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대, 페이스북 외면한다? Z세대 감성 모인 SNS는 뭘까?
억지 분노로 콘텐츠 질 하락, Z세대의 ‘감성’ 담을 역량 부족 인스타그램 필터 등 ‘유행을 창조하는’ 매력에 빠진 Z세대 숏폼 미디어의 유행, 유튜브 쇼츠·틱톡·인스타그램 릴스 ‘격돌’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사이에서 메타의 두 SNS 서비스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달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가장 많이 증가한 반면 페이스북의 인기는 눈에 띄게 식은 것이다. 8일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이 Z세대 SNS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848만 명으로 전년 동기(710만 명) 대비 19%(138만 명) 늘어나며 1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사용 시간도 52억 분으로 1년 전(38억 분) 대비 14억 분 늘었다.
Z세대 이용자 및 이용 시간이 가장 많이 줄어든 SNS는 페이스북이었다. 지난달 이용자는 402만 명, 사용 시간은 11억 분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만 명, 7억 분 감소한 수준이다. 실행 횟수도 지난해 10월 20억 회에서 지난달 13억 회로 7억 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페이스북이 쇠퇴하기 시작한 이유는?
페이스북이 쇠퇴한 이유 중 하나로는 ‘억지’ 좋아요와 분노가 꼽힌다. 좋아요, 공유 등 ‘피드백’을 목적으로 글을 올리는 이용자가 증가하며 전반적인 콘텐츠 퀄리티가 하락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예일대 몰리 크로켓 교수·윌리엄 브래디 박사팀은 23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소셜미디어에서 게시물에 대한 공감 등을 표현하는 ‘좋아요'(Like)나 ‘공유'(Share) 같은 피드백 기능이 도덕적 분노 표현을 증폭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셜미디어의 ‘보상 체계’가 실제로 사용자들이 글을 올리는 방식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해당 실험에서는 분노 표현에 대해 ‘좋아요’와 ‘공유’를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이후 분노 표현이 더욱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소셜미디어 속 보상인 ‘관심’을 위해 자극적이고 분노 표현이 포함된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게시글을 올리고 그에 대해 반응하는 기능이 서비스의 대부분인 페이스북의 경우 이와 같은 경향이 한층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10대·20대 사용자가 즐길 만한 콘텐츠는 크게 감소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나만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기능이 사실상 결여돼 있다. 간편하게 나의 일상을 가공하고 꾸며 자신을 콘텐츠화하고 타인이 공유한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익숙한 Z세대에게는 ‘불편한’ SNS가 되어 버린 것이다.
사진과 필터로 완성된 ‘인스타그램 감성’
페이스북을 누르고 인스타그램이 주류 SNS로 성장한 비결은 사진과 동영상 등 비주얼 콘텐츠를 이용자들이 손쉽게 창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인스타그램은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기존 SNS의 기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관적 인터페이스와 편집 기능, 다양한 필터 기능을 탑재했다. 이용자가 기존의 사진을 가공해 새로운 창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최근 10대 사이에서는 각종 필터를 제작하고 마음에 든 필터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 유행이다. ‘필터 크리에이터’가 등장해 각종 개성 있는 필터를 제작하고 공유하면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을 통해 해당 필터를 적용한 사진을 업로드한다. 이를 확인한 팔로워들은 또다시 해당 필터를 사용해 나만의 콘텐츠를 제작한다. 결국 인스타그램 전반의 유행처럼 번지게 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한 것은 ‘인스타 감성(인스타그램 감성)’이라고 불리며 ‘세련된 문화’ 취급을 받게 된다. 요즘의 ‘유행’은 인스타그램에서 출발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것을 현실이 흡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카페 인테리어가 있다면 카페들은 그와 비슷하게 인테리어를 바꾼다. 이러한 카페들은 ‘인스타 카페’라고 불리며 Z세대의 ‘인스타 사진’ 명소가 된다. 사진과 필터, 감성이 젊은 세대를 이끄는 것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이처럼 ‘트렌드’를 만드는 기능과 역량이 부족하다. 그저 사진의 색을 조금 변경하거나 크롭하는 것이 전부다. 수많은 Z세대와 인플루언서가 인스타그램에 자리를 잡고 스스로 트렌드를 창조하고 이를 향유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남은 이들은 자연히 ‘아재 감성’을 지닌 유행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어 버린 셈이다.
유튜브 쇼츠와 틱톡, 10대의 ‘숏폼’ 문법
인스타그램이 인기를 끈 또 다른 이유는 숏폼 플랫폼 ‘릴스’다. 현재 숏폼 미디어 플랫폼 시장에서는 유튜브 쇼츠와 틱톡이 선두를 다투고 있으나 주류 SNS인 인스타그램의 릴스도 최근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다.
유튜브는 9월 20일 업계 최초로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 창작자들에게 광고 수익을 나눠주겠다고 발표했다. 유튜브 쇼츠는 2020년 유튜브가 틱톡에 대항하기 위해 내놓은 60초 미만의 짧은 영상 콘텐츠다. 경쟁 플랫폼인 틱톡을 겨냥, 더 많은 창작자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흡수하기 위해 강수를 둔 것이다.
숏폼 비디오 플랫폼 틱톡은 이에 뒤지지 않고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아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이용자당 월평균 이용 시간은 틱톡이 23.6시간으로, 유튜브(23.2시간)나 페이스북(19.4시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전 세계의 젊은 세대가 틱톡에 열광하며 그 영향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비즈니스오브앱스에 따르면 전 세계 틱톡 사용자 중 63%는 10대와 20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유튜브 쇼츠와 틱톡은 숏폼 콘텐츠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동반 성장 중이며 젊은 세대는 스와이프 한 번으로 새로운 콘텐츠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이들 플랫폼에 익숙해져 있다. 현재의 10대는 ‘숏폼 문법’이 일상인 릴스와 틱톡, 유튜브 쇼츠의 짧고 명료한 콘텐츠 소비를 선호하는 세대라는 의미다. 세 플랫폼은 ‘1위’ 소셜미디어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