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우위론과 콥 더글라스 생산함수로 해석하는 미・중 갈등 ②

미국 제조업은 ‘꿈틀’, 미국 금융・IT업계 및 중국 제조업은 ‘위축’ 헥셔-올린 정리로 해당 현상들 동일선상에서 이해 가능해 요소 생산성의 변화가 미・중 산업 구도 변화 이끌었다

비교우위론과 콥 더글라스 생산함수로 해석하는 미・중 갈등 ①에서 이어집니다.

이전 글에서는 헥셔-올린 정리와 콥 더글라스 생산함수, 그리고 회귀분석의 관계를 살펴봤다. 정리하면 헥셔-올린 정리는 국가 간 ‘요소집약도’의 차이에 따라 비교우위 및 무역이 발생하는 것이고, 이를 회귀분석으로 추정된 콥-더글라스 생산함수의 ‘탄력성’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미・중 갈등으로 양 국의 산업 구도가 바뀌는 최근 양상을 소개하고, 해당 논의를 이전 글을 통해 배운 학문적 도구들로 다시 풀어본다.

중국을 염두에 둔 미국 행정부의 ‘자급자족’ 움직임에 미국 제조업 고용률 고스란히 증가

미국의 수출 기반 산업, 그 중에서도 제조업 산업은 1970년대 중후반 시작된 페트로 달러(petro-dollar) 체제로 인한 꾸준한 무역 적자에 점진적으로 쇠퇴해갔다. 여기에 로널드 레이건 집권 시절인 1980년대 잇따른 석유 파동으로 인한 내수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노동 집약적 상품 중심 제조업 파괴는 가속화됐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 중심의 세금 감면, 공적 자금 지출, 막대한 국방비 지출 등으로 경기 침체를 극적으로 진압했다. 이후 미국은 약 40년간 낮은 금리 기조와 저인플레이션을 경험하며, 2020년 COVID-19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쳐들기 전까지 미국의 제조업 고용률은 꾸준한 회복세를 기록했다.

미국 제조업계 고용률 추이. 코로나19 당시의 양적완화, 초당적 인프라법, 반도체 및 과학법 추진 시기에 발맞춰 고용률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출처=Bureau of Labor Statistics

한편 COVID-19 발발 여파로 또 한번 경기가 위축되면서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의 조립 공장이 폐쇄되고 대리점이 문을 닫는 등 자동차 제조가 하룻밤 사이에 중단됐다. 또한 식품 산업에서도 노동자들이 코로나에 감염되고 사망했다는 사건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면서 식품 공장도 가동을 중단하고 엄청난 수의 노동자들의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됐다. 여기서 미국 행정부는 4조5,000억 달러의 대규모 양적 완화를 단행하면서 고용률을 끌어올렸고, 여기에 제조업계 일자리도 영향을 받아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러던 중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선두 지휘 하에 초당적 인프라 투자법안(BIL)과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이 대대적으로 추진됐다. 이를 통해 교량, 도로, 농촌 지역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는 등 미국의 내수 펀더멘탈을 튼튼히 다지는 한편, 4차 산업혁명의 ‘꽃’인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꺾는 것은 물론, 현재 미국은 설계, 대만과 한국은 제조공정을 나뉘어져있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미국 중심으로 다시 짜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정치적 배경에 탄력을 받은 제조업 고용률은 연이은 상승 추세를 타게 된다. 실제 영국 유수 비즈니스 언론지 파이낸스 타임즈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바이든 집권 이후 미국 제조업 고용은 집권 전보다 대략 800,000명 가까이 증가했으며, 약 1,300만 명이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 은행권과 테크 기업은 계속 해고되는 분위기

이처럼 본격적으로 이륙 준비를 하는 미국 제조업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기 하반기부터 대규모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아마존, 메타를 포함한 유수 글로벌 IT 기업들의 고용 축소를 필두로 상당수 미국 테크 기업들이 감원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IT업계 정리해고 추적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지난해만 1058개 IT 기업들에서 16만4,709명의 직원이 해고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11월 아마존은 1만명, 메타는 1만1,000명을 해고했다.

빅테크 기업의 감원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아마존은 올해만 1만7,000명을 추가로 해고했다. 애플은 운영 예산을 절감하면서 구조조정은 피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일부 외신에 따르면 올해 4월 캘리포이나에 거점을 둔 미국 본사의 소매팀부터 인력 감축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금융업계에서도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미국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모건스탠리, 뱅크 오브 아메리카, 씨티그룹 등의 유수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이 대규모 감원을 진행했다고 밝혔다.이중 모건스탠리는 6월 말까지 약 3,000명을 해고했는데, 이는 뉴욕에 기반을 둔 총 뱅킹 인력의 5%에 해당하는 수치다. 아울러 씨티그룹, 뱅크 오브 아메리카도 지난 5월 동안 수백 명의 직원을 해고하면서 금융업계에 싸늘한 소식을 알렸다.

미-중 ‘디커플링’에 중국 제조업 추락

한편 미국과 직접적인 패권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은 제조업에서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앞서 살펴봤던 바이든 행정부의 내수 증진을 위한 초당적 인프라법, 반도체 및 과학법과 같은 대(對)중국 기술 제제 강화와 함께, 기존 불거져왔던 두 국가간 관세 분쟁이 맞물리면서 미-중 간 ‘디커플링’이 본격적으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산업별 성장률/출처=국가통계국

미국과의 이러한 지정학적 충돌로 인해 중국의 제조업의 성장세는 상당히 위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예컨대 위 그래프를 보면 미국이 내수 경쟁력 확보, 즉 ‘자급자족’을 위해 초당적 인프라법을 일부 시행하기 시작한 시점인 2021년부터 중국의 2차 산업(제조업 관련)의 성장률이 감소세로 접어들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지난 7월 13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6월 수출액은 2,853억 달러(약 361조원)로 전년 동월 대비 12.4% 감소했다. 이는 -7.5%를 기록했던 지난달과 시장 예상치 -9.5%를 모두 하회한 수준이다.

