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과기원 예산, 교육부 이관 추진에 논란 일어

4대 과기원 예산 교육부로 넘어갈 경우, 통제로 인해 연구 어려워질 수도 최근 딥테크 창업 늘고 있지만 교육부 통제 받으면 이마저도 쉽지 않아 정부 출연금 통해 R&D 예산 지원받는 과기원, 타대학과 예산확보 경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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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이스트

정부가 ‘4대 과학기술원’ 예산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교육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카이스트·디지스트·유니스트·지스트는 교육부 산하 일반대학과 달리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과기정통부 산하 대학이다. 하지만 4대 과기원 예산이 교육부로 넘어가면 일반 대학과 동일한 통제를 받게 되는 만큼, 선도적인 연구·교육·창업 등이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대 과기원 총장과 기재부 예산실장 등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 관련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다. 앞서 지난 9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을 대표발의하자 기재부는 지난 달 27일 과기정통부에 ‘4대 과기원 일반 회계를 교육부 특별회계로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하지만 4대 과기원 예산 승인권이 과기정통부에서 교육부로 넘어가는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의견 수렴조차 없어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카이스트의 경우 1971년 설립된 이래, 국가적으로 필요한 고급 이공계 인재를 육성해 왔으며, 최근에도 4대 과기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 인재 양성 필요성에 따라 관련 학과를 확대 증설했다.

현재 4대 과기원에선 딥테크 창업(오랜 과학적 지식이나 전문 기술 기반 창업)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교육부 산하 대학은 연구와 교육만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통제를 받을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4대 과기원은 정부 출연금을 통해 연구개발(R&D) 예산과 기본 운용 예산을 지원받고 있지만, 교육부 산하에서는 다른 4년제 대학과 예산 확보 경쟁까지 벌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계 관계자는 “4대 과기원 예산이 교육부 특별회계로 편입되면 국가적으로 필요한 고급 인재 양성과 선도적인 교육·연구 수행에 어려움이 생긴다”며 “결국 국내 대학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학기술원 특혜의 현실은?

대학 입학 예정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며, 지방 국립대의 자퇴생 비율도 지난 5년 전보다 62%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별 자퇴생 비율이 경북대 951명(18.9%), 강원대 925명(19.4%), 부산대 835명(17.7%), 전남대 759명(17.2%)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지방대 혹은 사립대에 대한 교육부 관할의 예산과 통제는 적절한지 돌아볼 일이다. 국가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4대 과기원을 과기부 관할과 예산으로 특별 지원하지만, 국가적 인재는 사립대는 물론 국립대를 통해서도 배출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4대 과기원을 제외한 한국의 유수 사립대와 지방대들이 예산적인 부분에서 소외되는 것은 아닌지, 또 교육부의 통제가 학교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작 과학기술원 출신 인재들, 의전원으로 빠져나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대 과기원은 국가적 인재 양성을 위한 과기정통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기초과학부터 공학, 생명과학, 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한다. 그러나 자연과학 연구에 뜻을 두고 4대 과기원에 진학한 과기원 출신 인재들마저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졸업 후에는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의 특별한 혜택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자연과학 연구라는 학교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졸업 후에 임상의로 활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질 경우 정부의 지원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카이스트는 ‘의사과학자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의전원 설립을 공식화했다. 지난 2월 이광형 총장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중 주요 추진 과제 목록에 이를 올렸다. 이 총장은 간담회에서 “현재 KAIST가 운영 중인 의과학대학원을 우선 확대한 뒤 2026년경 과학기술의전원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일반 대학교 생물학과·전자학과·기계학과 졸업생을 뽑아 4년 동안 의과학자(MD-phD) 과정과 의학 과정, 공학 과정을 가르친 뒤 의사 면허증을 받으면 3∼4년 동안 공학 박사 과정을 밟게 된다”며 “총 7∼8년간의 교육 과정을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의사가 되려고 우회적으로 입학하거나 졸업 후 임상의사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나’라는 지적에는 “KAIST는 그런 인력을 기르지도 않고 법적으로도 10년간 임상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걸어 놓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충북도와 의전원 오송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까지 맺었으나 의료학계의 반발이라는 난관에 부딪힌 바 있다. 이에 충북대 전공의협의회는 성명문을 통해 “지난 15년간 의전원에서 배출된 의료진 대부분은 임상의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우수한 의과학자를 배출한다는 의전원의 기존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번 계획이 우수한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것인지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