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체 경상수지 적자, 4개월 만에 깨진 흑자 기조

8월, 수입액이 수출액 4배 뛰어 넘어 한국은행, 9월 경상수지 흑자전환 가능성↑ 안심은 금물, 오펙+ 등 변수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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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전체 경상수지가 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30억 5천만 달러(약 4조3천36억원) 적자로 전년 동월 대비 104억 9,000만 달러나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란 외국과의 상품, 서비스 거래와 외국에 투자한 대가로 벌어들이는 배당금, 이자 등의 소득 거래 및 대가 없이 이전되는 경상계정의 수지 차를 의미하며 4개의 세부항목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로 구분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적 소득, 고용, 외채, 통화량 등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원자재 수입액 36.1% 증가

통상적으로 경상수지가 적자가 날 경우 소득이 줄어들고 실업이 늘어나며 외채 빚이 증가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민소득을 증대시키고 국내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가 4월 수입 급증과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다. 5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4개월 만에 다시 흑자 기조가 깨진 바 있다. 반면 이번에는 지난 4월과 달리 8월 배당소득수지가 흑자인 상태에서 상품수지의 대규모 적자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정부의 긴장도가 올라갔다.

실제로 8월 상품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104억 8,000만 달러 감소했다. 총 44억 5,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7월에 이어 두 달째다. 수입액이 수출액의 4배를 웃돌았고, 8월 통관 기준 원자재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36.1% 늘었다. 서비스 수지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6억 2,000만 달러 감소해 7억 7,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전년과 비교해 16억 달러 증가한 22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중 배당소득수지는 1년 만에 13억 8,000만 달러가 증가한 13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8월 중 6억 1,000만 달러 감소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6억 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18억 1,000만 달러 증가했으며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6억 1,000만 달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도 25억 9,000만 달러 증가했다.

한은은 이러한 경상수지 흐름에 대해 이례적이었던 무역수지 적자(-949천만 달러)의 영향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지만, 9월에 무역적자 폭이 크게 감소된 만큼 경상수지는 흑자 전환될 가능성이 크리라 예측했다.

적자 주요 원인은 ‘에너지 수입액 급증’

물론 안심하긴 이르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오는 11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 2020년 이후 최대 감산량으로 OPEC+ 회원국에 따르면 이번 결성은 유가 변동성 예방에 있지 정치적인 결정은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씨티은행의 분석을 인용해 상당한 원유 감산으로 유가가 상승하게 된다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를 자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전략비축유(SPR)를 추가 방출하거나 OPEC+ 독점 금지 법안인 ‘NOPEC(노펙)’ 추진을 강화하는 등 대응 조치가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미 일부 OPEC+ 회원국들이 할당량 아래로 원유를 생산하고 있어 실제 감산량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장 골드만삭스에서 국제유가를 올 연말 110달러, 내년 초 115달러로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유가 재상승은 겨우 무역수지 적자 폭을 좁힌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다시 한번 빨간불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 적자의 주된 배경이 에너지 수입액 급증이니만큼 한국의 무역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또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가 상승 시 다시 6%대로 치솟을 수 있다.

원달러 환율 역시 여전히 고점인 1,400원 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보도에 따르면 외환 당국의 원달러 환율 방어를 위한 달러화 매도로 국내 외환보유액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줄어든 상태이다. 정부에서는 외채 수급 안정화 조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지만 한 달 만에 197억 달러가 감소한 상황은 결코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외환보유액 감소는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에 타격을 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에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최근 무역적자 상태까지 겹쳐 대외신인도에 문제가 생기면 외국인 자금 유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내 경상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이제는 더 이상 무역수지나 상품수지에만 기대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에 민감한 만큼, 경제 전반에 대한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