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팩토링 법제화 및 매출채권 본격 매입 추진
기술보증기금법 개정안, 중소기업팩토링 법적 근거 마련 구매기업 부도시에도 상환의무 전가되지 않아 안정적으로 자금 마련 가능 올해 400억원 매입 예정, 3고로 시름 하는 중소기업에게 도움 될 것
25일 기술보증기금은 ‘복합 금융위기 극복지원을 위한 팩토링 잠정조치’를 시행해 매출채권 매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 관련 내용을 포함한 기술보증기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상환청구권 없는 중소기업팩토링’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바 있다.
중소기업팩토링은 기술성·사업성이 우수한 중소기업이 매출채권을 연쇄 부도 걱정 없이 조기 현금화할 수 있는 제도다. 기술보증기금이 판매기업 매출채권을 매입해 자금을 제공하고, 결제 기일에 구매기업으로부터 대금을 상환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구매기업의 부도 시에도 기보가 판매 기업에 대금 상환을 청구하지 않는다. 기보는 이번 잠정조치를 통해 대상기업 확대(평가 등급 완화 등), 할인율 감면(0.3%p) 등 우대 조치를 시행해 중소기업에 신속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구매기업은 보증 이용 시 보증료율 감면(최대 0.3%p)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올해 예정된 매출채권 매입 규모는 400억원이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며 기술평가보증, 보증연계투자, 기술거래·보호와 함께 중소기업팩토링사업이 기술보증기금의 고유 업무로 자리 잡았다. 기보는 기술보증기금은 팩토링 제도가 어음을 대체하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공급 금액을 점차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상환청구권 행사 없어 ‘연쇄 피해’ 방지
그동안 판매기업은 전자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활용해 납품 대금을 조기에 현금화해왔다. 그러나 구매기업이 외상 대금을 제때 결제하지 못할 경우, 은행이 판매기업으로부터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며 줄줄이 경영이 악화하는 일이 발생했다.
어음법 제43조에 따르면 대금이 만기에 지급되지 않은 경우 소지인은 배서인, 발행인, 그 밖의 어음 채무자에 대해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지급인이 파산한 경우, 그 지급이 정지된 경우, 인수를 위한 어음의 제시를 금지한 어음의 발행인이 파산한 경우에도 상환청구권 행사가 성립된다. 실제로 2014년에는 E사에서 외상매출채권이 미결제되면서 이를 담보로 대출받은 160개 중소협력업체가 289억원을 은행에 대신 상환하게 되는 연쇄적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팩토링의 경우 상환청구권 행사로 인한 연쇄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팩토링은 상거래로 발생한 외상매출채권을 금융기관 등(이하 ‘팩터’)이 판매기업으로부터 매입하고, 매입 대금을 바로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팩터가 채권을 매입한 것이므로 구매기업은 팩터에게 매입대금을 상환할 의무를 갖게 된다. 전자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과 다른 점은 만일 구매 기업이 만기일에 대금을 변제하지 않아도 판매기업에 상환의무가 전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이 중소기업팩토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경우 팩터인 ‘기보’가 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셈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기업은 구매기업 부도 시 발생하는 연쇄 피해에 대한 걱정 없이 매출채권을 조기 현금화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자금 확보 어려운 중소기업 큰 힘 될 것
중기부의 매출채권팩토링 사업 지원 대상은 최근 3개년의 결산재무제표를 보유한 판매기업으로, 동일한 구매기업과 최근 1년 동안 3회 이상의 거래실적을 가진 중소기업이다. 대상 채권은 신청 일자 1일 이후 발생한 1,000만원 이상의 전자세금계산서이며, 기업당 지원 한도는 매출액의 1/3(제조업은 1/2) 내에서 판매기업은 10억원, 구매기업은 20억원까지다.
팩토링 기간은 매출채권의 결제기일 등을 고려해 판매기업이 직접 30일에서 90일 사이로 선택할 수 있다. 구매기업의 매출채권 이전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므로 두 기업 사이에 사전 협의가 필수적이다. 팩토링 사업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예산이 소진될 경우 조기 마감될 수 있다.
중소기업 어음은 할인율이 높아 현금화 비중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매출채권팩토링을 이용하면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도 안정적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중소기업팩토링 관련 채권은 부채로 계상되지 않아 재무 건전성 확보에도 유리하다. 이번 잠정조치 시행은 3고(고물가·고금리·고달러)로 진통을 겪고 있는 제조업 중심 중소기업들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