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영업직을 데이터 팀 실장으로 앉히는 기업의 인사 관리 역량은 과연 어떤 수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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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년 남짓 동안 한국 귀국해서 온갖 종류의 황당한 사건들을 겪는데, 그 중 발을 들인 업계가 업계이다보니 Data Science 연관 직군에서 보는 어이없는 사건들을 그간 한번씩 정리해왔다. 이게 어차피 한국 시장이 미개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 어느 순간부터 관심을 끊고, 아예 한국 자체를 여러분들이 침팬지 대하듯이 지적인 대화를 포기하고 살고 있는데, 들을 때마다 새롭게 충격을 먹는 일들이 끊이질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한 때는 열심히 시장을 교육시키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요즘은 한국에 대한 기대치와 SF 영화 혹성탈출을 보는 것의 싱크로율이 100%가 된 상태다.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모 대형 IT회사에서 전직 야후 출신을 데이터 팀 실장으로 앉혀놨는데, 혹시 추천해 줄 만한 사람이 있냐고 물으시더라. 아마 그 분 입장에서는 한국 땅의 수 많은 심각한 인력들을 제쳐놓고 그래도 전직 야후 출신 정도면 양호한 인력을 뽑아놨으니, 내게 인력 추천을 부탁해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간 겪은 그 회사 분들 수준과 저런 인력 배정을 엮어서 생각해보면, 그리고 그 야후 한국 사무소 출신들을 그간 만나 본 경험을 따져보면, 그 실장이라는 사람을 직접 만나보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인력일지 가늠이 선다. 아마 2000년대 초반에 마케팅/광고 업계가 여전히 2류 업계고 그 중에서도 온라인은 더더욱 2류로 취급 받던 시절에 그 시장에서 그나마 좀 인정받던 분이었을 것이다. 그 땐 2010년대 이후 구글, 페북이 시장에 치고 들어와 온갖 시스템 혁신을 만들어내기 전이었기 때문에, 아마 그렇게 공부할 내용도 많지 않았을 것이고, 경쟁 인력들의 수준을 생각해보면 약간만 잘 해도 고급 인력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시대가 지난 10년 사이에 바뀌어도 너무 빠르게 바뀌었다.

아마 그 시절엔 A/B Test라는 용어만 알아도 인재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A급 두뇌들이 이 시장에 치고 들어오면서 A/B Test 공식을 보고 두 그룹 중 한 그룹에 더 많은 숫자를 배정했을 때 통계 검정력이 어떻게 떨어지는지, 사용자 반응이 50% 근처에 몰리지 않고 1% vs 99% 처럼 한쪽 쏠림이 강하게 나타날 때는 Binomial 기반이 아니라 Poisson 기반으로 돌아가면서 t-test의 구성 성분이 바뀐다던지 같은 이슈들이 적어도 상식이 됐다. 왜냐면 학부 수준 공식 하나의 변수 구조들만 봐도 바로 이해가 되는, A급 인재들에게는 지극히 단순 지식이기 때문이다.

원래 회사가 고속 성장하고, 산업이 빠르게 바뀌려면 A급, 혹은 S급으로 불리는 인력들이 빠르게 들어와서 과거에 그 업계에서 좀 주름잡던 인력을 쫓아내는 것이 정상이다. 회사가 매출액 10억, 100억, 1,000억, 1조원 대로 올라서면서 필요한 인력도 달라지고, 필요한 시스템도 바뀌고, 무엇보다 고객의 수준이 바뀌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면 하버드 경제학 박사 졸업하고 노벨상 도전해야 할 인력들이 모두 실리콘밸리의 빅테크에 Data Scientist로 대규모로 취직했다. 그런 인력을 뽑을 수 있는 회사가 됐기도 하고, 산업 자체가 그런 인력들이 들어갈만한 체급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IT업계라는 곳, 특히 온라인 마케팅 시장으로 가면 고인물도 아니고 해골물 수준이신 분들이 여전히 퇴출이 안 되고 있다. 전직 야후 출신 분들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온라인 마케팅 시장의 경험치를 쌓은 분들인 것은 맞다. 그런데, 그 분들이 기술 영업직(?) 정도로 생각되는 업무를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데이터 팀 실장을 맡게 되면 위의 A/B Test 같은 사소한 문제부터, 회사 안의 수많은 데이터 문제를 2000년대 초반에 야후에서 하던 방식대로 처리하게 될 것이다. 난 그 회사 출신 분들을 30명도 넘게 만나 봤는데, 그간 단 한 명도 위의 A/B Test 응용 버전을 이해하는 시늉조차 하는 분을 만난 적이 없다. 참고로, 저건 미국 어지간한 Data Scientist 석사 과정 입학 전 Math Camp에나 나올 법한, 그것도 아주 초반에 나올만한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왜냐면 학부 2~3학년 때 저런거 모르면 이미 과에서 쫓겨나기 때문이다.

