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도 1분 만에” 숏폼 격전지 된 이커머스, ‘숏핑’ 앞세워 반등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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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핑’에 푹 빠진 MZ세대
1분 영상 보고 즉석 구매
신세계쇼핑, 숏핑으로 매출 4배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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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홈쇼핑

국내 홈쇼핑 시장에 시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숏핑(숏폼+쇼핑)’ 바람이 불고 있다. 홈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유튜브 쇼츠 등 SNS에 구매 기능이 더해지면서 TV 홈쇼핑을 보지 않고도 쇼핑을 즐길 수 있어서다. 길게는 한 시간가량 봐야 하는 TV홈쇼핑보다 시성비(시간+가성비)가 뛰어나 MZ세대에게 특히 인기다.

TV 홈쇼핑업계, 숏핑 효과 톡톡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최근 도입한 인공지능(AI) 숏츠 서비스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AI가 20~60분 분량의 홈쇼핑 방송 등을 분석해 자동으로 1분가량의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앱에 노출시키는 서비스다. 신세계라이브쇼핑 관계자는 “일간 상품 클릭수와 조회수가 AI 숏츠를 론칭한 지난 7월 말 대비 5배 이상 늘어났다”며 “해당 숏츠를 보다가 하단의 상품 링크를 클릭하고 바로 구매를 하는 고객이 초창기에 비해 4배 정도 늘었고, 관련 매출도 서비스 제공 초기보다 4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현대홈쇼핑도 지난 8월부터 숏폼 전용 영역인 ‘숏딜’을 신설해 현대H몰 앱 최상단에 영상을 노출시키고 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숏딜 서비스 출시 이전보다 월평균 앱 이용객이 14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자체 유튜브 채널에서 AI 숏폼 시스템도 활용 중이다. AI가 TV나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은 구간을 분석해 1분 하이라이트로 자동 편집한다. 이렇게 생성된 숏폼 콘텐츠의 시청 지속시간은 기존 10분 내외 영상 대비 2배 이상 긴 것으로 파악됐다.

GS샵은 지난해 12월 업계에서 가장 빨리 숏핑 서비스 ‘숏픽’을 선보였다. 이미 지난달까지 1만 개 이상의 홈쇼핑 숏츠 영상을 제작했고, 지난 6월 기준으로 1억 회가 넘는 페이지뷰를 달성했다. 롯데홈쇼핑도 지난 6월 모바일 앱 하단에 숏핑 서비스를 신설해 주요 홈쇼핑 방송이나 히트상품 영상을 30초 분량의 숏폼으로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숏핑 서비스를 신설한 6월 모바일 앱 UV(방문자 수)는 전월 대비 40% 신장했다”며 “숏핑 콘텐츠 조회수는 8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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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온스타일

숏핑 시청 사용자 구매 가능성 3.6배↑

숏폼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인 숏핑은 숏폼에 커머스 기능을 결합한 것으로, 특유의 낮은 장벽과 뛰어난 접근성을 적극 활용한다. 짧은 시간에 제품을 생생하게 담은 영상으로 주목도를 높인 뒤 구매까지 연결하는 식이다.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 시 영상을 시청한 사용자가 그렇지 않은 사용자보다 구매 가능성이 3.6배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숏폼 영상을 통해 제품을 보는 순간, 흥미와 호기심이 생겨 실제 구매까지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SNS에 #Tiktokmademebuyit(틱톡이 구매하게 만들었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영상 조회 수가 30억 회 이상을 기록하는 것만 봐도 MZ세대에게 숏핑이 얼마나 매력적인 쇼핑 메이트인지 짐작할 수 있다. 자동으로 바늘 끝에 실을 넣어주는 제품같이 눈길을 끄는 제품의 영상 끝에 ‘구매처는 본문에’라는 문구를 넣어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이에 틱톡 내 쇼핑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6년 470만 달러(약 65억1,280만원) 규모였던 틱톡 기반 글로벌 소비 시장은 매년 확대돼 지난해 38억4,000만 달러(약 5조3,220억원)로 800배 넘게 성장했다.

유튜브도 지난 6월 국내에서 ‘쇼핑 전용 스토어’를 선보이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간 유튜브는 영상에 자사몰 링크를 연동하는 방식을 지원해 왔으나, 이번에 쇼핑 전용 스토어 서비스를 새롭게 런칭하면서 외부 링크로 이동하지 않고도 영상을 시청하며 바로 상품을 구매하도록 한 것이다.

TV 떠난 시청자들

소비자들이 이토록 숏핑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조건 짧은 콘텐츠를 갈망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첫손에 꼽히는 원인은 개인화된 맞춤형 제안이다. 숏핑에서는 고객의 선호도와 구매 이력, 주요 관심사, 취향을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이 최적화한 맞춤형 콘텐츠로 제품을 추천한다. 고민의 시간이 줄어들어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긴 영상보다 심리적 저항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짧은 영상이니 부담 없이 클릭하게 되고, 반복적으로 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노출되는 제품의 수가 많아지는 것이다.

숏핑 안에 깃든 시성비도 매력을 더하는 요소다. 이미지와 텍스트 중심의 제품 페이지는 스크롤을 내리며 정보를 얻어야 하고, TV 홈쇼핑은 상품당 30분~1시간가량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에 반해 숏핑은 정보를 한층 빠르고 간편하게 전달함으로써 소비자가 훨씬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습득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변화는 TV 홈쇼핑의 영향력이 이전 같지 않다는 시선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가 발간한 ‘2023년 홈쇼핑 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 법인(GS샵·CJ온스타일·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공영쇼핑)의 지난해 방송 매출액은 전년 대비 5.9% 감소한 2조7,2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유행 전인 2019년 3조1,462억원과 비교하면 13.3% 줄어든 수치다. 홈쇼핑업계의 매출감소는 무엇보다도 TV 시청률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2020년 189분, 2021년 186분, 2022년 183분, 지난해 182분 등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