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脫 중국 고민해야할 시점
중국, 2021년 4분기 4%, 2022년 연 성장 3%에도 못 미칠 듯 인프라 및 부동산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 중국 주요 경제 거점 봉쇄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 키워
지난 8월 19일(현지 시각), 하버드 대학 로렌스 서머스 경제학 교수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는 1990년대 일본 같은 상황으로 이어질 것(China-Surpassing-US is Japan 1990)”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봄까지만 해도 중국이 곧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널리 퍼져있었으나, 올해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견제와 중국의 인구 감소 등의 여파로 중국이 장기간 고성장률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연이어 나왔다.
최근 반도체 설비 투자에 수십조 원을 투자하고 한국 및 대만에서 다수 인력을 빼앗는 등의 여러 도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용화가 불가능한 수준의 14나노 상태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로부터 수조 원의 지원금을 받았던 사업 담당자가 초졸 학력으로 반도체에 대해 전혀 무지한 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고속 성장 끝나가는 중국
영국의 글로벌 경제 분석 전문 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작년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 규모가 2030년 미국의 87%까지 성장할 것이나, 인구 감소 등의 여파로 비중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기준 중국의 GDP는 14.72조 달러로, 미국 20.94조 달러의 70.3%까지 올라온 상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분석대로라면 향후 10여 년간은 격차를 좁힐 수 있으나 더 이상 추격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간 중국의 굴기를 예상했던 가장 큰 이유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속 성장에 있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던 시점만 해도 미국 경제의 13% 크기에 불과했으나, 단 20년 만에 미국의 70% 크기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기술적인 격차도 크게 좁혀져 중국에서 속속 4차산업 전문 제품들이 나왔다. 한국 대외 콘텐츠 수출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게임 개발의 경우 양적 부분은 물론이고, 품질 부분에서도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한 철강, 조건 등의 중공업 분야에서도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에 한국 중공업계는 수익률을 낮춰가며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10년 이상 연평균 5% 이상의 성장을 기대했던 올 초와 달리, 올해 성장률이 크게 꺾이면서 예상치를 조정했다. 중국의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은 4%에 그쳤고, 반면에 같은 시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6.9%에 달했다. 올 초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며 중국 경제성장률은 반등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2분기 들어 코로나19 방역으로 주요 대도시들에 봉쇄가 이어지며 분기 성장률이 4.8%까지 올랐다가 다시 0.4%로 곤두박질쳤다. 상반기 전체 2.5%, 올해 전체로도 3%를 넘지 못하리라는 것이 세계은행의 예측이다.
2012년부터 이어진 인구 감소, 2033년에는 초고령 사회 진입할 것
장기적으로 더 큰 요인은 인구 감소다. 중국은 2012년부터 생산 가능 인구(15~65세)가 줄기 시작했으며, 올해부터는 전체 인구 감소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인도에 세계 1위 인구 대국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하다. 고령화도 가파르게 진행돼 2033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호주 로위(Lowy) 연구소는 올 3월 발간한 ‘중국 굴기에 대한 재평가’ 보고서에서 “1980년대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극심한 저출산·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며 “추세를 뒤집을 만한 정책 수단도 제한돼 있다”고 분석했다. 연평균 성장률 수치도 2030년까지 3%, 2040년까지는 2%로 수정하기도 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작년 12월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의 미국 추월 예상 시점을 2029년에서 2033년으로 4년 늦췄다. 이 연구소는 또 “중국 경제가 2033년 미국을 넘어서겠지만 2050년에는 미국이 다시 중국을 앞설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인구를 일정 수준으로 계속 유지하는 반면, 중국은 인구가 많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내린 예측이었다.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의 칼럼니스트 하워드 프렌치는 지난 7월 칼럼에서 “중국은 지난 수년간 생산성 향상 속도가 크게 떨어졌고, 부족한 생산성을 뒷받침해온 노동 인구마저 줄고 있다”며 “가라앉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견제로 기술 발전 정체되고, 경제 체질 개선도 실패
전문가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중국 경제의 문제로 인프라 및 부동산 투자에 지나치게 집중한 시스템을 꼽는다. 일반적으로 가계 소비가 70%, 기업 투자가 20%, 그 외 수출·입이 10% 내외를 차지하는 것이 국내총생산(GDP)의 구성 방식이지만 중국은 기업 투자가 작년을 기준으로 46%였다.
이마저도 매년 하락세를 보이는 추세에서 나온 수치로,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50%를 넘었다. 이는 고속성장기엔 유지할 수 있었던 수치지만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시점에도 계속된 기업 투자가 이어질 경우, 부실기업이 양산되고 경제 시스템 자체가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시진핑 주석 집권 후반기부터 강화된 민간 기업 규제 등 좌파 경제 노선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서머스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 중 “과도한 채무와 불투명한 미래 성장 동력, 광범위한 기업 영역에 대한 공산당의 개입,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이 중국이 직면한 도전 과제”라고 언급했다.
고부가 가치를 얻어낼 수 있는 기술적 혁신이 계속 일어날 경우 기업 투자가 유의미할 수 있으나, 로위 연구소는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서 넘어간 기술이 중국의 생산성 향상에 적잖은 기여를 해왔다”며 “기술 규제로 국제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접근 기회가 줄면 중국의 기술 혁신은 그만큼 늦춰질 것”이라며 향후 중국의 기술 혁신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가 한국에 끼친 영향
외환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이 상하이, 선전, 쓰촨성 등의 주요 경제 거점에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지역 봉쇄를 선택할 때마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움직였던 점을 꼬집었다. 지난 20여 년간 중국의 경제성장에 발맞춰 대(對)중국 무역 의존도가 크게 올라갔던 만큼, 중국 경제의 문제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상태가 이어졌던 여파라는 것이다.
서방 견제 및 인구 감소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향후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 가시화된 만큼, 사드(THAAD), 미세먼지, 동북공정, 표절 문제 등에서 중국에 저자세를 취해왔던 그간의 외교통상 및 군사 협상 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질 시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외교 관계자는 “지난해 무역 부문에서 중국 의존도가 크게 줄어들었고 미국이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에 지원금을 취소했던 것을 다시 보완해주는 정책을 취하는 등 최근 한국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내려가고, 미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 맨해튼 오피스빌딩 245 파크 애비뉴를 하이항그룹이 2017년에 22억 달러에 구매했다가 지난 2022년 8월에 4억 달러의 손실을 감수하며 18억 달러에 매각한 사례를 들며, “미국 부동산에 큰 금액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일본 기업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