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SIAI 설립 동기

Why SIAI – 1. 이게 정말 해외 명문대학 교육 수준이군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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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해외의 파트너 대학을 찾고, 협정을 맺고, 학위 인증 기관의 심사를 받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단순히 교육부의 칼날 앞에서 오들오들 떠는 국내 대학들과는 다른 시장에서 대학이라는 “장사”를 하는 기관들의 여러 면모를 보게 됐다. 때로는 추악하게 돈벌이에 집착하면서 학생과 파트너 기관을 쥐어 짜려는 악마를 만나기도 했고, 학교의 실질적인 교육 능력은 사실상 0에 수렴하지만 겉만 화려하게 포장해 학위 장사를 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대학과 전공 담당자들을 만나기도 했고, 더 심하게는 그런 학위 장사꾼 학교의 학위를 팔아주는 “세일즈” 업무를 하고 큰 수수료를 챙기는 분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사장 저 X끼가, 내가 1년에 10억을 벌어주는데 나한테 태도가 저 따위…..

라는 표현을 하는 어느 원로 교수님의 술 한잔 걸친 입담에 충격을 먹은 적도 있었고, 그게 익숙해지고 나니 어쩌면 이게 대부분의 학위 장사꾼들의 “장사” 방식이지 않을까는 생각도 들더라.

같은 꼴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을 막연히 느끼며 대학원 교육을 시작했는데,

그렇게 소수 정예만 뽑으려면 장사 못 할텐데…

라던 주변 지인의 우려대로, 돈 벌이와는 굉장히 거리가 먼 운영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뭐, 장사하려고 대학원을 만든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의 썩은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내지 않으면 기껏 키워놓은 나라가 다시 2류 (아니 2류에서 3류…)로 전락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을 떨치고자 시작했던터라, 돈 안 남으면 뭐 어떠랴는 생각으로 운영 중이다.

그런 와중에, 진짜 제대로 된 교육을 공급해야겠다는 내 의지가 제대로 관철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막연하지 않은 불안감을 항상 떨치지 못하며 강의 자료를 만들고, 다른 교수님들의 강의를 모니터링 하는데, 요즘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그래도 좀 안도감이 생긴다.

에피소드 1. 이게 정말 해외 명문대학 교육 수준이군요 ㄷㄷㄷ

Data-based Decision Making이라는 과목의 첫 수업을 일부러 매우 간단한 주제로 골랐다. 다른 학교, 다른 교수들은 과목 이름을 보고 어디 Excel로 된 데이터 파일 하나 불러온 다음에 그걸 Github 어딘가에 있는 코드 복붙으로 돌려보는 수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되는데, 난 Opportunity cost 설명하고, 그걸 바탕으로 Comparative Advantage로 수업 시간을 꽉 채웠다.

CA 설명을 하며 단순하게는 2명의 개인간 “거래”를 설명하는 모델을 N명의 개인으로, N개의 국가로, N명의 개인이 일하고 있는 기업으로 확장하면서 무역 문제, 인사 문제 등등, 주변에서 자주 겪지만 매우 단편적인 설명 밖에 들을 수 없었던 내용들을 다뤘는데, 너무 데이터 모델을 안 보여주면 “상상 속의 논리”가 아니냐고 우길 것 같아서, 일부러 Revealed Comparative Advantage (RCA)를 이용해 1970-2000년대 무역 데이터 기반으로 국가간 N개 상품군에 대해 CA가 생긴 것을 역추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었다.

이런게 “Data-based” 모델이고, 이런 모델을 바탕으로 “Decision Making”을 해야하지 않나?ㅋ

간단한 아이디어, 간단한 모델을 제대로만 이해했으면, RCA를 국가간 무역 뿐만 아니라 인사 평가, 업무 배분 같은 여러 요인의 효과를 재배정하는 작업에 쉽게 응용해서 쓸 수 있을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난 다음에 국내 모 Data Science 대학원을 자퇴하고 우리학교로 갈아탔던 학생이 그러더라

이게 정말 해외 명문대학 교육 수준이군요 ㄷㄷㄷ

얼마나 해외 명문대학 교육 수준에 가까울지 함부로 단언할 수 있을만큼 많은 샘플을 갖고 있지 않아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적어도 국내 대학들처럼 단순히 개념을 알려주고, 그 개념을 적용하는 1차원적인 문제를 풀어라고 던지지는 않았다. (그냥 그 개념을 외우는걸로 시험치는 수준인 대학교 & 전공들도 많더라. Ex. 경영학과….) 내가 유학가서 제일 괴로웠던게, 심지어 기출 문제를 알아도 내 시험 점수가 바뀌지 않을 만큼 논리 기반 논술형의 수학/통계학/경제학 짬뽕 문제들에서 합격 턱걸이 점수를 받아놓고 안도하고 있는 아시아 학생들의 잘못된 학습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부를 했던 나 자신의 서글픈 자화상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우리 학생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서, 제대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생기더라.

 

에피소드 2. 매주 “과제 치료”가 아니라 “과제 고문”을 받는 것 같아요 ㅠㅠㅠㅠ

우리 스타일의 논술형 답안지를, 그것도 수학/통계학/(경제학) 논리에 맞춰 작성하는 경험이 별로 없다보니 다들 엄청나게 괴로워하는 것 같더라. 단순한 3변수 Regression을 log 값 기반으로 만들고, 그 모델이 사실은 Cobb-Douglas Function 스타일의 비선형 함수에 Log를 씌운 후 선형 Regression으로 풀어낸 모델이라는 걸 가르쳐주고, 그 식을 “아주 살짝” 잘못 만들었을 때 어떻게 꼬이는지, 그랬을 때 해석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요리조리 숨겨놓은 문제를 하나 출제해봤다.

