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토익 뤼이드(Riid)의 쓸쓸한 한국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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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2천억 투자 받고 해외 진출 나섰던 AI토익 전문 기업 뤼이드, 미국서 실패 후 한국에 집중 선언
미국 주요 교육 전문가 영입하며 시장 적응 시도 했으나 지난 8월 미국 사업 철수
작년 말 퀼슨 인수하며 대표이사도 교체, 창업자 장영준 대표 사임

AI 기반 시험 문제 예상 서비스로 유명세를 모았던 뤼이드(Riid)가 결국 글로벌 사업을 모두 철수하고 한국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말 이미 대표이사가 교체되며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것이 복수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뤼이드는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에서 산타토익으로 월간 사용자 5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유명세를 끌었던 바 있다. 이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로 부터 2천억원의 투자를 받고 해외 진출을 선언했으나 미국 사업에서 매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데다, 한국에서도 수익성을 내지 못해 속빈 강정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영어 학습 콘텐츠 제공업체 퀼슨을 인수하면서 퀼슨의 박수영 대표이사가 합병 법인의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창업 장영준 대표는 고문직으로 물러났다. 이후 올해 8월에는 미국 사업을 공식 철수했고, 내부 정리를 거쳐 한국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진=뤼이드

기술없이 마케팅만 있던 AI사업의 종말

뤼이드가 지난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2천억원의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벤처업계에서는 과연 뤼이드가 실제로도 AI 기술력을 갖춘 회사인지에 대한 논란이 한동안 지속됐다. 뤼이드는 학계에서 B~C급 정도로 분류되는 학회지들에 기본적인 딥러닝 모델을 돌린 것에 지나지 않는 내용을 바탕으로 논문을 발표한만큼, 고급 기술을 갖췄다고 마케팅을 했지만, AI분야 전문가들은 데이터 전처리에 인간이 손을 많이 쓰고 분류를 세분화했을 뿐, 실제로 토익 예상 기출 문제를 뽑아내기 위한 기계적 추론이 돌아간 것은 아니라고 단정지는 경우가 많아, AI분야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한 일반 투자자들과 대중들에게 사실 관계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적도 있다.

이후 뤼이드가 한국 마케팅을 축소하고 미국 시장에 집중하면서 논란의 대상에서 벗어나기는 했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시장이 토익 시험등에서 시험 점수를 잘 받는 것이 아닌, 실제로 언어 실력을 갖춘 인력들을 뽑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고급 인력 시장인만큼, 한국 방식의 쪽집게 과외현 사업 모델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컸다. 뤼이드는 미국 시장 적응도를 높이겠다는 시도로 미국의 수학능력시험으로 알려진 SAT 시험 출제 기관 고위직 관계자들을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지난 2023년에는 SAT, ACT 등의 미국 주요 대학 입시 관련 시험 대비용 ‘알테스트’를 출시하기도 했으나,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미국 거주 한인들의 주로 모여사는 뉴저지의 한 대학입시전문 컨설팅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대규모 투자금을 바탕으로 뉴저지 및 로스엔젤레스 등지의 주요 한인 타운에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으나, 미국 입시가 단순한 SAT 입학 시험 점수에 국한되지 않는 만큼, 학부모 및 학생들로부터 관심을 받는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어 토익에서 활용했던 기출문제 기반 예상문제 추출 방식이 SAT에서 크게 성공적이지 않았던만큼, ‘알테스트’도 문제 예상보다는 부족한 분야 점검 등의 서비스로 변형되었던 점도 시장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했던 이유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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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뤼이드

기출 문제 활용의 법적 이슈 넘지 못한 것도 요인

해당 교육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기출 문제를 활용해 예상 문제를 추출하는 사업 모델이 미국에서 지적 재산권 침해 문제를 넘지 못한 것도 실패의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기출 문제를 보고 공부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한국, 중국과 달리, 영미권 교육은 기출문제는 문제 유형 파악이라는 관점에서 활용하고, 이후에는 관련된 분야에 대한 학습을 통해 실력을 쌓아올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 주류라고 설명했다. 시험 점수가 높더라도 수업 참여도, 대외 활동, 학생 논문 등, 다양한 활동 결과물을 통해 시험 점수가 실력임을 입증할 수 있는 복합적인 입시가 진행되고 있는만큼, 한국식 쪽집게 과외형 시험 대비 서비스가 미국 사회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실패를 겪은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한 일본 영어 교육 관계자의 지적이다. 동경 시내의 모 어학원에서 영어 교육을 2019년까지 하다 2020년 이후로는 온라인 교육으로 이전했다는 관계자는 산타토익이 일본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긴장하기도 했으나, 영어 실력을 시험 점수가 아니라 현장에서 업무 능력으로 판단하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에 맞지 않는 서비스였다고 설명했다. 일본 학생들은 토익 공부를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반면, 산타토익 시스템은 한국에서와 같이 시험 점수가 몇 점 오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600점 대 이상이면 기업 지원에 장애를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이은 대형 실패로 국내 벤처 업계만 위축

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손정의 회장의 어리석은 투자라는 질책보다, 뤼이드 장 전 대표의 사탕발림형 마케팅이 더 큰 문제였다고 입을 모은다. 실질적인 AI 기술에 대한 연구 및 실력 향상은 전혀 없이, 외부에 AI 기업이라는 마케팅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일반 대중에게는 먹혔을지 몰라도, 업계 전문가들에게는 되려 전문성이라는 것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부작용만 낳았다는 것이다.

산타토익의 대규모 투자 건을 보고 2021년 하반기부터 수학 교육에 AI를 적용하겠다는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성공 모델이 있으니 쉽게 대박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안이한 관점을 가진 벤처투자자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40대 초반까지 소형 주식 전문 펀드매니저를 하다 벤처투자사로 자리를 옮겼다던 한 관계자는 당시 AI 수학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줄을 서가며 기업 가치를 올려서 평가해줬던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품 기반으로 막대한 투자를 받았던 스타트업들이 실체 없던 사업 모델이 드러나면서 무너지자, 벤처 업계는 빠르게 냉각되는 분위기다. 벤처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되려 성실하게 사업을 키우고 있는 업체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벤처사업가는 뤼이드의 장 전 대표를 코인 업계의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에 비교했다. 거품을 키우면서 시장에 큰 영향을 줬지만 기초가 탄탄하지 않았던 탓에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것에 그치지 않고 시장 자체를 와해시켜버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