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2류 국가, 2류 인재

⑧이민 받지 말고 한국 기업이 해외진출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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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지적 역량을 활용해야하는 기업은 인재 수입보다 기업의 해외 진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
리모트 활성화로 해외 인력 뽑아서 쓰고 더 높은 효율성 내는 기업들도 속속 늘고 있어
1990년대 관세 장벽 철폐 후 글로벌 상품 경쟁에 밀린 업체들이 도태된 것처럼,
2020년대 인력 이동 장벽 철폐되면 역량 부족한 인력들이 도태될 가능성 높아

이민청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가운데, 우리가 원하는 고급 숙련 인재는 못 받고, 저숙련 노동자들만 대규모로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도 많고, 숙련도와 별개로 문화적, 언어적인 장벽을 극복 못하는 인력들이 한국 사회에 진입했을 때 낳을 사회적 파장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세계 2차대전의 인력 손실을 보충하려고 식민지 출신들을 대량으로 받았던 서유럽 국가들은 요즘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이민자들로 인해 각종 사회 문제를 겪고 있다. 서구권의 우파 지식인들 중에는 나라가 이미 점령 당했다는 표현을 쓰는 분들도 많고,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이민자들을 자국으로 돌려보내야 된다는 주장도 봤다. 극우로 불리는 정치인들이 연이어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도 같은 사회적 흐름을 잘 반영해준다.

실패의 경험을 연이어 간접학습하고 있으면서 정작 우리가 같은 전철을 밟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국내에도 대두되는 가운데, 차라리 이민을 받지 말고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면 어떻겠냐는 주장도 자주 나온다. 이미 해외에 진출한 기업도 많고, 반면 현장 인력이 필수인 경우도 많은데, 언제 어떤 경우에 해외 업체 설립이 합리적인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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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나간다는 것 = 스타트업을 새로 차린다는 것

우선 인력들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놓고 보면, 자기 나라에서 일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가장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선택이고, 사회 시스템 측면에서도 이미 장기간 구축되어 있는 교육, 사회, 문화적 역량이 기업 문화에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동작할 가능성이 높다. 즉,

  • $Y_{K}$ = $v_{K} \cdot H^{\alpha}_{K} \cdot K^{\beta}_{K} \cdot M^{\gamma}_{K}$
  • $Y_{F}$ = $v_{F} \cdot H^{\alpha}_{F} \cdot K^{\beta}_{F} \cdot M^{\gamma}_{F}$

한국($K$)과 해외($F$) 국가 모두가 자기 나라 사정($H$, $K$, $M$ 조합)과 역량($\alpha$, $\beta$, $\gamma$)에 맞춰 사회적으로 시스템이 효율화 되어 있다.

때문에, 외국인 직원을 한국에 데려와서 생기는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처럼, 한국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도 각종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기업 설립이 자본금으로 이뤄지니까, 노동력을 $H$로 둔 것처럼 기업을 $M$으로 두면,

  •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 채용: $Y_{K}$ = $v_{K} \cdot H^{\alpha}_{F} \cdot K^{\beta}_{K} \cdot M^{\gamma}_{K}$
  • 한국 기업의 해외 지사 설립: $Y_{F}$ = $v_{F} \cdot H^{\alpha}_{F} \cdot K^{\beta}_{F} \cdot M^{\gamma}_{K}$

로 표현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식을 문장으로 풀어내면, 한국 기업은 해외에서 그 나라의 인력($H$), 지적 역량($K$)을 활용할 수 있는 인적 효율성($\alpha$)과 지적 역량 활용도($\beta$)에 의존해서 사업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술력이 낮은 상품들인 운동화 같은 제품들을 저임금 노동력, 지적 역량이 낮은 나라에서 외주로 생산하는 것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사례다. 최근 인텔이 이스라엘에 AI반도체 관련된 연구 지사를 설립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인텔 입장에서는 인건비 대비 이스라엘 인력의 수준, 그 인력들을 받쳐주는 사회 시스템의 지적 역량, 효율성 등을 종합해봤을 때 이스라엘에 지사를 설립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국내에 진출한 기업들 중에는 반도체 관련 사업을 하는 몇몇 기업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협업을 위해 국내에 연구소를 차리는 경우들도 있다. 이 때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K$의 시너지를 노렸을 것이라는 예측을 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요건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다른 시너지 없이 순수하게 그 나라에서 돈만 들고 새로 창업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 몰린다. 경험치가 쌓인 자국에서도 스타트업을 하나 키우기가 쉽지 않은데, 해외로 나가는 것은 난이도가 훨씬 더 높은 힘든 도전일 수밖에 없다.

