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교육과 졸업 논문과 졸업장의 무게
지난 2022학년도 입학생이 2년 학위 과정 끝에 졸업 논문 마무리에 한참이다. 2021학년도 입학생 중에 논문을 못 냈던 분들도 괴로운 마음을 다잡고 지난해 9월부터 재도전에 나섰다. 지난 3월 30일, 오는 4월 6일 양일간 1차로 심사를 진행하고, 합격하면 작년처럼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학회(Managerial Data Science Association, MDSA)’ 세미나에서 졸업 논문을 발표하게 된다. 발표 후 남은 몇 달간 논문형식으로 정리하고 나면 9월에 졸업장을 받아간다.
작년 5월에 5명이 발표 기회를 얻었고, 9월에 졸업장을 받아가는데 다른 학생들 표정에 부러움이 가득하더라. 졸업할 수 있는 논문에 대한 기준을 많이 낮춰줬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학생들 본인은 만만치 않다고 느꼈을 것이고, ‘불과 5명’ 밖에 졸업을 못하는만큼 한편으로는 기준이 높다는 불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 기준을 넘은 학생들에 대한 부러움이 컸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나 혼자만의 독단으로 논문 통과를 정하는 것이 지나친 것 같아서 MDSA 세미나 형식으로 외부의 주요 연구자들을 초청했고, 올해도 KAIST 최호용 교수님(MDSA 학회장)을 비롯한, 내가 평소에 역량으로 믿는 분들을 모실 생각이다. 언뜻보면 타 학교 교육자 3명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박사과정 논문처럼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 싶겠지만, 한국 대학들이 너무 쉽게 논문에 도장을 찍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면 공감이 될까? 실제로 논문에 많은 무게를 두는 대부분의 해외 대학들에서는 외부 학회의 평가를 논문 심사 요건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우리도 같은 요건을 갖고 왔을 뿐이다. 외형적인 요건과 별개로, 딱 석사 논문 수준에 맞춰서 평가한다는 변명도 국내 대학원 운영 상황을 봤을 때 한국 교육시장에서 납득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교육 과정의 무게
안타깝지만 올해도 많은 학생들이 내 기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더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듣다 중도 포기하고 잠적 상태다. 남은 학생들과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하는 논문 수업일 저녁에 피자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들은 내용을 종합하면, 공식적으로 자퇴하겠다고 밝히는 것마저도 부끄러운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일부는 떠난 학생들의 ‘멘탈이 쿠크X스’라는 표현도 쓰더라. 그간 ‘공부 못한다’, ‘F학점이다’ 같은 소리들을 한번도 안 듣고 ‘오냐오냐’로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속칭 MZ세대들 사이에서 이런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는걸 이미 한 두번 들은 건 아니니까.
그간 저런 학생들은 어차피 논문을 못 써서 졸업을 못 할테니 굳이 잡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1년 남짓을 보냈다. 내 입장에서는 지난 10년 이상 공부+업무하며 배운 지식들을 결합한 교육과정을 만들고, 국내 대학 출신들이 첫 학기, 첫 수업, 첫 과제도 못 푸는 교육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지게 될 정도로 교육과정 설계작업에 힘을 쏟았던만큼, 8주 수업이 끝나고 무려 1달이나 시간을 줘서 Term Paper에 답안지를 만들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10개 문제 중 3개도 제대로 대답 못 한 학생들에게 느낀 실망감은 말로 할 수 없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8주차 수업은 Term Paper 해설에 오롯이 시간을 쓰면서 7주치 교육을 묶어줬는데, 수업 내용만 베껴서 옮겨 써도 40점은 받지 않을까는 생각에 Term Paper 자체가 ‘Cheating’이 아닐까 우려했건만, 현실은 내 기대와 우려를 모두 뛰어넘어 충격이었다.
