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제도 “절차 복잡, 홍보 부족으로 이용↓”
감면제도 혜택 받은 기업은 10곳 중 3곳 불과 혜택 경험 없는 이유 “절차 복잡, 제도에 대한 무지” 국세청의 적극적 홍보와 제도 컨설팅 필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시행했던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에 지원받은 기업이 10곳 중 3곳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는 「조세 특례제한법」 제7조에 의해 당해연도 법인세와 소득세의 5~30%를 1억원 한도 내에서 감면해주는 제도이다. 적용받기 위해서는 법인세·종합소득세 신고 시 세액감면신청서를 작성하여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 제도는 1992년 말 제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만을 정책대상자로 삼고 도입되었다. 감면업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현재 제조업, 농림어업, 광업, 축산업 등을 비롯하여 총 46개 업종에 달한다. 지난 2020년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가 30만원 인상되고 연간 2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적용 기한이 2022년 12월 31일까지 2년 연장된다는 발표도 있었다. 하지만 1992년에 도입된 이후 동 제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수행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소기업 위한 특별세액 감면제도, 정작 누린 기업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중소기업 500개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원을 받은 기업은 31.8%이며 수도권 기업의 경우 전체의 27.2%만이 경험했다고 밝혀 평균보다 월등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 감면 지원을 받은 경험이 없는 기업은 ‘준비서류 및 신청 절차가 복잡해서'(32.0%)라는 의견이 가장 높았다. 이어 ‘최저한세율 7%의 제한이 있어 추가 세금 감면 불가'(22%), ‘다른 세액감면공제와 중복 허용이 되지 않아서'(18.8%)의 순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점은 ‘기타’라고 답변한 15.8% 중 대다수가 ‘제도를 몰라서’라는 의견이었다는 점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를 비롯해 세무 행정 전반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중소기업 33.2%만이 도움이 된다(매우 도움 5.6%, 도움 27.6%)고 응답했다. 보통이라는 의견은 46.6%,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은 20.2%(별 도움 안 됨 16.4%, 매우 도움 안 됨 3.8%)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세지원 제도가 경영에 도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부담 경감'(68.7%)이던 반면,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조세지원 혜택을 전혀 못 받음'(57.4%)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혜택을 전혀 못 받은 기업 가운데 조세지원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31%에 달했다.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실제 세액 감면 규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 혜택을 받은 기업의 수는 지난해 기준 약 21만 개로 전체 중소기업의 25%에 불과하다.
특히 세액 감면을 받으려는 중소기업은 법인세·종합소득세 신고 시 세액감면 신청서를 작성해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에게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감면율, 대상 세액, 감면세액, 한도 충족 감면세액 등 기업이 자체적으로 작성하기에 어려운 내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작성해서 제출해야만 하는 부담도 심각하다.
정책 집행자 아닌, 정책 이용자 위한 정책 필요
서 의원은 “국세청이 지원 제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청서나 안내 자료를 보완하고 세무 행정 담당자와 기업의 소통창구 또한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세청의 홍보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마련해도 이용할 사람들이 모르면 제도가 무용지물이 되는 만큼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는 것이다.
또 설문조사에 의해 중소기업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로 “과다한 서류, 절차의 복잡성”이 강조되는바, 국세청의 적극적인 제도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해당 제도는 대기업에 비해 자금·인력 부족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목적이며 납세자에게 과다한 의무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라는 3고가 몰아닥쳐 벤처 빙하기라고 불리는 지금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방안을 제시할 때 정책 ‘집행자’를 위주로 설정해야 하는지 정책 ‘이용자’를 위주로 설정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에서 내수를 정비하고 국내외적 경제 상황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만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부분에 있어 더는 ‘연장용 특례’가 아닌 법률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더는 정치과정에 의한 재정 중독성 사업이나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해 중소기업의 혁신성 및 성장성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회귀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