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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사이언스의 학문적인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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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하면, 빈도수 기반으로 워드 클라우드를 뽑아내거나, 데이터와 관련된 그래프를 뽑아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혹은 나아가 빅데이터 분석의 키워드를 데이터 과학(Data Science)로 잡을 확률이 높고, 지적 & 철학적으로 훈련된 리그로 가면 복합지능(Integrated Intelligence)라는 표현을 진정한 키워드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빅데이터 분석의 핵심 키워드는 계산과학(Computational Science)이다. 그렇다면 계산과학이란 무엇일까?

 

사진=인피니티 워

계산과학이란?

학계에서 어떤 주장을 뒷받침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다. 이론적으로 증명하는 것과 실험결과물로 증명하는 것. 각각 연역적 추론과 귀납적 추론이라고 한다. 데이터를 쓴다는 이야기는 굳이 따지자면 실험결과물로 증명하는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증명하는 것의 가장 단순한 예시는 소크라테스식의 3단 논법이다. 위의 두 가지 방법 또는 두 가지를 결합한 방식이 아주 오랫동안 학문하는 사람들의 필수 훈련 과목이었는데, 요즘들어 새로운 연구 방법론이 나왔다. 바로 계산과학이다.

도대체 어떤 연구 방법론을 계산과학 방법론이라고 부를까? 쉽게는 컴퓨터 계산을 극한으로 활용해서 손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결과값을 뽑아내는 작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의 조합을 다 뒤져서 특정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조합과 확률을 계산하는 것도 좋은 예시다. 유명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14,000,605개의 시뮬레이션 끝에 오직 1개에서 본인들이 이긴다는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1년후에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까에 대한 모든 가능성의 조합을 다 모았을 때 200% 상승하는 경우는 14백만분의 1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학계에서 계산과학 방법론의 위치

계산과학이 왜 이렇게 큰 관심을 끌어들이고 있냐는 질문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답은 기존의 실험이나 데이터 기반 연구와는 달리 굳이 방대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필자의 연구 주제였던 은행들의 포트폴리오 유사성과 금융시장의 연쇄 다발적인 붕괴와 같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절대로 노출시키지 않을 내부 포트폴리오 정보가 필수적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환태평양 지진대의 특정 이상 현상이 지진과 화산 폭발로 이어지는 경우의 수를 따져보려고 일부러 지진을 일으킬 수는 없다. 시뮬레이션 기반의 연구 결과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대로 일단 매우 많은 가정을 바닥에 깔고 모델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가정이 하나만 실제와 달라도 아무 의미없는 연구가 되어버릴 수 있다. 결국 기초 데이터를 많이 확보해서, 가정을 매우 현실적으로 만들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엄밀성을 중시하는 기존의 수학, 통계학계에서는 계산과학을 ’유사과학’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학계에서 어떤 학문이 유사학문이라는 공격을 받게되면 반박으로 가장 먼저 내세우는게 수학적인 엄밀성인데, 가정에 결과값이 좌우되는 학문 방법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수학적인 체계를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이 계산과학 분야의 특성 중 하나다.

또, 컴퓨팅 리소스를 극한으로 활용해야하는 연구 작업의 특성상, 어떻게하면 하드웨어 자원(Computational Power)을 덜 쓰고도 같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지에 따라 학문적인 성취를 평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CPU, GPU 등의 계산 자원, RAM 같은 저장/처리 장치 자원, 또는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을 적절하게 이용해 구조를 잘 설계해 가능성의 조합을 줄여버리는 작업 등등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

데이터의 구조를 바꿔서 계산 비용 (Computational Cost)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시는 부류, 하드웨어 자원을 이용하는 방식을 바꾸려는 그룹을 보통 공학(Engineering) 쪽 연구자들 사이에서 만날 수 있고,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 주성분 분석(PCA)과 같은 수학을 이용해 계산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쪽을 응용 통계(Applied Statistics) 연구자들 사이에서, 그리고 게임 이론(Game Theory) 같은 비수치적 방법론(non-numerical method)을 쓰는 고민을 하는 분들을 수학과 경제학 분야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인피니티 워