스위스 민간 교육과정 인가 기관인 EduQua 담당자는 날 더러 ‘잘못 뽑았다 (Failed to exclude disqualified students at the admission stage)’라는 표현을 썼다. 난 딱히 과장 광고를 한 적도 없는데, 내가 ‘과장 광고’로 ‘준비 안 된 학생들을 속여서 불러모았다’는 표현도 썼다. 아마 한국에 알려진 SIAI에 대한 ‘악명’을 듣고나면 제한된 정보만을 놓고 내린 그들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걸 바로 공감할 수 있을테지만, 딱히 영어로 많은 콘텐츠를 쓰지 않은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꾸중을 달게 받았었다. SIAI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과목별 기출문제와 입학 면접 기록들이 없었다면 진짜로 학교 접어라는 명령이 내려왔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도망’간 학생들 때문에 MBA AI/BigData라는 프로그램을 2개로 쪼갰다. 학부 과정인 BSc Data Science와 동급 교육을 하던 부분을 Technical track이라는 이름으로 정하고, 계산 알고리즘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 갖고 논리적인 전개, 사고적 추론 같은 부분에 초점을 맞춰 시험 문제를 바꾼 Business track을 신규로 만들었다. F학점 받아서 부끄럽지만, 최소한 Tech track과 똑같은 수업을 듣게 해 달라고 고집을 부리던 몇몇 학생들 덕분에 수업은 같이 듣는다. 국내 몇몇 교육 전문가 분들의 우려와 달리, Biz track인 학생들 중에는 Tech track을 무리하게 고집하는 학생들보다 훨씬 더 깊은 직관적 이해를 가진 경우도 나타났고, 졸업 논문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경우도 은근히 많다. 종종 ‘Upside가 큰 논문’이라는 표현으로 칭찬해주기도 한다. 국내 몇몇 대학에서 돈 벌이를 위해서 운영하는 그런 MBA가 아닌만큼,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처음에는 Biz track으로 ‘내려가는’ 것이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는거라고 맹렬하게 거부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이젠 많이들 욕심을 버린 것 같더라. 일부는 한국 학생들이 문·이과를 가릴 것 없이 글 쓰기 역량이 심각하게 부족한 만큼, Biz track이 더 힘든 과정이 될 수도 있겠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논리적 글 쓰기의 중요성을 Tech track 시험치면서도 체감했을텐데, Biz track으로 가면 그 체감이 더 크게 다가올 테니까. 그간 외부에 ‘수학’ 실력을 더 쌓으면 SIAI 교육 쯤은 문제 없이 따라갈 수 있다고 잘못 알려졌던 부분에 대한 좋은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학생들의 소중한 경험치와 피드백 덕분에 아마 Global Recruiting을 할 때는 Tech track이 기본이 아니라 Biz track이 기본이라고 홍보를 하게 될 것이다.
졸업 논문의 무게
다만, 여전히 기준 이하 논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이 F학점 받고 잠적한 학생들처럼 학위 없이 학교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너무 미안하더라.
날 믿고 와 준 학생들인데, F학점 받고는 ‘멘탈이 쿠크X스’들이라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학생들보다 훨씬 더 노력했는데, 난 왜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을까? 모 대기업 AI팀에 계신 분이 ‘국내 대학 갔었으면 지금 사수 밑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다’는 표현을 쓰시는 걸 들었는데, 저런 분들이 어떻게든 졸업장을 받아가라고 만든 Biz track마저도 논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걸 보니, 뭔가 어깨를 묵직하게 짓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매달 논문 수업을 할 때마다 ‘이건 잘못 한거다’, ‘이렇게 하면 틀렸다’, ‘이건 학부 2학년 수준의 단순 계산에 불과하다’는 표현으로 그 학생들의 가슴에 못을 박아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논문을 못 쓰고 허덕이던 시절에 내 가슴에 박힌 못들이 떠오르니 더 미안해진다.
모 대기업의 데이터 전문 분석 팀에 재직 중인 한 학생이 ‘논문에 지적하시는 걸 보면, 회사에서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싫어할 것 같아요’라고 하던데,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학계에서 시키는 훈련이라는게 얼마나 한국 기업 사회 수준 및 문화와 얼마나 거리가 먼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평소에 내가 어느 ‘데이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주장이 잘못 됐다고 지적하면 험담으로 받아치는 외부 관계자들은 그런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분들이라 반박을 이해 못하고 욕으로 받아치시는 거겠지? 우리 SIAI 학생들은 이 훈련을 통과 못 했다 뿐이지 그래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내성과, 내 지적이 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는 갖췄으니 매 달 수업 중 지적에 공감하고 그 다음 달이면 뭔가 뜯어고쳐서 갖고 오는게 아닐까?
