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30지수 편입’ 쾌거 이룬 엔비디아, 인텔은 25년 만에 퇴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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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붐'과 함께 급성장한 엔비디아, 인텔 밀어내고 다우30지수 편입
실적 악화로 신음하는 인텔, 일각에서는 '퀄컴 인수설'마저 제기돼
엔비디아, '다우의 저주' 이겨내고 시총 1위 자리 올라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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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뉴욕 증시에 상장한 지 25년 만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이하 다우30지수)에 공식 편입된다. 반면 25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인텔은 엔비디아에 ‘반도체 제왕’ 자리를 내주고 해당 지수에서 하차하게 됐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형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란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 다우30지수 입성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다우30지수 운영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는 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다우30지수에서 인텔을 제외하고 엔비디아를 편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변경 사항은 오는 8일부터 적용된다. 위원회는 이번 결정이 지수 내 반도체 산업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의 대표성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편입이 이뤄지면 엔비디아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에 이어 다우30지수에 편입된 네 번째 빅테크 종목이 된다.

엔비디아가 다우30지수에서 인텔의 자리를 대체한 것에 대해 미국 CNBC는 “올해 엔비디아 주가는 170% 이상 상승한 반면, 인텔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며 “엔비디아가 다우지수에서 인텔을 대체하게 된 것은 반도체 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반영하는 대대적인 개편”이라고 전했다. 실제 엔비디아는 AI용 반도체 시장의 90%가량을 점유하며 최근 4개 분기 연속 세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3조3,210억 달러(약 4,584조1,090억원)까지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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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기회 놓쳤다” 가라앉는 인텔

이에 반해 30년 전 ‘닷컴 붐’을 주도했던 인텔은 최근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은 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인텔의 주가 하락 폭은 50%를 웃돈다. 인텔의 현재 시가총액은 989억 달러(약 136조원)로, 2020년 초(2,920억 달러)의 3분의 1 수준까지 급감했다. 시장에서 인텔의 다우30지수 제외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인텔의 위기는 시장 흐름에 대한 오판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6년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에 아이폰용 AP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인텔은 당시 모바일 시장의 성장성을 의심하며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이후 2011년 모바일 시장은 PC 시장을 추월했고, PC 중심 사업을 이어가던 인텔은 성장 기회를 놓치게 됐다. 이후에도 인텔은 매출 중심 경영을 이어가며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소홀했다. 인텔의 실적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성장했으나, 반도체 공정은 2014년 14나노미터(1㎚= 10억분의 1m)를 끝으로 2020년까지 6년간 사실상 정체 상태였다.

삼성전자, TSMC 등 반도체 경쟁사의 첨단 공정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실적 악화 흐름은 더욱 뚜렷해졌다. 인텔은 2021년 790억 달러(약 107조원)를 벌어들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지난해 매출은 540억 달러(약 74조원)에 그쳤다. 인텔의 실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최근 시장에서는 퀄컴의 인텔 인수설이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 종료에 맞춰 퀄컴이 (인텔)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 보도했다. 퀄컴은 지난해 기준 모바일 기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한 업체다. PC 시장의 절대 강자 인텔이 모바일 강자에게 인수당하는 굴욕적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우30지수의 ‘징크스’

엔비디아와 인텔의 ‘희비’를 극단적으로 가른 다우30지수는 1896년 출범한 미국 3대 지수로, 미국 주요 업종을 대표하는 3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초우량 대기업 30곳의 주식만 다우30지수의 산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1997년 이후 27년간 교체된 종목은 8개(교체 예정인 인텔과 엔비디아 제외)뿐이다. 다우30지수에서 퇴출당하는 기업의 주주들이 큰 충격에 빠지고, 다우30지수에 새롭게 편입되는 종목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차후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엔비디아가 다우30지수 편입 이후 주가가 미끄러지는 ‘다우의 저주’ 징크스를 극복하고 나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다. CNBC에 따르면 다우30지수에 진입한 주식의 1년간 평균 상승률은 2.4%에 그친 반면, 퇴출당한 종목의 주가는 평균 23.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우30지수에 진입한 최근 10개 종목과 지수를 떠난 10개 종목의 1년 실적을 추적한 결과다. 지난 1999년 ‘닷컴 버블’이 절정에 달했을 때 다우30지수에 편입된 MS는 이후 12개월 동안 주가가 25% 하락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오는 20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공개될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이 주가의 단기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 초 이후 주가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2분기 실적 발표 다음 날 주가가 6.4% 급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