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전 세계 전통 음악 간의 공통점, 음악의 진화 과정을 드러낼 ‘단서’ 되나

"노래와 말의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예상외로 대답하기 까다로워
일반적으로 노래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말에서도 나타나
놀랍게도 전 세계 전통 음악 간의 공통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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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
사진=Scientific American

노래와 말의 차이를 조사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공동 연구가 진행됐다. 무려 75명의 공동 연구진이 참여하는 만큼 연구는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본 연구에서 전 세계 전통 음악을 비교하던 중 공통점을 발견했으며 이는 음악의 진화 과정을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래와 말의 차이점은?

노래와 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이다. 간단히 생각하면 노래에는 멜로디가 있으나, 말에는 멜로디가 없다. 그러나 반례로 랩은 멜로디가 없는 노래다. 다른 대답으로 노래는 규칙적인 박자가 있으나, 말은 규칙적인 박자가 없다. 하지만 그레고리오 성가처럼 무반주인 노래도 있어 이 또한 적절하지 않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의 비교음악학자인 패트릭 새비지는 음악을 어떻게 정의하더라도 항상 반례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며 음악을 정의하기란 너무 어려운 작업이라는 의견이다.

새비지는 노래와 말의 차이점을 찾아내기 위해 전 세계에서 75명의 공동 연구자를 모집했다. 공동 연구자들은 각자의 문화권에서 전통 음악을 연주한 녹음 파일을 제출하여 이를 분석 자료로 삼았다. 새비지와 공동 연구진은 연구의 시작점으로 전 세계의 전통 음악이 말과 어떻게 다른지 조사했다. 공동 연구진이 제출한 75개의 전통 음악을 분석한 결과, 전통 음악은 일반적으로 말보다 느리고 고음이 많으며 음고(음높이)가 안정된 경향이 있다. 물론 위 규칙에는 예외가 있지만, 연구진은 음악에 숨겨진 ‘공통점’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공통점에는 음악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들어있었다.

노래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생각한 것이 말에서도 나타나

게이오 대학에서 음악의 문학적 다양성을 연구하는 유토 오자키는 전 세계에서 음악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을 샅샅이 조사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전통 음악 간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파악했고 이를 통해 음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더불어 연구진은 음악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노래’라고 생각하는 것은 짧은 구절과 특정 음고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위에서 언급한 특징이 음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말에도 그 특징이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새비지는 짧은 구절이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호흡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두 가지 형태의 발성에서 모두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노래가 특정 음고를 사용한다는 점도 중국어와 같이 성조를 가진 언어는 말에서 단어를 구별하기 위해 음고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각자의 언어와 전통 음악을 데이터로 삼았으므로 편향이 존재할 가능성을 고려했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공동 연구자 중 일부만 가설을 미리 알려 주었고 가설을 알고 있는 연구자의 데이터를 제외하여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가설을 미리 아는 것은 전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진은 실험 과정에서 실험 설계가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학술지에 실험 설계를 등록했다.

전 세계 전통 음악 간의 공통점 존재해

공동 저자는 각자 선택한 전통 음악에서 네 종류의 샘플(악기 연주, 멜로디, 가사, 말하기)을 만들었다.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악기 연주는 가장 느린 템포와 높고 안정적인 음고를 가진 반면, 말하기에서는 가장 빠른 템포와 낮고 불안정한 음고를 가진 것으로 나왔다. 멜로디와 가사는 그 중간에 속했다.

놀랍게도 전 세계 전통 음악은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을 가졌다. 게다가 공통점에서 음악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본 연구 이전에도 음악의 진화 과정에 대한 여러 이론이 있다. 한 이론에서는 음악이 단순히 언어의 부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이론으로는 새소리처럼 음악도 이성을 차지하기 위한 수단에서 비롯되었다는 이론이 있으며 음악과 노래가 일종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했기 때문에 진화했다는 주장도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음악이 말의 부산물이라는 이론의 반박 증거를 제시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노래와 말의 차이점을 설명할 수 있는 공통 요인이 존재함을 주장한다. 하지만 그 요인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추측에 불과한 수준이다. 새비지와 오자키는 사회적 유대 가설에 따라 노래가 집단을 더 친밀하게 만들기 위해 진화했을 것이라 주장한다. 새비지는 노래가 느리고 규칙적이며 예상 가능한 멜로디를 통해 집단을 하나로 뭉쳤을 것으로 주장한다. 다시 말해, 노래는 언어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집단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자토레는 위 가설을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노래가 언어처럼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자토레는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 음악은 매우 강력하여 말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노래와 말은 직관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노래와 말의 차이점에 대해 답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노래’라는 것을 정의하기도 상당히 까다롭다. 연구진은 노래와 말의 차이점을 찾는 것에서 시작하여 전 세계 전통 음악 간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살펴봤으며 신기하게도 전통 음악 간의 공통점이 음악의 진화를 밝힐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