현재 계산과학이 적용되는 학문

계산 금융(Computational Finance)

기존의 통계학은 각 프로세스별 독립성(independence)이 깨지면 모델의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금융상품간 가격이 서로 복잡하게 연동되어 있는 요즘같은 시장에서 쉽게 쓰기가 어렵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전세계 4대,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Bear Sterns)와 리만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연달아 무너지고, 다른 대형 투자은행들이 내일 망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월 스트리트 전체에 파다하던 시절, JP 모건 고위 관계자가 우주 역사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사건들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기이한 시장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인터뷰를 한 기록이 있는데, 기존의 가정은 금융상품 수익률이 독립적인 정규분포를 따를 것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 때를 기점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금융시장의 동시 붕괴를 체계적 위험(Systemic Risk)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형태의 위험으로 인식한 다음, 그 위험을 어떻게 계산할지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정규분포 가정을 유지하여 계산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하려면 상호 의존(Inter-dependence)에 대한 고려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국제결제은행(BIS) 같은 국제 기관과 연방준비제도(FRB), 영국중앙은행(BoE),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납득하고 모델화하기 위해 큰 연구 비용을 쓰게 된다.

위에서 살짝 언급한대로, 은행들에게서 내부 포트폴리오를 다 받아올 수도 없고, 또 그 내용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또 많은 금융 상품이 서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요즘은 관련 연구 방법론으로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는 필자의 학문적 배경이기도 하다.

계산 생물학(Computational Biology)

DNA 구조도를 그리고 난 이래, 생물학, 생의학 연구의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1개의 유전자(Gene)가 인간 신체의 특정 기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유전자들과 연계해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고, 또 여러개의 유전자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DNA 염기서열 안에 수 많은 유전자들이 있고, 각각의 복합 작용을 복잡계 수학으로도 쉽게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자, 갑자기 생물학에서 그전에 쓰지 않던 네트워크 이론(Network theory), 구조 이론(Structural theory) 들을 쓰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정보 성분 분석(Information Component Analysis)의 개념을 활용하는 신경망을 쓴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

주성분 분석을 공부하신 분들은 알겠지만, 고유 벡터(Eigenvector)는 상상속에 있는 하나의 축 같은 개념인데, 생물학에서는 고유 유전자(Eigen-Gene)이라는 이름으로 여러개의 유전자들을 재배열하고, 그에 맞춘 행렬을 2차원이 아니라 N차원으로 확장시키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만 끝났다면 Computational이라는 이름이 붙기 어려웠겠지만, 소수의 인간 데이터 샘플을 시뮬레이션으로 확장시킨다음, 질병 확산과 치료에 대한 연구 같은 의학적인 연구부터, 단백질 합성 방식의 변화같은 영양학적인 연구까지, 다양한 하위분야에서 계산과학 방법론을 활용하고 있다.

복잡계 이론(Complex Systems Theory)

서울 시내에서 야식 배달 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오토바이들의 움직임을 선으로 연결하면, 굉장히 복잡한 네트워크가 나올텐데, 그 네트워크는 초,중,고 시절에 ‘한 붓 그리기’를 했던 그런 네트워크의 현실 버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때, 야식 배달 오토바이들이 가장 짧은 거리를 움직이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결국 ‘한 붓 그리기’를 현실 데이터로 하는 작업인데, 매일매일 야식 시키는 사람들의 주소도 바뀌고, 주문하는 음식점의 위치도 바뀌기 때문에, 수많은 종류의 가능성들을 생각해야한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뒤에서 돌아가는 알고리즘은 계산 과학을 이용한 네트워크 최적화(Network optimization) 계산이다.

