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권 부실 막아라” 칼 빼든 금융당국, 저축은행 3곳 ‘자산건전성 취약’ 등급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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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저축은행 3곳에 자산건전성 '취약' 평가
악화하는 저축은행 업권 자산 건전성 지표, 칼 빼든 금융당국
"부동산 PF 싹 정리해라" 당국 압박에 부실채권 매각·상각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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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를 떠안은 저축은행 3곳의 자산 건전성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올해 들어 연체율·자기자본비율 등 저축은행 업권의 주요 건전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는 가운데, 엄격한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업권 전반에 시정 압박을 가하는 양상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을 직면한 저축은행 업권은 부동산 PF 등 부실채권 매각·상각을 통한 건전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축은행 자산건전성 들여다보는 금융당국

금융권에 따르면, 1일 금융감독원은 6월부터 저축은행 3곳에 대해 실시한 경영실태평가 최종 평가 등급을 확정해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한 것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13년 만이다. 특히 자본비율 문제가 아니라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에 초점을 맞춰 평가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평가 대상이 된 저축은행 3곳 모두 1분기 기준 자산건전성 등급이 4등급(취약)이라고 판단했다.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자산건전성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일 경우 해당 은행은 적기시정조치 ‘권고’ 대상이 된다.  적기시정조치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경영 실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부과하는 일종의 구조조정 절차다. 

적기시정조치 경영 개선 권고는 ‘요구’나 ‘명령’보다는 낮은 등급이지만, 권고를 받은 은행은 △인력·조직 운영 개선 △경비 절감 △부실 자산 처분 △이익 배당 제한 등 상당한 강도의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 다만 이번 평가 대상이 된 3개 사가 모두 곧바로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 저축은행이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계획을 제출할 시 최대 3개월간 조치를 유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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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업권의 위기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초점을 맞춰 엄격한 평가를 진행한 것은 최근 저축은행 업권의 건전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79곳의 2분기 경영 공시를 살펴보면, 75개 은행의 연체율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체율이 두 자릿수를 넘어가는 곳도 31곳에 달했다. 자산이 1조원 이상인 저축은행 중 연체율이 10%를 웃도는 곳은 상상인(13.58%), 페퍼(13.07%), 바로(12.38%) 등 7곳이었다. 저축은행 업계의 평균 연체율은 8.36% 수준이다.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악화 조짐이 관측됐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자산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의 경우 8%, 1조원 미만 저축은행의 경우 7%) 이하로 떨어졌을 때 경영개선 권고 등에 나설 수 있다. 당국은 이 기준에 3%p의 여유를 두고 자기자본비율이 각각 11%, 10% 미만으로 떨어진 경우부터 비상시 자본 확충 방안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2분기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이 같은 기준에 부합하는 저축은행은 라온(9.01%), 상상인플러스(9.72%), 상상인(10.45%), 바로(10.67%) 등 4곳이었다.

저축은행 업권의 낮은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 역시 문제로 지목된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산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의 고정이하여신(NPL)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모두 100% 미만이었다. 고정이하여신은 일종의 부실채권으로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여신을 합산해 계산한다. 비교적 자산 규모가 큰 대형 저축은행들조차 불어나는 부실채권에 온전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PF 정리해라” 압박 가하는 금융당국

저축은행 업권의 부실 리스크가 가시화하자,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정리에 초점을 맞춰 강력한 구조조정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4단계로 세분화하고, 이중 ‘유의’와 ‘부실우려’ 단계로 분류된 사업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매각·상각을 신속히 추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특히 고정이하로 분류되던 악화 우려 사업장 중 사업 추진이 곤란한 사업장을 부실우려로 분류하고 충당금을 회수 의문(75%) 수준으로 적립하도록 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규모는 16조6,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부실 우려로 분류된 사업장 규모는 3조2,000억원, 유의 사업장 규모는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저축은행 전체 PF 중 27.7%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13년 만에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한 것도, PF 구조조정에 힘을 싣는 것도 결국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실제로 금융당국 주도하에 PF 사업장 정리 움직임이 본격화한 이후 저축은행 업계의 적자 폭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지난 7~8월 기록한 적자 규모는 200억원대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손익 가집계). 한 달에 평균 100억원대 손실을 낸 셈이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 업권의 순손실이 총 3,804억원(월평균 634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감소세다.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부실채권 매각·상각,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적립 노력 등이 실적 개선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