사실 그런 논문 수업을 하루 종일 하고 나면 며칠 동안 온 몸이 으스러지는 것처럼 힘들다. 1달에 1번 밖에 안 되니 그나마 버티지만, 그렇게 토요일 하루를 완전히 다 쓰는 교육을 매주 하고 있으면 아예 다른 일을 하나도 못하게 될 것 같다. 작년 MDSA 세미나에 오셨던 교수님 한 분은 논문 5개를 그렇게 하루종일 깐깐하게 심사하고 나니 너무 힘들다며 저녁 식사도 거르고 댁으로 돌아가신 적도 있다. 요즘 그렇게 토요일 하루를 불사르고 일요일 내내 ‘뇌가 가출한’ 상태로 있다가 월요일부터 조금씩 체력 회복을 하면서, 내 논문을 꼼꼼하게 봐 주셨던 교수님들이 왜 그렇게 괴로워하셨는지 새삼 공감이 된다. 2박 3일 학회 내내 논문 발표를 10개씩 보고 밤새 호텔 로비와 커피숍에서 맥주 한 잔을 놓고 열심히 토론하던 그 때 정도의 체력이 있었다면 좀 더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었을텐데. 더 이상 그 시절의 체력과 열정이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몸이 너무 힘드니까 그냥 타협해서 졸업을 시켜버릴까 싶은데, 그럼 열심히 논문 쓴 학생들의 A급 논문도 도매금으로 낮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금전적으로는 손해보더라도 글로벌 최상위권 교육을 하는 A급 대학교라는 걸 외부에 알리는 것이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어야할 목표인데, 그것마저 놓치면 대학을 설립한 이유가 뭐가 있을까 싶어서 차마 양보를 못 했다. 해외 대학 학위가 국내 대학 학위와 달리 엄격하게 운영되니 학위 수준에 대한 공격을 적게 받는다고 일부러 해외 대학을 선택했다가 졸업 못하고 괴로운 상태인 분들을 대상으로 논문 대필을 해 주고 수천만원의 뒷거래를 하는 경우도 들었는데, 이 정도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거꾸로 내 눈에 걸리면 그 학생을 퇴학시켜야 할 판국이다.
졸업장의 무게
이제 Korean module을 접어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통보받았고, 학생들 대부분이 영어 실력도 엉망이라 내년 이후에는 아예 논문 지도 수업 중에 질문은 커녕 제대로 이해조차 못할텐데, 내년 여름까지는 어떻게든 졸업시켜야 될텐데, 교육 수준을 타협하지 않고 어떻게 졸업시켜야할까로 지난 몇 달간을 고민했었다.
학교 설립초기인 지난 3년간 각종 실험 중에 기준 이하의 학생을 받아서 교육 과정에 대한 실험을 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조건 아래, 논문에 불합격한 학생들에게 논문 대체 수업을 해 주기로 합의를 봤다. 합의 직전까지 최소한 소논문이라도 하나 써야 된다고 하던데, 학생들이 그 분들 요건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남은 1년 간은 날 믿고 와 준 학생들이 졸업장을 받고 환하게 웃으며 나가도록 만드는데 모든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물론, 논문 안 쓴다고 무작정 학위 수준을 낮출 수 없는만큼, 논문 대체 수업들도 고급 수업들 위주로 구성한다. 우리 SIAI 교육 중에 그 어느 수업 하나라도 학생들이 ‘돈을 헛 썼다’라고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게 학교 처음 설립 시점에 내가 정한 대 원칙이었으니까.
많은 학생들이 졸업 논문없이 석사 학위 과정을 졸업장을 받아들게 되겠지만, 그래서 내 자존심과 학생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게 되겠지만, 이게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의 타협점이다. 최소한 국내 AI대학원 졸업생들은 손도 못 대고 말 귀조차 못 알아먹는 문제들을 풀었다는 자부심만큼은 갖고 갈 수 있고, 졸업장이 그걸 증명해 줄 것이다.
‘쿠크X스’라서, 혹은 내가 모르는 이유로 몰래 잠적 중인 학생들도 앞으로 더 기회가 없을테니 늦게라도 F2023 기수들과 함께 수업 듣고 졸업장을 받아가면 좋겠다. F2024 신입생 안 받고 F2021 ~ F2023 학생들 졸업에 SIAI 자원을 다 쏟을 예정인만큼, 많은 학생들이 막차를 탔으면 좋겠다.
