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산정을 위한 도전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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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계량화 방식 ‘제각각’
‘기후 피해 함수’, ‘포괄적 변수’ 사용 및 ‘가정 정교화’ 통해 정확성 보완해야
‘사회경제적 변수’, ‘인간의 적응력’까지 분석에 포함시켜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계량화하는 것은 효과적인 정책 수립과 재정적 안정을 위해 필수적인데, 최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기는 했지만 아직도 기후 변화로 인한 손실 측정 방법들은 각자의 접근 방식에 따른 장단점들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피해 함수’(damage function, 자연환경 파괴와 그로 인한 피해 간 관계를 나타내는 함수) 개념이 큰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지만 더 많은 연구와 교류를 통해 가정들을 정교화하고 보다 넓은 범위의 기후 변수들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들 간 열린 대화가 기후 변화의 경제적 손실을 더 포괄적이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모델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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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정확한 산정 방법 아직 없어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극한의 날씨가 전 세계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볼 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러한 경제적 손실을 계량화하는 것은 정확한 재무 설계 및 의사 결정을 위한 필수 사항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후 영향의 추산이 아직도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현재까지 제시된 수많은 방법론이 저마다의 장점과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 변화는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는데 최근 자료가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년에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5도가 오른 것으로 측정됐고 이는 올해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으로 이어졌다. 기후 변화는 단순히 기온에 국한되지 않고 홍수, 작물 피해, 더위로 인한 생산성 하락 등을 유발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 역시 자산 손실, 수확량 감소, 노동 생산성 하락 등 다양한 방식과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들과 감독 기관들을 포함한 금융 기관들에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위험을 이해하는 일은 필수적인데 ‘금융 시스템 친환경화를 위한 네트워크’(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를 포함한 다양한 조직에서 위험 산정을 위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나리오들에 가장 필수적인 것은 보통 국내총생산(GDP) 영향으로 측정되는, 경제적 피해에 대한 정확한 추산이라고 볼 수 있다. 해당 목적에는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가 1990년대 초 소개한 ‘피해 함수’ 개념이 중점적으로 활용돼 왔는데 본 개념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손실들을 통합해 경제 모델화한 것으로 이를 통해 많은 방법론과 예측치가 도출됐다.

각각의 ‘기후 피해 함수’들, 장점과 한계 명확

이렇게 만들어진 ‘기후 피해 함수’들은 모두 기후 변화의 경제적 영향 계량화라는 공통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각각의 함수를 도출하는 방법론은 데이터와 가정, 분석 범위 등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나열식 접근법’(enumeration approach)으로 기후 변화가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경로들을 모두 나열하고 각각의 추정치들을 합산해 총 영향을 도출하는 방식인데, 불완전하고 중요한 영향들을 간과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또 하나의 방법론으로 ‘계량 경제학적 접근’(econometric approach)이 있는데 데이터 기반 접근을 강화해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es) 모델을 사용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기후 변화보다는 단기간 ‘날씨 변동’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비해 ‘계산 가능 일반 균형’(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CGE) 모델은 보다 광범위한 경제적 영향 예측을 위해 농작물 생산량 감소나 인체 건강과 같은 다수의 기후 영향을 변수로 활용하는 접근 방식인데, 변수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잡아내는 데 유용하지만 ‘나열식 접근법’과 동일하게 중요한 기후 영향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편 기후학자와 경제학자 등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피해 예측치를 제시하는 전문가 설문조사(expert surveys) 방식도 있지만 개별 전문가의 주관에 의존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중심적인 예측치를 산출하기 위해 그간 도출된 추정치들을 종합하는 메타 연구(meta-studies)도 있는데 빠르게 생산되는 연구 결과들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측면이 있다.

