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분기점 달성 목매는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 한파에 매물로 속속 등장
벤처투자 시장에 찾아온 혹한기, 감소한 투자 중 대부분은 ‘설비투자’ BEP 맞추려 경영 전략 수정·인건비 등 고정 지출 축소 매물로 나온 스타트업 구매자도 사라져, 카카오, 야놀자 올 하반기 인수 사례 전무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에 벤처투자 시장에 겨울이 찾아왔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9월 국내 스타트업 투자유치 규모는 3,8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39.3%, 올해 8월(8,628억원) 대비 5,000억원 가까이 감소한 수준이다.
설비투자 축소, 성장 한계 예상되면 아예 매각까지도 고려
생존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 손익분기점 맞추기부터
혹한기 속에서 생존한 플랫폼들은 실적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과거 플랫폼들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성과의 지표로 활용했다. 적자 상황에도 MAU 증가세를 통해 미래 성장 기대감을 높여온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현재, MAU 성장세보다 BEP(손익분기점) 달성이 중요해졌다. 플랫폼들은 BEP 달성을 위해 사업 구조를 효율화에 착수했다.
폐기물 처리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A사는 최근 경영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폐기물 수거 차량 및 거점 확대 등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필요한 기존 경영 전략으로 투자를 유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투자유치를 위해 만난 벤처캐피탈(VC)도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투자에 난색을 표했다. 이에 A사는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를 통폐합해 비용을 줄이고,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신규 유료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서비스 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다.
허리띠를 한층 더 졸라매야 하는 플랫폼들은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 지출을 축소하고 있다.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을 운영하는 스푼라디오는 지난해 말 이후 시리즈D 투자 유치 실패 이후 직원 수를 30% 넘게 줄였다.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는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투자 유치 실패 이후 주요 임직원의 연봉을 동결하고, 일부 직원을 떠나보내야 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집토스 역시 지난해 11월 220여 명이었던 직원 수가 반년 만에 3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누적 거래액이 2배 이상 증가했으나,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부담에 인력을 줄인 것이다.
정작 M&A 큰 손들은 시장에서 빠져나간 상태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카카오를 필두로 그동안 스타트업 인수·합병(M&A) 큰손으로 꼽히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M&A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대외 상황이 녹록지 않아 거래가 급감한 것이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 본사의 대규모 기업 인수 사례는 전무하다. 지난해에는 전자상거래(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해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운용사인 ‘크로키닷컴’과 라이브 커머스 기업 ‘그립컴퍼니’를 인수했다. 크로키닷컴 기업가치는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그립컴퍼니 경영권 확보를 위해 카카오는 1,800억원을 투자했다. 6월 말 기준 카카오의 타 법인 출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 본사가 신규 투자한 것은 카카오 헬스케어와 서울아레나뿐이다. 신규 투자도 지난해 14건에서 크게 줄었다.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계열사 수는 지난 2월 138개에서 현재 128개로 줄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지난해 대규모 인수를 통한 외형 성장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경영 효율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큰손으로 꼽히던 야놀자 역시 마찬가지다. 야놀자는 2018년부터 매년 기업 4~5곳을 꾸준히 인수해왔고, 작년에는 인터파크, 데이블, 산하정보기술, 나우버스킹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나 올해 야놀자 본사가 인수한 기업은 지난 1월 단행했던 스포카의 도도포인트(맛집 포인트 적립 서비스) 사업 부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