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슈퍼 박테리아’ 잡는 AI 항생제 개발, “의사의 강력한 무기” 페니실린의 위상 이어받나

AI 알고리즘으로 항생제 개발 프로세스 크게 단축된다 전문가들, “AI 항생제, 박테리아 내성 안키워” 호평 위축됐던 항생제 시장에 새로운 문법 쓸 것으로 기대돼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사진=Scientific American

약 100년 전 페니실린이라는 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최초로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페니실린과 같은 파급력을 가진 항생제가 개발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제약 업계의 대내외적 상황에서 비롯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항생제 개발은 큰 비용과 오랜 시간이 드는 데 반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출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규 항생제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은 항암제와 맞먹는 데다, 질병의 특성상 많이 소비되는 항암제와는 달리 항생제는 투약 기간이 짧고 단일 질병에만 투여되는 등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재정적 이유로 대부분의 생명공학 기업들이 항암제 개발로 눈을 돌린 탓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최근 의학계에서 AI 기술을 접목해 ‘슈퍼 박테리아’를 제어할 수 있는 항생제를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항생제 개발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AI 항생제, 개발 시간 및 비용 단축은 물론 다른 박테리아균 내성도 안 키워

지난 5월 발표된 미국 MIT 대학과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의 공동 논문인 “딥러닝을 활용한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표적 항생제 발견(Deep Learning-guided discovery of an antibiotic targeting Acinetobacter baumannii)”에 따르면 딥 러닝을 활용해 슈퍼 박테리아(아시네토박터균)를 사멸시킬 수 있는 항생제를 빠르게 찾을 수 있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아시네토박터균은 수막염 및 폐렴 등의 심각한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슈퍼 박테리아의 일종으로, 제약 업계에선 그간 슈퍼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 투입됐던 항생제 개발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은 물론 기존 항생제와 달리 AI를 통해 개발된 항생제는 다른 박테리아의 내성을 키우지 않는다는 호평이 나온다.

해당 논문의 실험에서 연구진들은 먼저 아시네토병원균을 수천 가지의 잠재 화합물에 노출한 뒤, 어떤 화합물이 해당 병원체의 성장을 차단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다음으로 연구진들은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딥 러닝 모델을 학습시켜 단 6시간 만에 6,680개에 달하는 화합물의 항균 활성을 예측해 냈다. 이에 MIT 의학공학과학연구소 제임스 콜린스 연구원은 “AI가 없었다면 몇 주가 걸렸을 프로세스였다”며 “딥러닝 활용을 통해 겨우 반나절만에 경우의 수를 240개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콜린스 교수는 240개의 화합물에 대한 실험을 통해 아시네토박터 균을 사멸시키는데 효과적인 9개의 항생제를 개발해 냈다. 이어 콜린스 교수는 “중요한 건 이렇게 발견된 항생제들이 다른 박테리아 종을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간 신규 항생제가 질병과 관련 없는 다른 박테리아에 대한 내성 마저 높여왔던 가운데 AI 기반 항생제는 박테리아의 전반적인 저항성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장의 이로운 미생물 또한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콜린스 교수는 위의 과정을 통해 찾아낸 새로운 항생제를 ‘아바우신(abaucin)’로 명명하고, 아바우신이 박테리아의 세포막을 파괴해 효과적으로 사멸에 이르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실제 쥐를 통해 이뤄진 임상 실험에서 아바우신이 아시네토박터균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시네토박터균의 여러 변종에 대해서도 딥 러닝 분석을 통해 수십억 개의 화합물 중 최적 조합을 단 며칠 만에 찾아내고 항생제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위축됐던 항생제 시장, AI 기술로 돌파구 마련돼

이번 AI 기반 항생제 개발은 그간 신규 항생제 개발에 있어 문제시됐던 ‘항생제 내성’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제약업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에 강력한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로 인해 2050년까지 매년 최대 천만 명의 사망자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같은 맥락으로 2019년에만 약 127만명이 슈퍼 박테리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번 AI 항생제 개발을 통해, 소규모 생명공학 기업들이 제대로 된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항생제 개발이 다시금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그간 제약 관련 투자 시장이 상당히 위축된 바 있다. 실제 2000년 이후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은 항생제는 단 1건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선 21세기 들어 제약업계의 신규 항생제 개발이 주춤하고 있다는 평이 다수였다.

사실 이같은 항생제 투자 위축의 원인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항생제의 구조적인 소비 특성에서 비롯된다. 항생제는 비교적 짧은 기간, 그리고 단일 감염균에 대해서만 투여가 이뤄진다. 또한 과도한 항생제 투여는 곧 박테리아의 내성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의사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환자가 아니라면 항생제 투여를 지양해 왔다. 이에 제약 기업 입장에선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기업현금흐름을 보여주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콜린스의 딥 러닝을 활용한 신약개발 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에 힘입어 항생제 기업의 수익성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IBM 알렉산드라 모실로비치 연구원은 “AI 시스템이 새로운 항생제를 찾는 프로세스를 크게 줄임으로써 연구를 가속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며 “모델을 훈련해 기존 분자의 속성을 빠르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연에서 볼 수 없는 분자를 설계할 수 있다”며 이번 AI 기반 항생제 개발 논문의 의의를 강조했다.

정부의 초당적 움직임에 힘입어 항생제 시장 ‘날개’ 다나

위와 관련한 정부의 초당적 움직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제약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식한 미국 의회는 2023년 4월 PASTEUR 법을 선제적으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제약 업계의 새로운 항바이러스제 및 항생제 개발을 장려하는 초당적 법안으로, 생명공학 기업을 대상으로 공적 자금 약 60억달러를 출자하고 FDA의 승인을 통해 정부가 약물에 무제한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시장에선 PASTEUR 법을 통해 제약 업계의 항생제 시장이 활발해지고, 이를 통해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되는 항생제가 머지않아 다수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또한 최근 FDA가 약물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AI 활용의 가이드라인 수립에 대해 업계 종사자 간 논의를 촉진하려는 등 AI의 건전한 활용에 대한 긍정적인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에 콜린스 교수는 “매우 희망적”이라며 “이같은 배경에 힘입어 새로운 항생제를 발견하기 위한 AI 도구도 같이 매년 확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선 AI 기반 신약 개발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음에 주의를 당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제약협회 조슬린 울리히 정책 및 연구 부회장은 “콜린스 교수의 연구는 동물 모델에서만 진행됐다”며 “해당 화합물이 인체에서도 올바르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직 철저한 임상 시험 및 기타 작업이 많이 남아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