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재활 솔루션 개발 에이치로보틱스, ‘실랏’ 프로그램 선정
ADIO 스타트업 진출 사업 ‘실랏’ 선정, 아부다비 진출 시 다양한 혜택 수가 인정 안 되는 국내 재활로봇 치료, 한계 느끼고 해외 진출하나 국내에서 제도적 지원책 마련해 재활로봇 시장 활성화·기업 성장 도모해야
로봇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 에이치로보틱스가 중동아부다비투자청(Abu Dhabi Investment Office, ADIO)의 스타트업 진출 사업인 ‘실랏(Selat)’ 프로그램에 선정됐다고 1일 밝혔다. ADIO 측은 오는 21~23일 방한 행사를 갖고 실랏 프로그램에 선정된 기업들과 대면 미팅에 나선다. 에이치로보틱스의 구체적인 진출 시기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쯤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에이치로보틱스가 개발한 ‘리블레스’는 재활로봇과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결합한 원격 재활 솔루션으로, 환자들이 가정에서도 다양한 부위의 재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차세대 3등급 상지재활로봇 ‘리블레스 플라나’를 선보일 예정이다. 에이치로보틱스 관계자는 “중동 쪽에서도 헬스케어 시장의 확장으로 재활로봇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프로그램 선정을 통해 북미를 넘어 중동 헬스케어 시장 약진이라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아부다비 진출 시 자금 조달·규제 완화 혜택
실랏은 ADIO와 서울투자청,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협업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선정 기업은 아부다비 진출 시 자금 조달, 글로벌 인재 유치,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제공받게 된다. 에이치로보틱스는 미팅으로 투자자 관리 등 아부다비 진출에 필요한 세부 내용을 조율할 예정이다.
ADIO는 아부다비 투자를 지원하는 중앙 정부 허브로, 세계 최대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정부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혁신적인 기업과 고숙련 인재를 지원해 혁신 생태계 구축 및 각종 파트너십 체결을 통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해오고 있으며 지난 2021년에는 대우건설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에이치로보틱스 측은 “이번 프로그램 선정을 통해 중동 헬스케어 시장 약진이라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정부 지원사업으로 중동시장 개발을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중동 내 전시회에 매년 참가해 ‘리블레스’의 인지도를 키워왔다”면서 “(이번 실랏 선정을) ‘리블레스’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재활로봇 판매의 한계, ‘수가 인정’ 못 받아
전 세계 재활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에이치로보틱스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성과를 보이는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활로봇을 이용한 보행 치료가 여전히 수가를 인정받지 못해 국내 재활로봇 시장은 크게 정체되어 있는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재활로봇을 이용한 보행 치료 가격은 수작업으로 하는 치료와 비슷한 1만5,000원 수준으로,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재활로봇의 치료 효과가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활로봇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 로봇 제조 전문기업 큐렉소 관계자는 “로봇치료가 수기치료보다 효과가 좋다는 사실은 여러 임상 실험에서도 입증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가를 인정받지 못해 병원에서 장비를 도입하는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재 국내에서 큐렉소 재활로봇을 도입한 병원은 20곳으로, 전국 재활의학과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에이티로보틱스가 아부다비 진출로 눈을 돌린 것에도 이같은 국내 시장의 한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제도가 미비해 미래 성장이 불투명한 국내 대신 초기 시장이 형성되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동 시장을 공략해 제품성을 인정받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재활로봇 수요 폭증
재활로봇은 지난 1999년 스위스에서 최초로 개발된 이후 많은 연구에서 효과를 입증해 왔다. 일례로 일산백병원이 불완전 척수손상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로봇보조보행 치료 효과를 연구한 결과 보행 속도와 보행 거리, 균형감각, 혼자 걸을 수 있는 보행 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진은 “재활로봇 보행 치료를 시행한 경우 보행 기능이 2.2배, 균형감각은 1.2배가 향상됐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독일, 스위스, 캐나다, 싱가포르는 재활로봇을 이용한 보행 치료 시 비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재활로봇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를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재활로봇 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 산·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재활로봇 기업이 성장하기에는 환경의 제약이 큰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만큼 지원책을 마련해 기업의 성장과 기술의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