헥셔-올린 정리에 입각한 미-중 갈등 해석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미국과 중국 간 ‘자급자족’ 및 ‘디커플링’ 등의 국가적 움직임이 본격화된 2021년과 2022년 사이에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행보가 상반되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을 확인했다. 또한 미국의 월스트리트, 빅테크 기업은 정리해고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등 금융・IT 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을 살펴봤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산업 구조 변화는 왜 반대로 이뤄질까? 예컨대 미국의 대(對)중 의존도 감소를 위한 초당적 인프라법, 반도체 및 과학법은 왜 미국의 제조업만 부흥시키고, 중국의 제조업은 낮추게 되는 것일까? 미국이 내수 펀더멘탈을 다지기로 했을 때,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이 함께 올라갈 수는 없었을까? 생뚱맞게 왜 미국 금융・IT 업계는 위축되고 있는 걸까?

헥셔-올린의 정리에 입각해 미-중 갈등과 산업 구조 변화의 패러다임을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달러 기축통화로 인해 제조업 기반 수출 경쟁력이 약해졌던 1970년부터 2022년까지의 미국은 금융업, IT 및 테크업 등의 자본집약적 산업에 집중해왔다(물론 이 과정에서 기축통화국으로서 글로벌 자본이 미국으로 흘러왔던 것이 중요 요인이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이 때의 미국은 중국에 비해 ‘기술력’ 또는 ‘자본력’의 비교우위가 있었고, 반대로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내세워 1차산업 기반의 노동집약적 산업에 집중했기에 ‘노동력’의 비교우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각자 잘하는 것’에 집중한 미국과 중국은 서로 기술집약적 생산품과 노동집약적 생산품을 무역으로 교환함으로써 GDP 성장 최대화를 꾀했다.

그러나 최근 초당적 인프라법, 반도체 및 과학법 등의 법안이 통과되는 등 미-중 기술 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미국의 제조업이 상승 기류를 타게 됐고, 동일선상에서 미국 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노동력의 값이 싸지면서 미국과 중국 간 비교우위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다시 말해 미국은 현재 탈중국 정책으로 내수 펀더멘탈 회복을 꾀하면서 자본력 대비 노동력의 상대가격이 점차 하락하면서 제조업으로 조금씩 자원을 옮김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본중심 산업인 금융과 IT 업계의 노동 투입이 빠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중국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의 공격적인 제재로 인해 노동중심 산업인 제조업이 위축되면서 자본력 대비 노동력의 상대가격이 비싸지고 있는 모양새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콥-더글라스 생산함수의 회귀 계수 차이에 따른 미・중 산업 구도 변화

이번에는 콥-더글라스 생산함수의 요소생산성(탄력성)을 기반으로 미-중 갈등을 다시 비춰보자. 설명의 편의를 위해 이전 글의 수식을 다시 가져온다. 한 국가의 총 생산량을 $Y_i$, 노동 투입을 $L_i$, 자본투입을 $K_i$, 그 외 노동력과 자본력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생산량의 나머지(residual, 잔차)를 $exp(u_i)$로 하는 콥-더글라스 함수는 아래와 같다. 이 때 국가$i$는 미국 $U$, 중국 $C$ 두 개만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Y_i = exp(\beta_0) ・ L_i^{\beta_L} ・ K_i^{\beta_K} ・ exp(u_i) $

페트로 체제 시행으로 인해 대규모 무역 적자가 나기 이전인 1980년대 이전까지의 미국은 $\beta_L^U$과 $\beta_K^U$가 모두 중국보다 높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2차 산업 중심의 제조업의 왕성한 경제 활동을 위시했던 미국은 당시 1차 산업(경공업) 중심으로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했던 중국보다 노동생산성도 높았을 것이다. 또한 당시 미국은 기계화, 자동화 등의 자본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크게 높였기 때문에, 수공업 중심이었던 당시 중국 대비 자본생산성도 높았을 것이다.

한편 1980년대 이후부터 코로나 발발 이전까지 시점으로 가면, 미국은 페트로 체제 하에서 제조업이 쇠퇴의 길을 걷고, 반면 중국은 끊임없는 시장 개혁, WTO 가입 등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게 됐다. 이에 따라 제조업 부문으로 한정했을 때의 미국의 $\beta_L^U$과 $\beta_K^U$는 모두 중국보다 낮아졌을 것이다.

그런데 2021년과 2022년 사이에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초강수 정책을 두면서 최근 들어 미국 제조업이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제조업 분야의 미국의 $\beta_L^U$과 $\beta_K^U$는 중국을 따라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헥셔-올린 정리를 얹어보면, 최근 미중 갈등으로 인해 미국의 $\beta_K^U$, $\beta_L^U$이 중국보다 절대 우위(absolute advantage)가 있는 것은 물론, $\beta_L^U$이 $\beta_K^U$보다 커지려고 하는 움직임이 대두되는 가운데,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미국은 제조업으로 노동력이 옮겨가고 있고 중국은 무역 제재로 인해 $\beta_L^C$이 ‘줄어서’ $\beta_K^C$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