이후 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6만원대를 회복한 것이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도 0.81% 오른 18만7,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 초반에는 3.39%까지 상승 폭을 키우며 ’19만닉스’ 탈환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장 후반 들어 상승세가 꺾였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선전’이 HBM을 생산하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엔비디아 AI 칩 공급망의 핵심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7월 HBM2E(3세대), 2022년 6월 HBM3(4세대)을 먼저 양산하며 HBM 시장 주도권을 잡은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HBM3E(5세대) 8단 제품을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납품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다만 한편에서는 아직 HBM 시장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삼성전자가 혜택을 볼 가능성은 작다는 평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부진한 HBM 경쟁력으로 글로벌 AI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며 “블랙웰의 수요가 아무리 폭발적이라고 해도,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을 납품하지조차 못한 삼성전자에 돌아오는 혜택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삼성전자 HBM3E 제품은 1년 넘게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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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범용 D램 시장 ‘양극화’

한편 일각에서는 반도체 시장 수요가 AI 칩·HBM에 지나치게 편중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범용 D램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HBM 수요가 과열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최근 범용 D램 시장과 HBM 시장은 명백히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PC, 모바일 등 범용 메모리 수요가 감소하면서 범용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0~5%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시장 수요가 몰리고 있는 HBM 가격은 같은 기간 8~13%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6%에서 4분기 7%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 회복을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 숀 킴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투자 의견 하향 관련 질의응답(FAQ on Memory Downgrade)’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HBM만으로 전체 D램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상승하도록 하지는 못한다”며 “주가가 더 상승할 여력(Upside)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초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HBM 공급에 초점을 맞추면서 범용 D램 수급이 감소,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그는 “선제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줄여야 업황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감산이 반도체 과잉 공급 기간을 줄이고 고객사의 행동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요 측면에선 2025년 (HBM을 활용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점점 더 커지면 (반도체 업황에 관한) 관점이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HBM 용량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