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반도체 혁신 유망 스타트업 투자 확대할 것

반도체 산업 금융지원 일환으로 유망 스타트업 투자 확대 계획 팹리스 기업 파두, SK하이닉스에 핵심 반도체 납품 예정 두 차례 투자받은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코스피 상장 이후 글로벌 진출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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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반도체 생태계 내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확대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강석훈 산은 회장이 발표한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 프로젝트’ 중 반도체 산업 금융지원의 일환이다. 산은 벤처금융 본부는 반도체 분야 스타트업에 총 425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산은 관계자는 “팹리스에서 디자인하우스까지 반도체 밸류체인 내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을 해왔다”며 “향후에도 국내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를 이끌 수 있는 혁신 유망기업을 지속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7년 투자받은 팹리스 기업 ‘파두’ 몸값 9,000억까지 뛰어

산은 반도체 투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2017년 11월 파두에 20억원의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파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출신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파두의 주력 상품은 SSD(solid state drive·데이터 저장장치) 컨트롤러로 데이터센터 등에서 사용하는 데이터 처리 속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부품이다. 파두는 올해 초 SK하이닉스와 SSD 컨트롤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500억원(예상치)의 매출을 올렸다. SK하이닉스는 메타에 공급하는 데이터센터용 SSD에 자사 부품 대신 파두의 컨트롤러를 탑재하기로 했다.

파두는 투자 유치에서도 조 단위에 가까운 몸값을 인정받은 바 있다. 파두는 올해 상반기 기존 주주 대상으로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진행하여 약 3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9,000억원으로, 지난해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4,500억원에서 두 배 이상 뛰었다. 추가적인 투자가 이어질 경우 파두는 국내 반도체 관련 스타트업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지난 5월부터 파두는 자문사를 통해 해외 사모펀드(PEF)를 상대로 최대 2,000억원 규모 투자금 유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파두가 염두에 둔 기업가치는 1조2,000억~1조8,000억원의 수준으로 파악된다. 투자 유치가 성공적일 경우 지난해 8월 투자유치 당시(4,500억원) 대비 최대 네 배까지 몸값이 불어나게 되는 셈이다.

회사 측은 협업 사인 SK하이닉스가 최근 미국 테크기업인 메타(옛 페이스북)에 기업용 SSD(저장장치)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향후 자사 수익성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파두는 SSD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인 비휘발성 인터페이스 메모리(NVMe) 컨트롤러를 개발해 SK하이닉스에 납품할 예정이다.

파두는 지난 9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도 국내 팹리스 기업 중 최고 평가 등급인 AA, A 등급을 부여받은 바 있다. 산은은 내년 예상되는 파두의 코스닥 상장을 통해 투자 수익을 회수하고, 이를 새로운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재투자하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IP 개발 ‘오픈엣지테크놀로지’ 투자 성공

국내 유일의 반도체 통합 설계자산(IP) 개발 스타트업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에 2회에 걸쳐 총 50억원을 투자한 것도 성공사례로 꼽힌다. 반도체 IP는 반도체 칩 설계 시 핵심 기능을 블록 단위로 선행 개발한 결과물이다.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이 개발부터 양산까지 모두 맡을 경우, 비용이 많이 증가하게 된다. 특히 AI 반도체의 경우 개발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해 개발 실패 시 리스크가 크다.

사진=오픈엣지테크놀로지

이에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반도체 팹리스가 필요한 IP를 선제적으로 제조한 뒤 라이선스나 로열티를 받고 제공하고 있다. 2017년 이후 5년 만에 누적 IP 라이선스 계약 체결 건수 34건을 기록했다. 반도체 IP 기업이 안정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로열티도 작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두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AI 반도체 핵심 기능인 신경망처리장치(NPU)와 NPU 동작에 필수적인 고성능 메모리 시스템 IP까지 플랫폼으로 공급하고 있다. 오픈 엣지 NPU IP를 활용하면 경쟁사 대비 면적 효율성은 최대 2.4배, 소비전력 효율성은 3.4 배까지 확보할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 IP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이름을 알린 기업으로는 영국 ARM, 미국 시놉시스, 케이던스 등이 있지만 AI 반도체 IP를 ‘토털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곳은 오픈 엣지뿐이다. 이런 기술력과 차별성을 기반으로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지난 1월에는 예비기술성평가에서 AA 등급을 획득했고, 지난 9월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반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