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승계 세제개편안 국회 통과 촉구”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기업 육성의 제도적 토대 마련 위해 중소기업 승계 원활해야” 증여세 과세특례, 상속 공제 한도 확대 조치 세제개편안은 ‘부자 감세’라는 주장도 있어 상속세에 대한 조세 전문가들의 끊이지 않는 문제 제기
지난 22일 중기중앙회 등 13개 중소기업단체가 여의도 중앙회에서 기업승계입법추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중소기업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및 상속 공제 한도 확대 조치 등을 담은 세제개편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기업승계 입법 촉구하는 ‘기업승계입법추진회’ 발족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날 “지금 우리 사회는 아시다시피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베이비부머 세대도 이제 장년이 돼 매년 70~80만 명씩 노인이 되고 있다”라며 “우리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로 70세를 넘은 중소기업 CEO가 이미 2만 명을 넘었고, 앞으로 베이비부머가 노인이 되면서 이 숫자는 5만 명, 10만 명으로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소기업계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13개 시도에서 기업승계 입법을 촉구하는 ‘기업승계입법추진위원회’를 발족하게 됐다”면서 “현재 제도는 요건이 까다로워 연간 활용건수가 100건도 안 되고, 사전증여 한도는 100억원으로 상속에 비해 낮아 계획적 승계가 사실상 힘든 상황으로 독일의 경우, 제도 활용 건수가 연간 1만 건을 상회하고, 일본은 평균 3,800건이 넘는다”고 강조했다.
가업상속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가업 및 피상속인, 상속인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사후에도 자산과 고용유지, 업종변경 제한 등 지켜야 할 요건이 많아 정부는 사전증여 한도를 늘려 계획적인 승계 기반 마련과 요건 완화, 납부유예도 신설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중소기업계는 이것만 통과되면 많은 중소기업의 기업승계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가경쟁력 유지 위해 세제개편안 통과 필요
김기문 회장과 입법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는 “오늘날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은 해당 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수천 개의 협력사가 있는 생태계 간의 경쟁”이라며 “협력기업의 존속이 대기업 경쟁력의 원천이기도 한 만큼, 100년 기업 육성의 제도적 토대 마련을 위해서라도 중소기업의 승계를 원활하게 해야 국가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계에서 촉구하는 증여세 과세특례 및 상속 공제 한도 확대 조치 세제개편안이 ‘부자 감세’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기문 회장은 “‘부자 감세’는 기업승계의 현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기업승계를 통해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투자도 일으켜 ‘사회적 자산’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증여와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 세금 차이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는 기업의 주식 또는 출자지분을 증여받는 것으로 법인사업자에만 해당하는 제도다.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 시 증여하는 주식 등의 가액 중 가업 자산 상당액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액(100억원 한도)에서 5억원을 공제하고 30억원까지는 10%의 세율,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가업 자산 상당액은 주식 등의 가액에서 사업 무관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만큼 제외한 것이며, 이 가업자산상당액 5억원까지는 증여세 납부 대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증여세 과세가액을 30억원으로 가정하고 일반적인 증여와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 세금을 비교하면 산출 세액 차이가 7억7,000만원 발생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최고 50%나 된다. 재산이 많은 경우 사전증여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증여세도 최고 세율 50%로 동일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적용되는 가업을 물려주거나 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이용하면 증여세 부담을 보다 낮출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상속세 폐지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경제학자의 절반 정도가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9~10월 한국경제학회가 경제학자 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상속·증여에 대한 세금을 폐지하고, 자산 처분 시 양도소득세로 부과하는 방안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동의한다는 답변이 응답자의 47%로 조사됐다.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미 소득세 납부를 했기 때문에 상속인이 따로 상속세를 내는 대신, 나중에 상속재산을 팔 때 매각차익에 대한 양도세만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35%에 그쳤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상속세를 개편해 유산취득세 또는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 적어도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는 폐지돼야 하며 배우자에 대해서는 한도 없이 공제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상속세에 대한 조세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가 중소기업의 활동 폭을 더 줄이고, 한국을 떠나 해외로 탈출하는 기업을 늘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합리적인 조세 정책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떠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