해외로 나가야 하는 기업, 한국에 인력을 수입해야 하는 기업

그럼 어떤 기업이 해외로 나가야 하고, 또 어떤 기업은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써야할까? 숙련도, 임금 등의 관점을 벗어나서, 기업의 생산성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해외의 인재($H$)와 사회적 자본($K$)을 써야하는 기업이 해외에서 사업을 해야하고, 해외의 인재($H$)만 쓰면 되는 기업들은 한국에 인력을 수입하는 것이 옳다.

물론 나라별로 임금 체계, 인력 수준, 노동법, 인근 국가와의 무역 관계 등등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하는만큼, 단순히 생산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결론이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외의 사회적 자본($K$)을 활용할 이유가 없는 기업들이 굳이 해외에 연구소를 차릴 필요는 없다는 결론은 쉽게 얻을 수 있다. 인텔이 이스라엘에 AI반도체 연구소를 차리는 것도, 네덜란드 ASML이 한국 용인 지역에 반도체 연구소를 차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국가의 사회적 자본($K$)을 이용할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납득이 어려울 경우를 위해서 반대 사례를 가정해보면, 네덜란드 ASML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 쓰이는 중간 기계를 만들어 파는 회사인데, 그걸 수입해서 실제 반도체 생산에 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놔두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할 이유가 없다. 같은 맥락에서 인텔은 수학, 통계학 같은 기초 학문 훈련이 매우 잘 되어 있는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인재들이 AI반도체 만드는 걸 지원해줄 수 있는 지역, 그런 인재들을 이미 활용해서 산업 시스템이 굴러가고 있는 나라의 사회적 인프라를 이용해야 하는데, 한국처럼 수학은 배워봐야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생산 위주의 국가에 연구소를 차리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당장 한국에서 저 업무를 할 수 있는 인재를 몇 명이나 뽑을 수 있을까?

반면 $K$가 서로 비슷해서 큰 차이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유럽연합(EU) 권역 내의 국가들은 인력들이 유럽 전체에 걸쳐 이동하면서 일자리를 찾는다. $H$만 움직여도 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도 EU와 비슷한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 일본, 중국 등지에서 인력들이 손쉽게 일자리를 찾아 올 수 있다면 여러 산업에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EU 기업들이 예전에는 자국 내의 회사들과 인재 유치 경쟁을 했다면, 이제는 EU 전체에서 경쟁을 해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들도 일본, 중국 기업들과 인재 유치 경쟁을 해야할 것이다.

말을 바꾸면, 이민청이 한국에 설치되고, 한국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이 중국, 일본과 대등하게 발전하게 되면, 상품 수출 시장만 글로벌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재 채용에서도 글로벌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단순히 저숙련 인력들이 한국에 대규모로 유입된다고만 생각했던 이민청이 인력 수급 시장의 글로벌화도 야기하는 것이다. 받는 것만 생각하는게 아니라 나가는 경우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추론이다. 물론 동아시아 3국은 언어적 장벽이 너무 크고, 서로간 경쟁심리, 기술 유출 등의 우려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EU수준의 인력 이동이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있다.

