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멕시코 첫 여성 과학자 대통령 셰인바움, ‘과학과 정치’ 성공적 조화 이끌어낼까?

과학자 출신 대통령, 과학계 기대와 우려 속 출범
5명의 과학자 출신 지도자 사례 분석 통해 전망 제시
과학적 전문성과 소통 리더십 균형이 성공의 핵심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Do Scientist Make Good Presidents ScientificAmerican 20240617
사진=Scientific American

멕시코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Claudia Sheinbaum Pardo)는 물리학과 환경공학을 전공한 과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그녀의 당선은 과학계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이 과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증거 기반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그녀의 멘토이자 전임 대통령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과학계와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과거 과학자 출신 세계 지도자 5명의 사례를 분석해 셰인바움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전망했다. 역사학자, 정책 전문가, 과학자들에 따르면 과학적 전문성이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자칫 독선적인 정책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도쿄대학교 과학사학자 오키 사야카는 과학자 출신 지도자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자신의 지성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독선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성은 뛰어나지만 리더십은 부족했던 기술 관료

허버트 후버(Herbert Hoover) 전 미국 대통령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지질학을 전공한 후 국제적인 광산 컨설턴트로 성공하며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실력을 입증했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벨기에 구호 활동과 미국의 식량 공급 관리를 통해 유능한 기술관료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이후 상무장관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의 기술관료주의적 성향은 대공황이라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한계를 드러냈다. 과학사 연구소 데이빗 콜(David Cole) 소장은 후버가 기술적인 해결책에 집중한 나머지 사회, 문화, 정치적 문제를 간과했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실제로 후버 정부는 불황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지만,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실패했다.

후버의 사례는 과학자 출신 지도자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전문 지식과 합리적인 사고는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통찰력과 소통 능력이 부족할 경우 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념에 좌우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 전 영국 총리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노벨상 수상 화학자 도로시 호지킨의 지도로 항생제 연구를 수행한 과학자다. 하지만 그녀는 연구를 뒤로하고 정치에 뛰어들어 1979년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올랐다.

11년간의 재임 동안 대처는 강력한 리더십과 단호한 정책 추진으로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유 산업 민영화, 공공 지출 삭감 등 그녀의 정책은 영국 경제에 큰 변화를 불러왔지만, 동시에 빈부 격차 심화와 사회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존 뮬바우어(John Muellbauer)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자는 대처가 과학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과학적 증거보다는 이념과 신념에 더 의존했다고 평가한다. 이는 과학자 출신 지도자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대처의 사례는 과학적 지식과 경험이 반드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책 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도자의 개인적인 신념과 가치관이 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때로는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도의 ‘미사일 맨’에서 국민 대통령으로

압둘 칼람(A. P. J. Abdul Kalam) 전 인도 대통령은 인도 최초의 자체 개발 위성 발사체 성공을 이끈 항공우주 과학자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후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주도하며 ‘미사일 맨’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2002년에는 여야의 지지를 받아 인도 1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칼람은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과학 기술 발전을 통한 국가 발전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젊은 과학자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특히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 독립한 인도에서 과학 기술 자립을 통해 국가 발전을 이루겠다는 그의 의지는 과학계에 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인도 과학 연구소의 로히니 고볼레(Rohini Godbole)는 칼람의 당선이 젊은 과학자들에게 희망을 줬으며, 인도 과학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칼람의 과학자로서의 업적과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은 인도 과학 기술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과학적 실용주의로 독일을 이끈 메르켈

양자 화학 박사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은 2005년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되어 16년간 장기 집권하며 독일 역사상 두 번째로 오래 재임한 총리다.

메르켈은 유럽 부채 위기, 원자력 발전 단계적 폐지, 코로나19 팬데믹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했지만, 과학자로서 훈련된 실용주의적 접근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능숙하게 대처했다. 영국 코번트리대학교 정치학자 매트 큐보트럽(Matt Qvortrup)은 메르켈이 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때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여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고, 반증 가능성을 열어두는 자세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메르켈의 과학적 배경은 협력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했으며, 정치적 논쟁보다는 정책을 통한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높은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그녀의 성공은 과학적 사고방식이 정치 분야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상주의에 발목 잡힌 유키오 하토야마 총리

유키오 하토야마(Yukio Hatoyama) 전 일본 총리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산업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활동한 과학자 출신이다. 하지만 그의 총리 재임 기간은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그쳤다.

일본 도쿄대학교의 과학사학자인 사야카 오키(Sayaka Oki)는 하토야마가 과학자 특유의 이상주의적 성향 때문에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그는 순수하고 이론적인 사고에 집착하여 복잡한 정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토야마는 2009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과학 프로그램 지원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정부 지출 삭감을 추진하며 과학계의 반발을 샀다. 또한 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 문제에서도 현실적인 타협안을 선택하며 공약을 지키지 못해 지지층을 실망시켰다.

결국 하토야마는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정치인이라는 비판 속에 8개월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의 실패는 과학적 지식과 이상주의만으로는 성공적인 정치를 이끌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물론 셰인바움 대통령의 미래는 과거 과학자 출신 지도자들의 사례를 통해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과학적 전문성과 포용적 리더십의 조화가 핵심임을 역사는 보여준다.

셰인바움 대통령이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는 균형 잡힌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