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I 프라이데이스’ 美 본사 “영업 부진에 부채 상환 불능” 파산보호 신청
TGIF, 파산법 11장에 따른 자발적 청원서 제출
미국 법인 운영 39개 매장에만 해당
美 외식업계에 부는 파산 바람 “올해 파산 최다 전망”
경영난에 시달리던 미국 패밀리레스토랑 TGI 프라이데이스(TGI Friday‘s, 이하 TGIF)가 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실패한 데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기조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TGIF 챕터11 신청 “장기간 재정난”
2일(현지시간) TGIF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부채를 해결하고 레스토랑을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파산법 11장에 따른 자발적 청원서를 오늘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연방 파산법 챕터11은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영업을 지속하면서 채무를 재조정하는 절차다. 로히트 마노차 TGIF 회장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앞으로 최적화된 기업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파산보호 신청은 미국 내 39개 레스토랑을 소유·운영하는 미 법인에 한정되며, 세계적인 가맹 브랜드와 지식재산권을 소유한 ’TGI 프라이데이스 프랜차이저, LLC‘는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해당 법인은 41개국의 56개 사업체에 판매한 가맹 브랜드의 권리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TGIF는 “모든 레스토랑은 정상 영업을 유지하며 고객들에게 평소와 같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업체와 매각 협상도 결렬
TGIF 파산의 주된 원인은 코로나19 등이지만, TGIF는 이미 수년 전부터 어려움을 겪어왔다. 산업 리서치회사 테크노믹의 연구 책임자인 케빈 심프에 따르면 1965년 설립된 TGIF의 인기는 2008년 미국 내 601개의 레스토랑과 매출 20억 달러(약 2조7,610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치폴레 맥시칸그릴, 후터스 등 경쟁사에 밀려 사업이 오랜 기간 부진에 빠지며 부채가 쌓인 것이 독이 됐다. 신메뉴 개발과 프로모션 등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서 고객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도 빠졌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무 상태는 더욱 나빠졌고 2022년부터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결국 부채를 상환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이에 현재 미국 내 매장 수는 163개로 작년 269개에서 100개 이상 줄었고, 지난해 매출도 7억2,800만 달러(약 1조50억원)로 전년보다 15% 감소한 상황이다.
재정난에 몰린 TGIF는 결국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이마저도 결렬됐다. 앞서 영국의 레스토랑 운영 기업 호스트모어는 지난 4월 TGIF를 2억2,000만 달러(약 3,03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나 지난 9월 거래가 무산됐다.
미국서 식당체인 파산 잇달아
올해 미국에서 챕터11 파산보호를 신청한 요식업체는 TGIF만이 아니다. 나스닥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생선 타코 전문점 루비오스 코스탈 그릴도 지난 6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루비오스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불황을 견뎌내고 매출이 회복 중에 있었으나 식자재 비용, 인건비 증가에 이어 외식 비용을 줄이려는 고객 발길까지 끊기게 됐다. 이후 루비오스는 파산 절차를 밟던 도중 지난 8월 투자회사 트루캐피탈 매니지먼트에 인수됐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지중해식 체인 로티도 지난 8월 파산 신청을 했다. 로티는 2020년 초까지만 해도 6개 도시에서 42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연 매출 5,500만 달러(약 756억5,000만원)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격히 줄었고, 수십 개의 매장을 폐쇄하는 등 사업 규모를 축소했다. 이에 대해 저스틴 시몬즈 로티 CEO는 “팬데믹 이후에도 소비자들은 외식을 덜 하고 있다”며 “팬데믹 지원금과 건물주의 임대 혜택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밖에 바닷가재와 새우 등 메뉴로 인기를 끌었던 해산물 레스토랑 체인 레드 랍스터도 파산보호를 신청해 지난 9월 법원의 승인을 받았고, 이탈리아식 체인 부카 디 베포, 멕시코 레스토랑 체인 티후아나 플랫츠도 올해 파산보호를 신청한 업체들이다.
이들 요식업체의 공통된 매출 악화 배경으로는 소비자의 외식 감소와 외식 트렌드 변화가 꼽힌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외식 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시장 조사 회사 블랙박스 인텔리전스의 조사 결과, 올해 들어 지난달 6일까지 미국 레스토랑의 동일 매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감소했다. TGIF와 같은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 방문객은 4.5%가량 줄었다.
미국 자산운용사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의 모건 맥클루어 전무 이사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레스토랑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은행들도 외식업체 대출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사 역시 올해 약 100개의 외식업체에 대한 투자를 검토했으나, 대부분 중단했다”면서 한동안 외식업계의 고통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외식업계 경영진과 파산보호 전문 변호사, 은행들 역시 2025년까지 미국 외식 시장에서 더 많은 음식점이 파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파산 정보제공 업체 뱅크럽시데이터는 코로나19 이후 올해는 수십 년 만에 가장 많은 파산 신청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고, 패스트 캐주얼 체인 카바의 브렛 슐만 CEO는 특히 50개 미만의 매장을 가진 음식점 체인이 위기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