이 부분을 정보 이론과 비균형 역학(Non-equilibrium dynamics) 같은 (초)고급 수학을 활용해 문제 풀이에 도전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참고로 정보 이론은 보통 게임 이론과  베이지안 통계학(Bayesian statistics)을 필수 지식으로하는 수학 분야고, 비균형 역학은 시계열 통계학이 균형(Equilibrium)이라는 개념과 만나는 지점이다.

계산 공학(Computational Engineering)

아마 이 분야가 일반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영역일 것이다. 쉽게는 CPU에서 코어 1개만 쓰는게 아니라, 수십개의 코어를 연결해서 멀티코어 계산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프로그래밍 관점부터, GPU를 활용해서 대량의 데이터를 행렬 또는 텐서 형태로 바꿔 빠르게 계산처리하는 부분도 해당된다. 병렬 컴퓨팅, 고성능 컴퓨팅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하드웨어 자원을 잘 쓰는 관점 뿐만 아니라, 이미지 인식, 자연어 처리 등 전형적인 컴퓨터 공학(Computer Science) 주제들에서도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고, 구글이 텐서 플로우(TensorFlow)라는 계산 프레임워크를 낸 덕분에 많은 연구자들이 이 주제에 쉽게 접근하고 있기도 하다. 위의 3개 연구를 오랫동안 해 오신 분들은 더더욱 공감하겠지만, 하드웨어 자원을 쓰는 혁신이 있기 전까지만해도 하나의 연구를 위한 시뮬레이션 계산은 슈퍼컴퓨터 자원을 얼마나 많이 얻어쓸 수 있느냐의 군비경쟁인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어떤 아이디어와 어떤 수학을 더 엄밀하게 쓰느냐로 연구의 성과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다.

빅데이터 분석

일각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이 계산과학의 한 분야로 보아야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서 필요한 수학과 통계학 훈련도를 봤을 때 빅데이터 분석은 수학, 통계학 훈련이 학부 기초 수준이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업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특정 업계의 도메인 지식이 얼마나 많으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빅데이터를 계산과학의 관점에서보면 분포함수와 상관관계에 대한 가정을 깔고 시뮬레이션으로 생성해야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직접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의 가정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1차원적인 그래프 분석을 학문의 영역에서 논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논리성과 수학, 통계학으로 굳이 학문의 서열을 나누자면, 계산과학이 버겁게 겨우 학문의 영역으로 들어왔고, 빅데이터 분석은 여전히 학자들에게 유사 과학이라고 비판받고 있는 실정이다.

나가며 – 데이터 과학은 통계학인가?

계산 과학의 어느 한 분과 학문을 공부한 입장에서보면, 각각의 분과 학문에서 쓰이는 수학과 통계학은 거의 동일하다. 사실 수학쓰는 전공으로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있으면, 자기 학문이 더 많이 쓰는 수학/통계학 방법론이 있을 뿐, 전공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알아야하는 부분은 큰 차이가 없다.

연구자들에게 유사 과학이라고 비판받던 계산 과학이 시장 수요 폭증에 맞춰 어느덧 학문 연구 방법의 하나로 인정받는 시점이 온 것은 위에 기술한 공학(Engineering)적인 혁신과 더불어, 각 분과 학문별로 수학/통계학의 엄밀성의 수준도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계산 재무나 계산 생물학은 수학, 통계학, 물리학 박사 학위가 있는 박사 후 연구원들을 박사과정생으로 뽑기도 한다. 그 방법론을 쓰기 위한 수학 및 통계학 훈련이 1개 학문을 마스터한 레벨이어야 된다고 판단할만큼 버겁기 때문일 것이다.)

정리하면, 계산 통계학은 통계학 지식을 컴퓨터 공학의 도구로 풀어나가는 학문이고, 이를 연구 방법론으로 쓰는 학문이 계산 과학이다. 아울러 원 질문에 답을 하자면, 일반 통계학은 수학의 수 많은 영역과 더불어 연구 방법론들의 기초지식 중 하나이며, 데이터 과학은 계산 과학의 다른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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