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애국 소비’ 덕 톡톡히 본 화웨이, 대대적 인력 충원 돌입
상하이 연구소 직원 최대 3만5,000명 채용
스마트폰 끌고 자동차 밀고, 매출 ‘껑충’
미 제재에 5%까지 떨어진 순이익률 대부분 회복
중국의 정보기술(IT) 업체 화웨이가 인재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꾸준한 매출 상향이 몸집 불리기를 부추기면서 중국 상하이에 개설된 대규모 연구소에만 2만 명이 넘는 인력을 채용하고 나선 것이다. 여타 글로벌 IT 업체들이 시장 불황을 이유로 감원 행렬에 동참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시장 불황 ‘나홀로’ 피해 간 화웨이
5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10월 25일 중국 상하이에 문을 연 200만㎡(약 60만 평)) 규모 연구소의 인력 채용에 한창이다. 화웨이는 내년 2월까지 해당 연구소에서 근무할 2만 명의 직원을 확충하고, 향후 1만5,000명을 추가 채용할 방침이다. 상하이 연구소는 화웨이의 IT 제품에 탑재되는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기술 연구를 위해 설립됐다.
화웨이는 앞서 지난 7월에도 ‘천재 소년 채용’ 프로그램을 실시해 물리·화학, 수학, 컴퓨터, AI 등 다양한 분야에 인재를 채용한 바 있다. 천재 소년 채용은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회장이 직접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최고 인재를 유치한다는 취지에서 2019년 시작됐다. 연봉은 개인 역량에 따라 최소 89만6,000위안(약 1억7,336만원)에서 최대 201만 위안(약 3억8,890만원) 수준으로, 화웨이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2025년까지 300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용 절차는 △서류 전형 △필기시험 △면접시험 △임원면접 △부장면접 △회장면접 △HR면접 등 순이며, 선정된 이들은 높은 수준의 도전 과제와 멘토링을 제공받는다.
이처럼 대대적인 화웨이의 인력 충원은 감원 및 몸집 줄이기에 한창인 삼성전자와 노키아, 에릭슨 등 여타 글로벌 IT 업체들과는 상반된 행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네트워크 사업부 임원 등에 대한 업무 추진비를 대폭 축소했으며, 9월부터는 해외사업부 인력 중 영업·마케팅 직군과 관리직에서 각 15%, 30%를 감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비용 절감을 위해 최대 1만4,000개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밝힌 노키아도 10월부터 중화권과 유럽에서 2,300여 명에 대한 해고 안 협의를 시작했다. 또 에릭슨은 지난 2월 전 세계 법인에서 약 8,500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업무 효율화를 위해 직원들의 재택근무 비중을 50%에서 40%로 줄였다.
자체 개발 ‘메이트60’ 히트로 스마트폰 사업 부활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인건비 지출 확대의 배경으로 급성장한 매출을 꼽았다.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꾸준히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주력 부문인 통신장비 사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단말기와 클라우드를 비롯한 신사업 분야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의 급성장이 눈에 띈다. 화웨이는 지난해 8월 자체 개발에 성공한 스마트폰 메이트60을 출시했다. 해당 스마트폰에는 중국에서 생산한 7나노 칩이 탑재됐다. 메이트60은 6,990위안(512GB 기준, 약 135만원)의 높은 가격에도 출시 후 6주 동안 160만 대가 넘게 팔리는 등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의 부활 신호탄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55.25% 증가한 2,220만 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이 순항하는 동안 자동차 사업의 성장도 이뤄졌다. 2019년 5월 설립된 화웨이 자동차 사업부는 설립 이래 5년 가까이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올해 첫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 상태다. 화웨이 자동차 사업부 매출은 6월 말 기준 100억 위안(약 1조9,37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전체 매출(47억 위안·약 9,107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 1~3분기 화웨이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5% 증가한 5,859억 위안(약 113조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3.7% 감소한 628억 위안(약 12조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 감소는 R&D 확대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화웨이는 올해 3분기까지 전체 매출액의 21.7%를 R&D에 투자했다는데, 해당 비용에는 연구 인력의 인건비 또한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IT 업계 내 R&D 투자가 매출액의 10% 수준을 오가는 점을 고려하면 화웨이는 두 배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셈이다.
애국 소비 최대 수혜, 애플 추월 목전에
이같은 화웨이의 성장세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이 안방이라는 이점을 톡톡히 본 결과다.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열풍이 자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집중된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분야에서 화웨이는 앞서 언급된 메이트60을 비롯해 푸라70, 노바12 등 시리즈를 연이어 선보이며 매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 화웨이 스마트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5.4%로 비보(18.5%), 애플(15.5%)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앞서 미국의 강도 높은 무역 제재로 최신 반도체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급받지 못하면서 스마트폰 사업 자체가 종료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평가가 무색해지는 성적이다.
내수 시장이 탄탄히 받쳐주면서 순이익률도 대폭 개선됐다. 지난 9월 화웨이의 발표에 따르면 회사의 상반기 순이익률은 13.2%로, 지난해(15%)에 이어 10%대를 유지했다. 화웨이의 순이익률은 2019년 8.7%, 2020년 9.2%, 2021년 9.8% 등 9% 선을 오가다 미국의 무역 제재가 본격화한 2022년 5.0%까지 떨어진 바 있다. 쉬즈쥔 화웨이 순환회장은 “상반기 전반적인 경영 상황이 예상치에 부합한다”고 평가하며 “우리는 전체 프로세스에서 고품질 전략을 관철 중이며, 산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최적화해 생태계 번영을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