한국에 인재가 없는데 어떻게 해야되냐는 반문을 할 수도 있다.

그건 반문하시는 분의 경험치와 식견이 매우 좁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아마 그 분은 경력이라는 숫자가 쌓이면 일을 잘 하고, 얼굴에 좀 주름이 있는 사람이 높은 위치에 올라가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경력이라는 것은 IQ가 100인 애들이 경험치가 쌓이면서 생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IQ가 150인 인력들이 투자은행, 전략컨설팅 수준으로 밤을 새어가면서 일했으면 작업 속도가 5배, 10배였던데다 시간까지 2배 이상 쏟아부었으니 IQ 100인 애들이 평범한 직장에서 10년 쌓은 경력을 단 1~2년 만에 모두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세상 일이라는게 나이가 들면서 얻는 경험치가 있으니 완전 대체는 불가능하겠지만, 이렇기 때문에 고시 합격한 애들이 9급, 7급이 아니라 5급, 3급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도록 국가 공무원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글로벌 대기업들이 뱅킹 출신에 MBA 졸업한 애들을 한국식으로 치면 대리 나이에 과장, 차장급으로 바로 발탁을 하는 것이다. IQ 100인 애들의 세상에서만 사셨기 때문에 경력이라는 숫자가 매우 중요한 줄 아는, 식견이 좁은 선택을 한 결과가 바로 그런 엉뚱한 인력을 뽑는 것으로 나타난다.

저런 분 밑에 나같은 시야와 지식을 갖춘 인력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입사일에 바로 그만 둘 수도 있고, 꾹 참고 버티다가 더 커리어가 꼬이기 전에 튈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그저 회사 이름 값이 좋으니까~ 라고 뽕을 맞은 것처럼 회사에 붙어 있는 친구와는 인연을 끊었다. 그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보면 하나도 발전을 못한 상태고, 회사에서 승진하는 이야기, 누구에게 줄을 댄 이야기만 한다. 요즘 삼성전자가 어려운 이유가 무능한 인력을 놔두고, 유능한 인력이 다 도망가서라고 그러던데, 뭔가 기시감이 확 올라오지 않나?

저 자리는, 팀을 제대로 굴리고 싶은 회사라면, 코드 몇 줄만 돌리면 데이터 전문가라고 우기는 개발자 출신들, 그래프 좀 그려놨으니까 데이터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마케팅 출신들을 뽑아 앉힐 자리가 아니다. 저 팀을 제대로 굴리고 싶다면 하다못해 국내 주요 보험사에서 SQL 뽑새만 하다가 분노에 치밀어서 스타트업으로 도망간 경력직들을 뽑아라. 학벌도 해외 명문대 출신들이 대부분이고, SQL 뽑새를 하면서 비즈니스에서 어떤 데이터를 원하는지, 자신들의 고객인 홍보팀, 세일즈 팀이 얼마나 엉뚱하고 한심한 소리나 하는 바보들인지에 대한 경험치가 탄탄하게 쌓인 인력들이다. 거기다 스타트업에서 몇 년 구르면서 한국 사회의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건들을 두루두루 겪었을 것이다. 지난 10년 사이에 Data Science에 대해 이런저런 홍보가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학벌 좋고, 능력이 뛰어난 애들이 다른 업계로 안 빠지고 이쪽으로 대규모로 진입했다. 기본 두뇌에 학교에서 배운 역량, 한국 시장에서 지난 몇 년간 겪은 좌절감 등을 감안하면, 나이 30대 중반이지만 50대 일 확률이 높은 저 실장보다 일을 훨씬 더 잘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계속 말하지만, 이 업계는 거의 모세가 홍해를 갈랐던 시점 수준으로 완전히 인력의 등급이 구분되는 상전벽해를 겪은 곳이다. 저런 구시대 인력들을 앉혀놓고 경력직을 뽑았다고 좋아라하고 있으면 딱 2000년대 초반 수준의 지식을 갖춘 인간들만, 2000년대 초반 야후 수준의 인력들만 소복하게 모인 조직이 구성된다. 당신네 회사가 2000년대 초반 수준이 된다는 뜻이다.

