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하트 상장 제동 “내년 3월까지 상장 저울질”
13일 장마감 직후, 라이온하트 증권신고서 철회 공식화, 상장 연기 결정 라이온하트 몸값 고평가 논란, 韓 경쟁사 살펴보면 “글쎄”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에서 관여한 것은 아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논란 끝에 결국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지난 13일 장마감 직후 라이온하트는 증권신고서 철회를 공식화하고 “현재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국내외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동대표주관회사 및 공동주관회사와의 협의 하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에서는 고금리로 인한 투자 시장 전반의 유동성 악화와 게임 히트작 원타이틀 개발사의 한계 등이 거론되나 업계에서는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김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다.
라이온하트 상장 소식에 카카오게임즈 주가 ‘크게 후퇴’
김 대표는 한국 경쟁사 대비 고평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증권가의 분위기는 달랐다. 현재 펄어비스의 시가총액이 2.5조원, 카카오게임즈가 3조원 수준인 데 반해 라이온하트는 목표했던 공모가 밴드 기준으로 약 3조원에서 4조5천억원의 가치를 책정했다. 상장 소식이 알려지자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크게 후퇴하면서 기업가치 희석 우려와 함께 高밸류에이션 논란은 한층 뜨거워졌다.
당초 라이온하트는 “자본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장 친화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공모가 범위를 산정했다”며 “IPO(기업공개)를 통해 다양한 게임 IP를 개발해 글로벌 종합 게임사로 도약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 및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하자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시장에서는 히트작이 1개뿐인 게임사가 무리한 기업 가치를 요구한다는 평이 나오고 있으나 김 대표가 그간 숱한 흥행작을 발굴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마냥 비판을 듣기도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오딘이 멀티플랫폼 게임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리니지 이후 한국 최대의 흥행작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치평가 방법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블리자드와 펄어비스가 각각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30배, 40배씩에 거래되고 있는 점과 국내의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이 14~16배로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기업평가”라고 반박했다. 또한 “한국거래소 규정상 상장 예비심사 승인 후 6개월 이내에 상장해야 하는 만큼 내년 3월까지는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며, 13일 공시에서도 “추후 상장 일정이 재확정되면 증권신고서를 통해 세부 사항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쪼개기 상장 아니다” 입장 관철
이번 상장 철회가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인한 카카오 그룹 내부의 의사결정이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으나 상장 철회가 아닌 상장 시점 조정인 만큼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에서 관여한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라이온하트 측은 카카오게임즈의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상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별도 법인으로 출발해 지난 연말 카카오게임즈에 인수된 만큼 쪼개기 상장이 아니라는 입장을 관철해왔다.
라이온하트는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 개발사지만 인수된 것은 지난해 11월이고 지난 3년 이상 김재영 대표의 깃발 아래 독립적으로 회사가 성장해왔다는 주장도 나온다. 카카오 그룹과의 이면 계약서에서도 상장은 전적으로 김재영 대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으로 되어 있다는 후문이다. 단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김 대표가 카카오게임즈와의 동행을 위해 일보후퇴를 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목표는 결국 글로벌 시장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카카오게임즈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3%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 중이다. 개인 중에선 카카오게임즈의 창업주라 불리는 남궁훈 카카오 대표(3.06%)에 이어 두 번째로 카카오게임즈 지분율이 높다. 이런 지분 구조와 공동의 목표 덕에 카카오게임즈는 중복 상장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기업가치 훼손 우려를 상당수 이겨냈다.
카카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김 대표의 라이온하트 지분이 36%에 달하지만 카카오 그룹사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라며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 도전이라는 김 대표의 의지가 카카오와 일치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서 그는 “김 대표가 보유한 상장 관련 옵션 또한 카카오와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