그간 다들 욕심이 많아서 MSc AI/Data Science라고 이름 붙은 최상위 학위 과정을 못 들어간다고 학생들이 불만을 표현하는 걸 이곳저곳에서 듣고 본 적이 있다. 솔직히 기가 찼다. 백보 양보해서, 저 위의 입학 문의 메일을 보낸 분 정도되면 MSc AI/Data Science 과정에 들어가고 싶다고 욕심내는걸 이해할 수는 있다. 메일 마지막 두 줄에서 저 분의 스펙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저 정도 스펙이어도 따라갈 수 있을지 솔직히 장담할 수 없다. 하나 예시를 들면, 내가 L모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하던 시절에 저 위의 메일을 보낸 학생과 같은 대학, 같은 학위 출신인 분이 동기로 들어왔었다. 그 분이 원래 1년 전에 지원했는데, 1년 석사 과정에는 입학을 못하고, 2년짜리 석사 과정에서 첫 1년 동안 학부 수업을 듣고 2:1(그쪽 기준으로 B+학점 정도?)을 받아야 정식 1년짜리 석사 과정으로 받아준다는 조건부 합격 오퍼가 나왔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옆에 좀 명성이 낮은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아가며 1년짜리 경제학 석사를 했고, 거기서 2:1보다 높은 Distinction이라는 성적을 받고 다시 L모 대학에 1년 경제학 석사 과정에 지원하면서 그 학교 석사 과정 Distinction과 당신네 학부 과정 2:1이 비슷하지 않냐는 논리로 합격증을 받았단다. 근데 동양의 이름 없는 나라 출신인 나는 최고 성적군인 Distinction에 몇 점 모자라다고 비관에 빠져 자살약을 먹을까 고민했던 그 해에, 자기 나라 최고 명문대에서 Distinction으로 수학 박사 학위까지 있는 그 분은, 심지어 직전 1년 동안 다른 학교에서 장학금+수석으로 졸업하면서까지 철저하게 준비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졸업을 못했고, 1년 후에 재시험을 쳐서 간신히 졸업장만 받아 갔었다. 깐깐한 눈높이라고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결론을 놓고보면 당시 L모 대학 입학 사정관이 정확하게 봤던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다음해에 나는 다른 석사를 하나 더 하면서 박사 수업들을 몇 개 듣고 턱걸이로 Distinction을 받았는데, 서로 사정은 달랐지만 결국 원하던 걸 얻어간다고 같이 기뼈해줬던 기억도 나고, 나중에 내가 보스턴에서 금융 수학 박사 과정 중에 공부하던 내용과 수학 학회 중 하나인 SIAM학회에 발표한 논문을 공유해주니까 더 공부하지 못했던 걸 아쉬워했던 기억도 난다.
자동문인 국내 대다수 대학들의 대학원들만 겪다보니 공감하기 쉽지 않겠지만, 이력서의 한 줄을 쓰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 해야하는 졸업장의 무게는 절대로 가볍지 않다.
분수에 넘치는 무리한 욕심을 내는 한국의 속칭 MZ세대 학생들이 ‘MSc AI/Data Science 아니면 공부할 필요없다’고 뒷담화 해놓은 걸 보면 S대 법대를 가겠다고 10수 했던, 다시 S대 로스쿨을 가겠다고 5수를 더 했던 고교 동기가 생각난다. 타협하고 또 타협해서 만들어낸 MBA AI/BigData (Business track)도 졸업하기 버거운 저 분들은 그마나 용기가 있어서 당신들보다 몇 발 더 나가 있으신 상태라는걸 받아들이고 눈높이를 조정해야 15년의 인생을 수능 공부와 LEET 공부에만 쓴 내 고교 동기의 삶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행시 재경직을 최연소로 합격했던 학부 동기는 30대 중반 늦깎이 합격생들과 같이 일하는 걸 매우 싫어했다. 머리가 나빠서 늦게 합격했고, 실제로 일머리도 나빠서 팀에 짐이 되는데, 자꾸 자기가 나이가 많다고 동급인체 하는게 너무 꼴불견이라더라. 아마 승진도 밀리고, 한직을 전전하다가 등떠밀려 조직을 떠나게 될 것이다.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여야한다. 내가 학생들을 잘못 뽑았다고 인정하고 논문 대체 수업을 남은 1년간 하기로 결정했던 것처럼.
좀 미안한 말이지만, 나도 작지만 운영하는 회사가 있고, 내 회사에 더 신경을 써서 회사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굳이 학생을 챙긴다면 저 메일의 주인공과 동급 스펙인 학생들을 챙기고 싶지, F학점 받고 논문도 못 쓰는 당신들을 챙기겠다고 굳이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 많은 감정을 삭히고 내미는 손이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당신들도 온갖 불만이 있겠지만, 이 손을 잡는 편이 이득이라면 챙겨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