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스타트업 창업자보다 근로자를 우대하는 나라

주 52시간 근로제도, 자율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요구 스타트업에 법정의무교육 광고 전화, 안 지켰다고 고용노동부에서 경고장 당장 기업의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 정작 엉뚱한 법적 의무로 발목 잡아

160X600_GIAI_AIDSNote
지난 7일간 ‘스타트업’, ‘창업’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5일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으로부터 제공받은 ‘디지털 산업 고용 촉진을 위한 노동 규제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5년 미만 스타트업 47곳 가운데 40.4%가 ‘노동법 규제가 심각한가’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노동법 규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대답한 비율은 19.2%에 불과했다.

근로자 우대, 창업 생태계 방해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현재의 노동 규제는 근로자를 지나치게 우대해 창업 생태계를 방해하고 있어 이른바 ‘창업하기 힘든 나라’라고 입을 모았다. 노동 규제 중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무려 51.1%가 ‘고용 경직성’을 뽑았다. 그 외 최저임금을 포함한 임금문제 (19.1%), 주 52시간 근로제도 (12.8%) 등이 따라온다.

지난 7일간 ‘스타트업’, ‘창업’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미국의 스타트업계를 경험하고 국내에서 창업한 한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스타트업은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한국은 무조건 장기 고용을 강조하는 지원제도 밖에 없다”며 “저성과자를 빠르게 해고할 수 있는 미국 대비, 한국에서 같은 선택을 할 경우 정부 지원금을 모조리 포기해야 한다”고 불평을 털어놨다.

실제로 스타트업 중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채용 비율에서 역시 51.1%가 ‘없다’고 밝혔고 ‘20% 이하’ 및 ‘40% 이하’에 각각 31.9%, 14.9%가 응답했다. 즉,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장기 고용을 기본으로 놓고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요건 완화’, ‘신생기업에 대해 일정 기간 해고 규정 예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각각 50%, 29.5%였다.

산업별 사정과 관계없는 일률적인 노동 규제

주 52시간 근로제도에 대해서도 응답 기업의 34%가 기업에서 자율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IT기업들의 경우 제조업 방식의 52시간 규제와 직접적으로 맞지 않는 점이 많다는 항변도 컸다.

한 IT스타트업 관계자는 “코드가 계속 안 돌아가는 초급 개발자는 계속 디버깅(오류수정)을 하며 배워야 하는데 무조건 주 52시간을 강제해버리면 되려 그 초급개발자의 성장 기회를 가로막는 것”이라며 “시간 단위로 생산성이 정해져 있는 제조업에서야 큰 상관이 없겠지만, 오류 수정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IT기업들에 52시간 규정은 창업자들에게 ‘답답하면 너희가 코드 돌리던가’라는 말로 들린다”는 답변을 내놨다.

일선 현장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노동 정책을 취한 것에 대한 불만은 주 52시간에 그치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9,160원이 되면서 주휴수당 포함액이 10,000원을 넘게 되자 “단순한 잡일에 시간당 10,000원이 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정작 그마저도 잘하질 못하니 돈 아깝다는 생각밖에 안 들고 매일같이 직원 내보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는 답답함을 토로하는 스타트업 대표도 있었다.

스타트업 대표들의 공통된 의견은 한국이 노동자 보호에 대한 요구 조건을 대기업과 스타트업에 같은 레벨로 요구하면서 결국 창업자들을 외면하는 나라가 됐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스타트업에 법정의무교육을 해야 한다고 광고 전화가 오거나 안 지켰다고 고용노동부에서 경고장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미국 스타트업계에 전해진 적이 있었는데 이 뉴스로 인해 ‘한국은 스타트업을 하면 안 되는 나라’라는 조롱거리가 됐다.

법정의무교육 자체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나, 당장 기업의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데 정작 엉뚱한 법적 의무로 발목을 잡아 회사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싶은 창업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