개발자들이 신기술 , 신기술이라고 이름만 입에 올릴 줄 알지, 정작 서버에 그런 프로그램 설치 한 번 해 본 경험이 전부인 알량한 깊이인 것을 수도 없이 봤던 만큼, 제대로 된 인재를 뽑기 힘들었다는 불평에 충분히 공감할 수는 있다. 난 아예 한국에서 인력 뽑는거 포기하고 조용히 언론사나 운영하고 있으니까. 그냥 해외에서 나랑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이랑 해외 사업만 하고, 한국어로는 콘텐츠도 만들지 말자고 생각할만큼 한국에 진절머리를 내는 입장에서, 이런 식의 훈수를 두는 게 세상 모르는 소리라는 비판을 들을 여지가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 그렇게 둥근 못을 네모 자리에 끼워넣을거면 그냥 그 팀 운영하지 마라. 돈 아깝잖아? 한국에서 벌어 먹고 살기만 할려면 그런 ‘데이터’ 어쩌고 팀 필요없다. 어차피 윗 사람들 중에 제대로 된 업무해서 갖고가도 이해하는 사람도 없고, 밑에는 제대로 된 결과물 만들어 낼 인력도 없고, 그렇게 시간만 때우고, 정부 지원금 타낼 궁리나 하는 부서를 뭐 하러 그렇게 운영하는거지? 10년 후를 바라보고 투자하는거라고? 투자하는 거라면 바다를 건너서라도 A급 인재를 데리고 와서 시스템을 미리 구축해놔야지, 지금 같은 인력들로는 뭔 짓을 해 놨건 10년 후에 누군가가 보고 DB에 기록된 시간대가 2000년대가 아니라 2020년대인거에 당황할 일, ‘이 데이터는 못 쓸 것 같습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 들을 일 밖에 안 낳을 것이다.

딱 이렇게 생각하고는 한국에서 인력 뽑아서 데이터 사업 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당신들도 같은 결론을 내려라고 강요하고 싶진 않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내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저 회사는 해외 나가서 돈 한 푼 벌지도 못하면서 한국에서는 온갖 갑질을 하고, 한국 골목 상권 뺏드는 회사라고 악명이 높은 곳이다. 그렇게 쌓아올린 회사 이름 값으로 아마 고만고만한 인력들이 자기네가 잘났다고 목에 힘주면서 회사 다니고 있을텐데, 그렇게 글로벌 도전에 관심 없는 회사일수록 그냥 큰 욕심 버리고 돈 벌어다주는 팀, 당신들이 알고 있는 업무만 하는 팀만 돌려라. 뭐 하러 하등 관련 없는 경력과 지식을 갖고 있는 인력을 실장이라고 앉혀놓고 예산을 그렇게 길바닥에 내다버리나?

당신들에게는 그 경력이 유관 경력이고, 그 지식이 유관 지식일지 모르겠지만, 그건 2000년대 초반을 살던 분들의 이야기다. 그런 분들은 2020년대에 교육 받은 인력을 뽑아봐야 쓸 역량이 안 될 것이다. 저 위의 A/B Test 같은 학부 2학년 과제 수준의 예시처럼. 당신에 회사가 정말로 2020년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싶다면 저 실장이라는 사람이 데이터 경력자가 아니라 기술영업직으로 커리어 전환을 하셔야되는 분이라는 인식이 잡혀야 한다. 그게 안 됐기 때문에 지금 같은 채용이 이뤄진 것이다. 여기서 당신네 인사 팀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인사 팀도 역시 2000년대 초반, 전직 야후 직원들과 동급의 시야, 같은 시대의 시야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채용 선택과 인사 배정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 지원금이 빵빵하게 나올 때면 그저 DT, DT라고 이름만 읊어도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니까 개발자 뽑아놓고 데이터 사업한다고 포장지 씌우는게 이해라도 되지만, 지금은 정부도 지원해줄 돈도 없고, 당신네 회사도 주가 대폭락에 자금이 말라가는 상황이다. 이미 무능한 한국 회사들이 몇 년 돈 버리고는 그런 팀 다 없앴다. 자기네들 능력으로는 돈 못 버는거 아는거지. 그리고, 한국에서 이것저것 해 보면서 느끼는거지만 한국 시장에는 그런 돈 안 써도 되고, 그런 시스템 필요도 없다. 만들어도 아무도 이해 못하고, 아무도 그 결과물을 가치 있게 써 주지 않는다. 조선시대에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 같은 것이다. 이 나라는, 당신네가 하는 사업은, 데이터 어쩌고 보다 그냥 몸으로 때우는게 더 빠르고 효율적인 시장이다. 지도 없어도 길 잘 아는 포졸이 서울-부산을 열심히 뛰어다니면 나라 시스템이 굴러가던 그 시절처럼.

모든 걸 다 떠나서, 기술 영업 뛰어야 할 인력을 데이터 팀 실장으로 앉히는 식견과 인재 풀을 가진 당신들이 데이터 사업으로 인력을 훈련시키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너무너무 어렵다.

나한테 SIAI에서 가르치는 고급 지식 따윈 배울 필요 없고, ‘코딩 테스트만 통과하면 된다’고 바득바득 우기던 분들 중에서도 SQL 쿼리 하나 제대로 짜는 인력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 시장에 대한 그 분들의 인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절이 싫어서 내가 떠났다. 당신들의 승리를 인정하고, 그 인재 풀에서 적절한 인력을 찾게 되시기를 응원한다. 마치 야후가 2000년대 초반에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SQL 뽑새를 양성하는게 데이터 인력을 길러내는 것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소부·허유가 그랬던 것처럼 질문을 들은 귀를 씻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