결국 다양한 방법론들이 각자의 접근 방식으로 기후 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바라보고 있지만 전체 그림을 조망할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따라서 각 접근 방식이 가진 차이와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해당 주제에 대한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 변화와 경제적 피해 관계 가정: ‘선형적 관계’ vs. ‘티핑 포인트 존재’

기후 변화와 경제적 피해 사이의 관계성을 정의하는 데도 다양한 견해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토론 주제가 지구 온난화와 경제적 손실 사이에 ‘선형적 관계’(linear relationship)가 존재하는가 에 관한 것이다. 이전 연구들은 일정량의 지구 온난화 증가가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피해를 발생시킨다고 가정했으나, 이에 대한 반론으로 그린란드나 서남극 빙상(ice sheet)의 해빙과 같이 기후 변화가 일정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으면 방대한 규모의 재난적 경제 손실을 가져온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이 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피해 함수’들이 시도돼 왔는데 먼저 양자의 관계를 2차 방정식(quadratic)으로 규정한 함수는 섭씨 6도의 기온 상승에서도 GDP 하락률을 8.5% 정도로 예측해, 높은 온난화 수준에서도 피해 규모를 크게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차 다항식(higher order polynomial)과 지수 모델(exponential) 등을 이용한 함수들은 현재 수준의 온난화 수준에서는 비슷한 예측치를 제시하지만 매우 높은 온난화 상황에서는 재난적인 피해 예측치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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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피해 함수’들의 기후 변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 예측
주: 지구 온난화(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 폭, 섭씨)(X축), GDP 손실(Y축), 선형(Linear), 2차 방정식(Quadratic), 고차 다항식(Higher order polynomial), 지수 모델(Exponential)/출처=CEPR

기후 변화와 경제적 피해 관계 가정: ‘성장 효과’ vs. ‘레벨 효과’

양 변수 간 관계에 대한 또 하나의 논쟁은 기후 변화가 경제 성장률 자체의 변화(growth effects, 성장 효과)라는 영구적인 영향을 촉발하는지, 아니면 일시적인 생산량의 변화(level effects, 레벨 효과)만을 초래하는지에 대한 것인데 어떤 가정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추정치가 극적으로 달라진다. 즉, ‘성장 효과’를 가정한 연구 결과가 ‘레벨 효과’ 가정 연구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가지 가정의 절충안으로 기후 변화가 성장률이 아닌 생산량에, 영구적이 아닌 다년간의 영향을 준다는 가정을 사용한 연구 결과들도 나왔다. 이 중 한 연구는 기후 변화가 일시적 영향을 미친 후 끝나지 않고 추가적인 영향을 가져온다고 가정했는데, 이 방식으로 기후 변화가 영구적인 경제성장률 변화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최대 10년까지의 경제적 영향을 측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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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적 영향’ 기후 변화 발생 후 ‘성장 효과’ 및 ‘레벨 효과’ 가정에 따른 GDP 성장률
주: 시간 경과(X축), GDP 로그값(Y축), 기후 변화 발생 미가정(Baseline), ‘레벨 효과’ 가정(Level effect shock), ‘성장 효과’ 가정(Growth effect shock), *’레벨 효과’ 가정 시 바뀐 GDP 성장률은 기후 변화 이전으로 복귀하지만 ‘성장 효과’ 가정 시에는 영속화/출처=CEPR

‘기온 외 기후 현상’, ‘사회경제적 요소’, ‘적응력’ 등 광범위한 변수 포함 필요

마지막으로 기후와 관련한 어떤 변수들이 위험 산정에 포함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있다. 대부분의 연구가 기온 상승에만 초점을 맞춰 왔지만 강수량 변화, 기온 변동성, 가뭄, 사이클론(cyclones) 등 다른 기후 관련 변수들도 많다. 게다가 대부분의 ‘피해 함수’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주민들의 이주 및 무력 충돌, 사망률 등 사회경제적 변수들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주 장벽, 교역 비용, 기반 시설 등을 포함해 인간과 물자의 이동을 제한하는 요소들도 기후 변화의 경제적 영향 분석을 위해 상세히 규명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인간의 ‘적응력’도 포함돼야 할 변수다.

결론적으로 기후 변화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연구 방법론은 아직 진화 중이고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다. 기후 변화가 경제에 영구적인 피해를 주는지 아니면 일시적인 영향에 그치는지에 대한 가정만으로도 기후 피해의 장기적 예측에 비교할 수 없는 차이를 가져온다. 따라서 기후 위험을 보다 정확히 예측하려면 사회경제적 영향은 물론 인간의 ‘적응력’까지 포함한 훨씬 더 광범위한 변수들이 최대한 현실적인 가정하에 포함돼야 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전문가들 간 열린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일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젠 아츠(Senne Aerts)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애널리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Measuring economic losses caused by climate chang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