이렇게 논리적 사고의 틀을 갖고 시야를 확장해보면, 현재 한국의 상황은 노동집약적인 산업군에서 해외 인력을 수입해야 하고, 지식집약적인 산업군은 거꾸로 인력이 유출되는 구조로 흘러가게 된다. 노동집약적인 산업들 대부분은 현장에서 일을 해야하니 이민청이 필수지만, 지식집약적인 산업일수록 코로나-19 이후 활성화 된 재택근무가 적용될 여지가 큰 만큼, 한국인 고급 인재들이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 해외 기업에 리모트로 취직하거나, 해외 기업에 외주 업무를 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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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이 지역 시장 채용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 전체로 움직이는 시대

한국 명문대 나온 개발자들에게 1~2년을 줘서 나온 서비스보다 인도의 고졸 개발자들이 훨씬 더 회사 사정에 맞게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것을 직접 보고 겪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더 이상 개발자를 뽑지 않고, 인도, 동유럽 등지에서만 개발자를 채용하거나 외주를 주겠다고 생각을 바꿨는데, 지식집약적인 산업군 중 하나인 IT개발업무가 어디까지 글로벌화가 진행되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가 될 것이다. 향후 몇 년이 더 지나면 국내의 실력없는 개발자들은 모두 실직하고 치킨을 튀겨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반면, 인도와 동유럽 일대의 뛰어난 개발자들 덕분에 그 국가들은 리모트로 일하는 인재 수출국이 될 것이다.

위의 Cobb-Douglas 변형 모델 설명을 빌리면, 우리 회사의 개발자 활용 방식은

  •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 채용: $Y_{K}$ = $v_{K} \cdot H^{\alpha}_{F} \cdot K^{\beta}_{K} \cdot M^{\gamma}_{K}$

과 같은 상황인데, 회사 대표인 내가 ${\beta}_{F}$를 맞춰주고 있기 때문에

  • $Y_{K}$ = $v_{K} \cdot H^{\alpha}_{F} \cdot K^{\beta}_{F} \cdot M^{\gamma}_{K}$

와 같은 상태로 바뀌어 있다. 당연히 결과물도 기존의 $Y_{K}$보다 더 좋다. 인도처럼 자본력이 부족한 나라보다 내가 공급하는 $M$이 더 높아 각종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부담이 덜한만큼, 그 인도 개발자들의 역량이 더 십분 발휘되는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한국 주요 IT기업들이 만든 웹페이지들이 구글 페이지 스피드 기준으로 평균 70점대를 받는 동안, 개발자가 아닌 한국 스타트업 대표가 인도, 동유럽 개발자들에게 받은 플러그인들을 적용하고 그들이 가르쳐 준 효율화 작업을 따라한 것만으로 10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 웹페이지를 만들어 낸 것이 위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는 AI특성화 대학인 SIAI도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나 자신은 한국 땅에 있지만, 교육 콘텐츠는 해외 명문대 수준의 $K$를 공급해주고, 학교가 설립된 스위스 지역을 포함한 서유럽 시장의 ${\beta}_{F}$를 뽑아내고 있다. 당연히 회사에 필요한 인력은 ${\alpha}_{F}$를 만들어 낼 수 있는 ${H}_{F}$이기 때문에 한국인 개발자를 안 뽑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엉망인 교육을 받은 인재들(${H}_{K}$)을 SIAI 신입생으로 받아주면 $\alpha$와 $\beta$가 달라 각종 문제가 생긴다.

지난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가 기존의 관세 무역 일반 협정(GATT, 1947)을 대체하면서 글로벌 상품 시장의 각종 관세 장벽이 철폐됐다. 상품 이동의 제약이 크게 낮아지면서 완성도, 전문성에 대한 강도 높은 경쟁이 시작됐는데, 재택근무 활성화와 함께 이민청까지 설립되면 인력 이동의 장벽도 크게 내려갈 것이다. 상품 품질과 인건비라는 양대 축에서 모두 경쟁력을 잃었던 한국 섬유 업체들이 1990년대 후반 IMF구제금융을 거치면서 완전히 몰락했는데, 2020년대에는 어떤 직업군이 몰락하게 될까?

아마 워드프레스로 어지간한 기능을 갖춘 웹사이트를 다 만들 수 있고, 그것도 한국 개발자 수십 명을 반 년, 1년씩 투입해 만든 것보다 훨씬 더 고급으로 뽑혀나오는 것을 1~2년만 시장이 보고나도 2류 개발자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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