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남일대 역전세난, 재건축 붐 때부터 예견됐던 시나리오
반포 대장주 ‘반포자이’ 전용면적 84㎡가 5일 13억원에 전세 계약 체결 역전세난, 재건축 붐 초창기 10억원씩 이주대출 받던 무렵부터 예견됐던 시나리오 집값 하락, 어디까지 내려갈까? 일대 전문가 36억원에서 20억원 수준으로 내려갈 것
금리 상승의 여파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침체하면서 부동산 하락장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특히 지난 5년간 대폭 상승했던 강남 일대의 브랜드 아파트들 전셋값도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이른바 ‘대장주’에 해당하는 ‘반포자이’ 전용면적 84㎡가 5일 13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최고가였던 22억원에 비하면 5개월 만에 무려 9억원이 내려간 것이다.
아파트 매매가 하락 우려에 세입자들도 멈칫
동일한 크기의 주변 아파트 단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포주공아파트 3단지였던 ‘반포자이’와 바로 인근에 위치한 ‘래미안퍼스티지'(전 반포주공아파트 2단지)는 지난달 18일 동일 면적 호실이 17억8,5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올해 최고가였던 23억원보다 5억원이상 내려간 것이다. 인근 지역의 ‘반포리체’는 최고가 20억원에서 12억원, ‘반포써밋’은 19억원에서 11억원으로 호가가 크게 내려간 상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달이었으면 그래도 16~17억원 정도에 거래됐을 텐데 이번달에는 13억원까지 내려온 전세 매물이 하나 둘 씩 생기는 중”이라며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어서 세입자들이 멈칫멈칫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전세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값이 하락하면서 이른바 ‘깡통전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장 전체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2021년 매매가 30억원을 넘어 2022년 5월에는 36억7,000만원을 기록했던 ‘반포자이’ 전용면적 84㎡가, 거래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30억원 아래로 하락한 상황이라 자칫 전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큰 상태다.
이른바 ‘역전세난’이 벌어지는 것은 사실 재건축 붐이 일었던 지난 2017~2018년부터 예견됐던 시나리오라는 것이 반포동 부동산 관계자의 평이다. 당시 재건축으로 주거지를 이주 해야하는 집주인들에게 ‘이주전세대출’ 등의 이름으로 10억원 이상의 대출이 이뤄진 바 있다. 지난 2020년의 ‘반포주공1단지’ 2천여 세대 이주까지 4년간 1만 세대 이상이 10억원 이상의 이주지원대출을 받고 인근 지역의 아파트들에 전세를 찾아나섰던 탓에 전세가격이 대폭 상승했었다는 것이다.
이미 고속터미널역 인근의 ‘반포센트럴자이’ 등은 이주 나갔던 집주인들이 복귀하고 있는 상황이고 2023년 말까지 반포 2동의 ‘반포래미안 원베일리’, ‘원펜타스’ 등이 돌아오는 집주인을 맞을 채비를 상당 부분 진행한 상태다. 방배동에서 이미 재건축을 마친 ‘아트자이’, ‘그랑자이’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들의 평이다. 향후 방배5구역부터 6, 13구역 등이 재건축이 예정된 상태나, 경기침체로 업체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프로젝트가 지연된 것이 오히려 가격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집값 하락은 ‘급매로 인한 착시 효과’라는 지적도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10월 31일 기준 직전 주 대비 0.43% 하락했다. 지난 2012년 5월 관련 통계를 공개한 이후로 최대 낙폭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전세대출금리도 함께 오른 데다 전세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탓에 전세입자들이 계약을 망설이는 것이다. 특히 학군 이동 기간인 방학 중이 아닌 상황이라 학군으로 선호가 높은 지역에 대한 수요가 낮은 것도 한 몫을 한다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한편에서는 급매로 가격이 내려간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 5일 전용면적 84㎡에 대해 13억원 전세계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19억원, 17억5,000만원, 14억9,000만원 등의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는 상태다. 지난 2019년 이후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부분이 반납되고 나면 2018년 초의 매매가 20억원대 초반, 전세가 11억원대가 적정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일대 부동산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금액대였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경기 침체와 이주대출 회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내년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예상했고 방배동 일대의 재건축이 속도전에 들어가는지 여부에 따라 다시 반포동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반포주공1단지’의 재건축이 마무리될 2024년 말 무렵에는 수급불균형에 따라 더 큰 하락 폭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하며 당분간 반포 일대의 아파트 가격은 침체기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강남 일대의 수급 불균형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올해 초까지 이어진 이른바 ‘Bull 시장’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