다른 해석에 맞춰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으면 했는데, 그런 고민을 녹여넣(었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은 답안지를 만들었던 학생이 이렇게 말하더라

한주한주 Problem Set “치료”가 아니라 “고문”을 받는 느낌입니다 ㅠㅠㅠㅠ

우스개 소리로 MBA는 죽어도 못 하겠다고 까불다가 MSc DS Prep 입학시험 (어쩌면 MBA in AI/BigData 졸업시험?)에서 폭탄 맞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시험 치료”가 됐다고 농담을 했었는데, 매주 제출하는 과제로 “치료”만 되는 수준이 아니라 “고문”을 받는 것 같단다.

생각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 같아서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식 교육을 벗어난 과제를 던진 덕분에 학생들이 고통&성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역시 안도감을 갖게 됐다.

에피소드 3. 학부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엄청나게 어려운 강의를 하고 있는 것처럼 써 놨지만, 사실은 거의 대부분 학부 1,2학년 수준에서 만났을법한 개념들, 어쩌면 전공 수업도 아니고 타과 학생 대상으로 만든 교양 수업들, 심지어는 고교 수준 과정에서도 볼 수 있는 개념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업을 한다.

예전에 파비클래스 다녀간 어느 학부 3학년 학생이 그러던데,

쉽게 만들려고 노력하신게 눈에 보이는데, 근데 너무 어려워요 ㅠㅠㅠㅠ

매우 고난이도 수학을 복잡하고 어렵게 써야 내용이 어려워지는게 아니라, 어떤 수학을 쓰는가는 본인의 선택이고 (물론 어려운 수학을 쓰면 좀 더 엄밀한 논리를 따질 수 있는 경우가 많음을 인정한다), 대부분의 일상 논리는 단순한 수학을 어떻게 결합해서 논리적으로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걸 항상 강조하는 수업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최소한 MBA in AI/BigData 수업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한 학생이 코로나-19 감염 및 후유증으로 어쩔 수 없이 학위를 중단해야겠다며 보낸 메일의 일부를 소개한다.

대표님 수업을 들을 때마다 너무 재미있고, 학부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개념을 곱씹어서 제 것으로 만들고, 사고를 확장하는 훈련을 해나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매우 유익할 것…..

학부 내내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통계학 개념들이 실생활에서 이렇게 쓰인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정말 “배우는 느낌”이 든다고 하던데, 좀 “시험 치료”나 “과제 치료”, 아니 “과제 고문”을 받으셨으면 생각이 달라졌으려나? ㅋㅋ

힘들겠지만 이렇게 사고의 구조가 바뀌는 훈련을 1년동안 지속적으로 받고나면, 학부 4년간, 아니 국내 교육 16년간의 잘못된 사고 방식을 교정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나가며 – PT받고 자세가 고쳐진 느낌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 같은 직장인 공통의 체형 문제를 겪고 있는 분이 PT를 6개월 정도 받고 자세가 많이 고쳐진 것 같다며 좋아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 자신도 비슷한 문제를 장기간의 PT를 통해 열심히 고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들은 학생 하나가 우리 교육이 딱 그런 PT와 비슷한 것 같단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PT가 무슨 근육량을 최대로 길러서 대회 출전하거나, 단순한 기구 사용법만 알려주는거라고 양 극단의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많은 분들이 받는 PT는 그대로 계속 놔뒀을 경우 멀쩡하게 헬스하다가 어느 날 허리디스크가 걸리는 걸 방지하도록, 그래서 온 몸의 근육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동 방식을 교정하는 것 같은데, 우리 교육도 무슨 노벨상 수상을 목표로 하는 연구원을 위한 것도 아니고, 단순 코드를 베끼는 허접 교육도 아니고, 지식을 제대로 이해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사고 방식을 수정해주는 훈련이란다.

우리가 MBA in AI/BigData 라는 학위 과정을 만들면서 “Business” 학위가 단순히 “쉽고, 널럴하고, 거져먹는” 그런 학위가 아니라, 현실 적용을 위해 수학/통계학/(경제학)의 학문적 도구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학위라고 그랬었는데, 그 메세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아 은근 기뻤다. 아마 국내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런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수진을 못 뽑거나, 뽑더라도 그 교수님들이 너무 바빠서 교육에 깊게 신경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다 우리나라 대학 교육이 실패한지 이미 60, 70년이 지나 고착화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치 망가진 체형으로 평소 하던대로 헬스 기구를 당겨봐야 망가진 체형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체형 바꿔야한다고 설명해주는 트레이너에게 화내고 자기 방식대로 운동하는 사람, 간경화 오고 있으니까 술, 담배 끊어야한다는 의사에게 돌팔이라고 주장하며 유사의학 찾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 정말 많긴 하지ㅋㅋ)

우리를 찾아온 학생들만이라도 국내외의 학위 장사꾼 교육기관들 때문에 뒤틀어진 체형이 좀 바로잡혔으면 좋겠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모두 꼭 자세 교정을 하고 무사히 졸업하기를 빈다.

 

Why SIAI 시리즈

  1. 이게 정말 해외 명문대학 교육 수준이군요 ㄷㄷㄷ
  2. 여긴 교수님들이 책 밖에 있으신 분들인거 같아서요
  3. 박사과정 중 필요성을 느꼈지만 엄두를 못냈던 지식들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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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IAI – 1. 이게 정말 해외 명문대학 교육 수준이군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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