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피자헛처럼 되나” 프랜차이즈 업계 휩쓰는 가맹점주 소송 리스크
"200억원 배상하라" 한국피자헛,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패소
맘스터치, 더본코리아, 파파존스 등도 줄줄이 분쟁 휘말려
높아지는 프랜차이즈 업계 진입 장벽, 시장 침체 우려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맹점주 소송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피자헛이 점주들과의 소송전에서 패배하며 수백억원 규모의 배상금 부담을 짊어지면서다. 한국피자헛 외에도 더본코리아, 맘스터치, 파파존스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줄줄이 가맹점주와의 분쟁으로 홍역을 치른 가운데,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의 분쟁이 시장 전반의 성장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피자헛, 패소 후 회생 신청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은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회생법원 회생12부(오병희 부장판사)는 5일 피자헛에 보전 처분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보전 처분은 회생 신청 회사가 자산을 처분해 특정 채권자에게만 변제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포괄적 금지 명령은 반대로 채권자들이 기업회생 개시 전에 강제집행·가압류·경매 등으로 회사의 주요 자산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채권을 동결하는 처분이다.
피자헛은 회생 절차 개시 신청과 함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프로그램도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ARS 프로그램은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최장 3개월까지 미루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채권자와 구조조정 관련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피자헛이 회생신청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가맹점주들과 벌인 소송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2020년 피자헛이 가맹점 동의 없이 원·부재료 가격에 차액을 붙여 납품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 한국피자헛 유한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9월 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부당이득금 210억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이에 불복한 피자헛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고등법원 판결로 채권액이 강제 집행될 경우 피자헛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일단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회생 절차를 통해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누적되는 프랜차이즈 업계 분쟁 사례
업계에서는 피자헛의 사례가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직면한 소송 리스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전까지는 일부 점주가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프랜차이즈 본사에 돌아오는 타격은 크지 않았다. 가맹점 특성상 각 점주의 이해관계가 달라 한 점주의 소송이 집단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맹점주들이 불매운동으로 본사에 압박을 가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하며 본사와의 갈등을 해결해 온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본사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검토하는 점주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일례로 일부 맘스터치 가맹점주로 구성된 전국맘스터치가맹점주협의회는 3년 전 가맹본부가 주력 제품인 싸이패티 소비자 가격, 원·부재료 공급가격 등을 인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장기간 이어진 분쟁은 지난 9월 맘스터치 본사의 승리로 끝이 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지혜)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부재료의 공급 가격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가맹본부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결정할 수 있다”며 “가맹본부가 진행한 물대 인상은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가맹법에서 정한 가격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실체적 하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 역시 연돈볼카츠 8명의 점주로 구성된 가맹점주협의회와 지난해 12월부터 분쟁을 겪고 있다. 양측은 경기도청 가맹사업거래 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분쟁 조정을 진행했지만 협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지난 7월 공정위에 사건이 접수됐다. 이와 관련해 공동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공정위 조사·심의 결과에 따라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인해 영업실적 및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증권신고서를 통해 밝힌 상태다.
“이래선 누가 프랜차이즈 하겠나” 시장 우려 커져
피자헛과 동종업계 기업인 파파존스 역시 최근 가맹점과의 분쟁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달 공정위는 필수품목 강제·매장 리모델링 비용 전가 행위(가맹사업법 위반)를 한 파파존스에 과징금 14억 8,2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파파존스는 2015년 7월부터 지금까지 가맹점들이 일부 세척용품을 가맹본부에서만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가맹본부가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한 사업자로 구매처를 제한하는 ‘필수 품목’에 세척용품을 포함한 것이다. 가맹본부의 필수 품목 지정은 원칙적으로 금지 행위지만, 브랜드 동일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파파존스가 필수품목에 포함한 세척용품은 손 세정제와 손 소독제, 기름때 제거제, 바닥 클리너, 다목적 클리너 등 15가지로 확인됐다. 파파존스가 해당 세척용품들을 9년 3개월간 가맹점주에 되팔며 챙긴 이익은 5억4,700만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파파존스가 구매를 강제한 세척용품들이 피자의 맛이나 품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파파존스가 불필요한 필수 품목 지정으로 가맹점주의 선택권을 과하게 제한했다고 봤다.
이에 더해 파파존스가 가맹점주들에게 리모델링 비용을 부당하게 떠넘겼다는 사실도 적발됐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파파존스는 2015년 8월부터 2022년 4월까지 가맹점 25곳에 매장 리모델링을 요구하며 비용을 모두 점주에게 전가했다. 파파존스는 운영한 지 10년이 넘은 매장들을 대상으로 리모델링을 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고 점주에 합의서를 쓰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가맹점 25곳의 점주들이 10억6,800만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지출했다. 반면 파파존스 본사는 자사 몫의 부담금 2억1,300만원을 내지 않았다. 가맹본부가 노후한 가맹점에 리모델링을 요구할 경우 리모델링 비용의 20%를 함께 부담해야 한다. 이에 공정위는 파파존스에 리모델링 비용을 점주들에게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곳곳에서 가맹본부와 점주들의 분쟁 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잦은 분쟁이 프랜차이즈 업계의 성장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회사 차원의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각 매장의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점주들은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이미 많은 프랜차이즈가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분쟁이 ‘당연한 것’이 되면 시장 진입하는 업체들이 줄어들며 시장 전반이 가라앉을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