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7조원 투자하겠다” 롯데백화점, 미래형 쇼핑몰 사업에 박차
롯데백화점, 미래형 쇼핑몰로 중장기 성장 동력 마련
다양한 경험 앞세운 '타임빌라스' 브랜드로 문화적 도전
2030년엔 백화점보다 쇼핑몰, 유통업계 트렌드 변화 조짐
롯데백화점이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미래형 쇼핑몰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기존 백화점과 아울렛으로 양분돼 있던 국내 리테일 산업을 환기하고, 소비 주축인 25~35세대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쇼핑몰 사업에 힘 쏟는 롯데백화점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전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타임빌라스(TIMEVILLAS)’로 명명된 미래형 복합쇼핑몰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를 비롯해 이호설 롯데백화점 기획관리본부장, 이승희 롯데백화점 쇼핑몰사업본부장이 참석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2030년까지 7조원을 투입해 국내 쇼핑몰 사업장을 13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백화점과 아울렛으로 양분해 성장해 오던 국내 리테일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미래형 쇼핑몰을 택한 것이다. 정 대표는 “2030년이 되면 백화점 부문이 전체 롯데백화점 매출의 60%, 쇼핑몰이 30% 수준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쇼핑몰은) 롯데백화점의 핵심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이 미래형 쇼핑몰 사업이 유통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측은 타임빌라스를 쇼핑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숙박, 주거, 업무, 문화생활 등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라며 “쇼핑몰을 프리미엄화해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복합 생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인데, (이는) 유통업의 범주를 넘어 문화적인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베일 벗은 ‘타임빌라스 수원’
롯데백화점 미래형 쇼핑몰 사업의 첫 결과물은 24일 오픈한 ‘타임빌라스 수원’이다. 타임빌라스 수원은 기존 면적의 약 70%를 바꾸는 롯데백화점 역사상 최대 규모의 리뉴얼 프로젝트 중 하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영 테넌트 재단장을 시작으로 캠핑 및 직수입 아웃도어 확대, 지역 최대 프리미엄 키즈 및 스포츠관 조성 등 타임빌라스 수원의 경쟁력 강화에 힘썼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뷰티, 명품 등 럭셔리 컨텐츠를 선보이며 객단가 제고에 힘을 싣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타임빌라스 1호점의 성공을 발판 삼아 타임빌라스 매장을 전국 각지에 배치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송도·수성·상암·전주에 4개의 신규 쇼핑몰을 세우고, 군산·수완·동부산·김해 등 기존 7개 매장을 증축 및 리뉴얼해 쇼핑몰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서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성공 전례를 토대로 쇼핑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쇼핑몰로 몰리는 MZ세대 발걸음
롯데백화점이 미래 먹거리로 ‘쇼핑몰’을 낙점한 배경에는 최근 유통 시장 트렌드의 변화가 있다. 최근 유통 시장의 주력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는 체험 콘텐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넓은 동선 △높은 층고 △여유 있는 주차장 등을 갖춘 개방감 있는 쇼핑 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잠실의 롯데월드몰, 여의도의 더현대서울 등 체험형 매장 및 대형 이벤트 등에 최적화돼 있는 쇼핑몰이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한국과 리테일 산업 성장 구조가 비슷한 일본에서도 뚜렷한 쇼핑몰 선호 기조가 관측되고 있다. 일본 쇼핑몰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시장 규모 면에서 이미 백화점을 추월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일본 쇼핑몰 시장 규모는 약 117조원으로 10년 전 대비 13% 성장했다. 반면 작년 일본의 백화점 시장 규모는 51조원으로 2013년 대비 15% 축소됐다. 아울렛 시장의 경우 2013년 이후 신규 출점 자체가 없을 정도로 정체돼 있다.
한국의 경우 일본과 달리 여전히 백화점이 유통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백화점 시장 규모는 약 39조원인 반면, 쇼핑몰 시장 규모는 아직 5조원 수준이다. 다만 백화점 시장의 성장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은 2030년까지 국내 백화점은 매년 2% 성장하는 데 그치는 반면, 쇼핑몰은 매년 17%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내다봤다. 쇼핑몰 시장 규모 역시 13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